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사랑을 아직 모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각오하시라! 끌려갈 것임을, 버림 당할 것임을, 불안하고 어수선해서 울고 싶어질 것임을.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누마타 마호카루라는 작가로부터 도망칠 수 없게 됨을.” ―후지타 카오리(평론가)
『유리고코로』,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의 작가 누마타 마호카루가 선보이는 장편 순애 미스터리 ―그래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올해 『유리고코로』,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으로 국내 문학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작가 누마타 마호카루의 신작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이 북홀릭에서 발행되었다.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은 2006년 발표된 누마타 마호카루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다. 사랑에 망가진 여자, 사랑에 집착하는 남자―평범하지 않은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미스터리적 구조 아래에서 색다른 시각으로 긴장감 있게 풀어나간다.
대인기피증세에다 하는 일 없이 비디오나 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토와코는 8년 전 자신을 참혹하게 이용하고 버린 남자 쿠로사키를 여전히 잊지 못하는 33세의 여자. 헤어진 후 나사 풀린 사람처럼 살다 만난 진지라는 남자와 6년째 동거 중이다. 진지는 하는 짓마다 어눌하고 추접하며 돈도 지위도 없는 볼품없는 남자로, 토와코보다 열다섯 살이나 많다. 토와코는 진지를 혐오스러워하고 무시하며 함부로 대하고, 진지는 그런 토와코에게 집요하리만치 집착하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토와코를 찾아온 형사로 인해 쿠로사키가 5년 전부터 실종 상태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묘하게 위태로워지기 시작하는데…….
소설 초반부는 일그러진 두 남녀의 미워하고 집착하는 특이한 사랑 이야기로 보이지만, 중반부에 쿠로사키의 실종 사실이 드러나면서 서서히 미스터리적 풍모를 갖추며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쿠로사키의 실종에 연관이 있어 보이는 진지의 행동과 말들, 그리고 진지의 도가 지나친 스토킹과 협박. 그리고 결말을 향해 가면서 선연히 떠오르는 진실은 너무나 뜻밖이라 그냥 막연한 오한처럼 등줄기를 타고 내리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 모든 이야기가 섬세한 심리묘사와 뛰어난 구성 아래에서 숨 돌릴 틈 없이 진행되고,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독자들은 뭐라 말할 수 없는 한 편의 독특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 아래 그저 신음 같은 호흡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마타 신드롬, 파란만장한 이력만큼이나 독특한 작품 세계
누마타 마호카루는 2005년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이란 작품으로 ‘제5회 호러서스펜스대상’을 받으며 56세의 나이에 늦깍이 데뷔한 작가다. 늦은 나이에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한 것도 화제였지만, 신인답지 않은 치밀하고 긴박감 넘치는 필력과 섬세한 심리 묘사가 더욱 주목을 받았다.
데뷔작은 물론, 이후 발표한 몇 편의 작품엔 모두 일관된 누마타 마호카루만의 묘한 특징이 있다. 누마타 마호카루의 작품 속 이야기는 뭔가 불편하다. 읽는 사람들에게 결코 마음 편하게 다가가지 않고 불온하게 사람 마음속을 파고든다. 또, 기존의 가치관을 뒤흔들 만큼 강렬한 서사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불편하지만 불쾌하지는 않다. 오히려 구원이 기다리고 있을 것처럼 느껴지는 온화함이 배어나온다. 그녀의 작품이 가진 이런 특징은 어쩌면 그녀의 평범하지 않은 인생 이력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20대에 결혼을 해 주부가 된 그녀는 30대에 이혼을 하고 친정인 사찰의 주지가 되기 위해 출가해 승려가 된다. 그리고 마흔 넷에 친구와 동업해 건설 컨설팅 회사를 차리지만, 10년 만에 파산한다. 파산 후, 대인공포증 증세가 있었던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찾다가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56세의 나이인 2005년, 장편 『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으로 제5회 호러서스펜스 대상을 받으며 데뷔하게 된다. 이후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2006)』, 『고양이 울음(2007)』, 『아미다사마(2009)』 등을 발표하였고, 2011년 화제작인 『유리고코로』를 발표한다. 그리고 『유리고코로』로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면서 2011년부터 올해까지 일본에 ‘누마타 현상’이라는 묘한 바람을 일으켰다.
일반적이지 않은 그녀의 인생이력 때문인지 그녀의 소설은 호오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그녀의 장점인 탐미적인 문장과, 꼼꼼한 관찰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표현과 심리묘사, 그리고 사랑이라는 만인의 관심사를 조금은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다루는 그녀의 시각에 매료된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에 열광한다. 반면, 누마타의 소설에서 풍기는 불쾌하고 불편한 느낌,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이야 미스(イヤミス, 싫은 느낌이 드는 미스터리)’라는 평을 달며 그녀의 작품을 불편해 한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에 따라붙는 상반된 견해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이 뛰어나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 독자를 딴눈 팔지 못하게 사로잡고, 휘두르고, 희롱하며 결말까지 함께 가게 만드는 그녀의 필력만큼은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이런 힘이 바로 ‘누마타 현상’이라는 거센 바람을 일으킨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