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건물을 짓지 않는' 건축가이자 작가, 화가, 뮤지션, 만담가이기도 한 문제적 인물 사카구치 교헤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독립국가를 세워, 소비자본주의적 삶에서 벗어난 '진짜 삶'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사카구치 교헤는 3?11 사태가 일어난 직후인 2011년 5월, 신정부의 수립을 선포하고 스스로 총리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 구마모토 현에 '제로센터'라는 신정부 청사를 개설하여 후쿠시마에서 피난 온 사람들에게 무료 피난처로 제공한다. 그는 이 새로운 국가를 헌법에서 말하는 생존권이 정말로 지켜지는 장소, 돈이 없어도 살 수 있고 따라서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필요 없는 장소로 만들고자 한다. 그는 노숙자들의 집에서 영감을 얻어, 누구든 지을 수 있고 어디든 이동하며 살 수 있는 '움직이는 집'을 고안해내 신정부의 주택으로 제안하고, 주민들끼리 재능과 아이디어를 교역하며 사는 새로운 의미의 공동체를 탄생시킨다. 이 절망의 세계에서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 것인가?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진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당신만의 독립국가를 세워라. 0원으로! 우리는 너무나 불안하고도 피로한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를 착취하며 노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노동은 프로메테우스의 노동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에 불만을 표하지만 대부분 푸념에 그칠 뿐이다.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 그런데 여기 '생각의 전환'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든 사람이 있다. 자칭 '건축물을 짓지 않는' 건축가이자, 작가, 화가, 뮤지션, 만담가이기도 한 사카구치 교헤. 그는 3?11 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1년 5월 신정부의 수립을 선포하고 스스로를 총리로 추대한다. 그리고 구마모토 현에 '제로센터'라는 신정부 청사를 개설하여 후쿠시마에서 피난 온 사람들에게 무료 피난처로 제공한다. 그는 이 새로운 국가를 헌법에서 말하는 생존권이 정말로 지켜지는 장소, 돈이 없어도 살 수 있고 따라서 돈을 벌기 위한 노동이 필요 없는 장소로 만들고자 한다. 그는 일본 전역에 '방치되어 있는 땅'들을 영토로 삼기로 한다. 그리고 노숙자들의 집에서 영감을 얻어 누구든 쉽게 지을 수 있고 어디든 이동하며 살 수 있는 '움직이는 집'을 신정부의 주택으로 제안하고, 주민들끼리 재능과 아이디어를 교역하며 사는 새로운 의미의 공동체를 구상해낸다. 예술가적 태도와 사회운동가적 실천이 결합된 그의 행동은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실질적인 변화를 불어옴으로써 일본 사회에 큰 이슈가 되었으며, 여러 지식인들이 그에게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이 책은 문제적 인물 사카구치 교헤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자신의 독립국가를 세워, 소비자본주의적 삶에서 벗어난 '진짜 삶'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노숙자들의 집을 통해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다. 사카구치 교헤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사실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도쿄에는 빈 집들이 넘쳐나는데 노숙자는 왜 이렇게 많으며, 왜 계속 새로운 건물을 지어 올리는가? 집을 사거나 빌리는 데 꼭 이렇게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가? 그러던 중 그는 쓰레기들을 주워 집을 짓고 살아가는 노숙자들의 모습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는다. 그들은 살아간다는 것과 소유한다는 것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념을 갖고 있었다. 스미다 천변의 한 노숙자는 자신이 지은 좁디좁은 천막집을 "침실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근처의 공원을 거실로 공공도서관을 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그에게는 도시 전체가 자신의 집이었다. 또한 어떤 노숙자는 소유자가 불분명하거나 국가의 규제를 받지 않는 땅들을 찾아내 그곳을 자신의 것처럼 가꾸며 살아가고 있었다. 공간을 이해하는 법이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교헤는 그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단일하지 않다는 것을, 세상에는 삶의 레이어(layer)가 수없이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사회 시스템의 레이어를 통해서만 세계를 볼 것이 아니라 노숙자들처럼 스스로의 레이어를 만들어내 세계를 바라보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두들 시스템이 요구하는 대로 '생각을 삭제'한 채 살아가는 이 시대에 노숙자들만이 유일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교헤는 노숙자들을 우리의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만의 레이어로 세계를 바라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노동을, 소유를, 경제를, 삶이란 무엇인가를 사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고의 전환으로 이룬 혁명! 대안적인 삶에도 돈이 필요하다고? 관점만 바꾸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공동체가 여기 있다. 사카구치 교헤는 3?11 사태 후 일본 정부가 보여준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현재의 일본이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고 이제는 국가에게 기대할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하며, 2011년 5월 신정부의 수립을 선포하고 스스로 총리에 취임한다. 그는 자신이 세운 국가는 헌법에서 말하는 생존권이 진짜로 지켜지는 곳으로, 돈이 전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0엔 특구'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여기에는 그가 지금까지 고민해온 아이디어들이 다양하게 활용된다. 신정부는 전국의 방치된 땅들을 영토로 삼고, 주민들은 노숙자들의 집에서 영감을 얻은, 일체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폐자재를 이용해 직접 지은 '움직이는 집'에서 거주하며, 자신만의 기술과 재능을 서로서로 교역하며 살아간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사카구치 교헤의 계획에 동참함으로써 그의 국가는 혼자만의 상상에 머무르지 않고 진화해나갈 수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카구치 교헤가 제안한 방식으로 살기 시작했고, 그가 남아도는 땅을 신정부의 영토로 전용하겠다고 선언하자 선뜻 자기 땅을 사용하라고 연락해온 이들도 있었다. 또한 인류학자 나카자와 신이치,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 같은 이들이 이 국가의 장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카구치 교헤가 말하는 국가는 배타적인 영유권을 주장하는 진짜 국가가 아니다. 그의 국가는 '사고(思考) 국가'에 가깝다. 교헤는 그가 국가를 만들었듯,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원하는 국가를 세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곳에서는 그들 각자가 바라는 정책을 수립할 수 있고 교헤 역시 그 국가의 국민이나 장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현실로서 진행되고 있는 예술이다" 교헤는 주장한다.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람이 직접 교역하며 살아가는 본래적인 의미의 삶으로 되돌아가자고. 그는 이것이 우리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생각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행위는 충분히 다른 삶의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일본의 한 평론가가 말했듯 "현실로서 진행되고 있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