Description

현지 주재원의 가보고 살아보고 맛보고 생각해본 인도의 깊은 이야기 한국의 한상차림이 백반이라면, 인도에는 탈리(Thali)가 있다. 쟁반 한가득 여러 가지 음식을 담은 인도 정식이다. 《인도엔 인도가 없다: 발로 쓴 인도 백과사전》(324페이지, 1만6000원, 조갑제닷컴刊)은 저자 정인채 씨가 차려낸 ‘탈리’같은 여행서다. 초보 배낭여행자, 유학생, 주재원의 다양한 신분으로 인도에서 여행하고, 일하고, 생활하며 겪고 느낀 이야기를 풀어냈다. 경이로웠던 순간을 담은 여행기부터 역사, 종교, 철학 등 문화에 대한 이야기와 생생한 비즈니스 경험을 비롯한 인도 생활 체험담 등 화려하고 풍성한 인도의 풍미를 담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어과에 진학해 처음 인도를 접하게 된 정인채 씨는, 1998년 인도 일주 배낭여행을 시작으로 어학연수를 위해 델리 대학에 적을 두었던 2001년 두 번째 여행길에 올랐다. 2004년부터는 여행지가 아닌 일터로 인도를 방문하기 시작, 2012년에는 델리 근교 노이다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삶의 무대로 인도를 경험했다. 저자는 두 번의 여행을 큰 줄기로 삼아 여정(旅程)을 소개하고 그곳에 얽힌 이야기와 직접 겪은 체험을 덧붙여 저자가 경험한 인도를 생생하고 솔직하게 그렸다. 본문에서 미처 다 소개하지 못한 인도는 페이지 사이사이에서 박스 기사 형태로 발견할 수 있는 ‘인도 토막 상식’으로 보충했다. 다큐멘터리에 소개되는 인도와 달리 인도인들도 살 만하면 행복하지만 가난하면 불행하다는 현실을 지적한 ‘가난해도 행복하다?’, 3억3000만에 이른다는 힌두교의 신(神)을 소개한 ‘신앙은 인기순이 아니잖아요?’, 12억 인구가 피우는 향과 터뜨리는 폭죽으로 차원이 다른 인도의 대기오염을 소개한 ‘중국을 넘어선 인도의 스모그’, 무더운 인도에서 전기장판에 난로까지 사용해보니 동사(凍死)하는 노숙자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경험을 적은 ‘영상의 추위에 동사하는 인도 노숙자’, 8억 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개표에만 6주가 걸리는 선거 이야기를 다룬 ‘인도의 엄청난 선거 규모’, 보증금으로 맡긴 두 달 치 임대료를 돌려받는 험난한 과정을 소개한 ‘집주인과의 실랑이’ 등 흥미로운 소재가 많다. 대부분의 인도 여행서와 달리 《인도엔 인도가 없다》는 인문학적 영역뿐 아니라 현실적인 분야도 탐색했다. 저자는 브릭스(BRICs)가 화두가 된 이래 받아온 ‘그래서 인도는 가볼만한 곳인가’란 질문에 ‘어쨌든 마땅히 추구해야할 땅’이라고 답한다.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 개척해야 할 미래라는 것이다. IT 소프트웨어 강국이지만 제조업이 약한 나라 인도에서 한국이 인도 제조업의 ‘개국공신’이 되어야 된다고 조언한다. 인도 사회에 만연한 부패 문제도 저자가 겪은 경험담을 통해 애정을 담아 풀어냈다. 인도에서는 특별할 바 없는 관행인 ‘부패’의 삭막한 얘기를 나열해 인도에 대한 편견을 만들까 저어해서다. 저자는 ‘인도는 원만히 해결되는 것은 없지만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며 부조리한 상황에 직면해도 ‘인도(印度)의 상식’에 맞춰 순응하며 융통성을 발휘하길 권했다. 한국이나 중국처럼 급속한 개혁과 변화가 쉽지 않은 인도지만, 느리긴 해도 서서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야말로 인도의 잠재력이라고 내다봤다. 인도는 변할 일만 남은 셈이다. 정인채 씨는 머리글에서 “인도는 이것저것 한꺼번에 모두 다루기엔 너무 광범위하다. 반면 어느 한부분만 다룰 경우 전체를 그려내지 못하고 자칫 인도에 대한 편견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내가 아는 인도를 그려낸 이 글이 인도의 윤곽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인도로 향하는 분들께 제대로 된 한 상 탈리를 대접하는 기회이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