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서로 비슷한 듯 다른 두 커플이 완성해가는 사랑의 이미지! 『연인들』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와 살림출판사가 전 세계 다양한 맛의 문학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기획한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문학총서’ 시리즈의 세 번째 소설이다. 요시모토 바나나가『키친』으로 수상한 바 있는 카이엔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 노나카 히라기의 세련된 감성과 섬세한 화법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남녀의 사랑이 회화, 사진, 미식 등의 우아하고 선명한 이미지들을 통해 잔잔하게 펼쳐진다. 전작『당신 곁에서』에서는 상큼 발랄한 ‘연애’를,『프랭크자파 스트리트』에서는 알콩달콩한 ‘행복’을 이야기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녀가 이번에는 따스한 ‘사랑’ 이야기를 펼쳐놓았다.『연인들』은 특별한 사건의 전개 없이 감성적인 문체만으로도 읽는 이를 이야기 속으로 흡인하는 그녀의 필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의 뒤를 잇는 일본의 여류작가로서의 그녀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나.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시작한 동거. 우리 관계, 이대로도 괜찮을 걸까? - 아야카와 오누키 오빠라고 하기엔 나이가 많고, 아빠 같다고 하기엔 나이가 적은 오누키에게 일방적으로 동거 요청을 한 아야카. 왜 사랑하지도 않는 자신과 살고 싶냐고 물어온 오누키에게 아야카는 대답한다. ‘당신을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아야카와 오누키는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고, 가사도 말없이 자연스레 분담하며 평온한 나날을 이어간다. 연인이나 친구라 정의내릴 수 없는 사이기에 정열도, 설렘도, 고민이나 싸움도 없다. 지루하리만치 평온하고 고요한 관계. 아야카는 언제든 자신들의 사이가 끝날 수도 있다는 예감을 항상 간직하고 있으며, 그것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가슴 한구석에서 가끔씩 떠오르는 불안감은 대체 무엇일까? 한쪽 다리는 왜 때때로 예고 없이 절룩거리는 것일까? 처음 본 커플에게 달려가 말을 걸게 된 건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옛 애인의 프로포즈 앞에서 문득 오누키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둘. 두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버린 사고. 그날 이후, 세상과 단절된 한 여자와 그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남자- 마이코와 교이치 스물일곱 나이의 교이치. 아직 한참 청춘을 즐길 나이의 그는 몇 년 전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경험한 후로 오로지 마이코에게 삶의 모든 초점을 맞춘 채 살아가고 있다. 마이코는 그날 일을 함께 겪은 유일한 사람. 마이코와 교이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단 둘, 서로일 뿐이기에 그는 죄책감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는 마음으로 마이코에게 정성을 다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단단히 웅크린 그들만의 고치에 아야카라는 낯선 여자가 비집고 들어온다. 화가인 그녀는 마이코를 그리고 싶다는 이유로 그들이 함께 사는 집에 오고가며 사고 이후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살아왔던 마이코를 세상 밖으로 끌어낸다. 하지만 예전의 밝은 모습을 점차 되찾아가는 마이코의 모습을 보는 교이치는 마냥 기쁘기만은 않다. 그의 내면에 숨겨진 불안은 무엇일까? 마이코가 사고로 잃어버린 시력을 되찾게 된다면, 힘들게 서로를 위안하며 지켜왔던 그들만의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마이코는 언제까지고 그의 곁에 남아 있어줄 수 있을까? 셋. 낡은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두 연인의 만남, 그리고 치유와 성장의 과정 너무나 고요하게 존재해서 그것이 사랑의 모습인지 미처 깨닫지 못하던 아야카와, 젊은 날 짝사랑하던 상대를 어렵게 얻었지만 아직도 그녀를 잃을까 불안한 교이치. 사랑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외롭고 불안한 두 남녀의 교차되는 시선은 몸은 다 자랐지만 사랑에는 여전히 미숙하여 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조용히 아파하는 많은 젊은 청춘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작가는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켜나가듯 각 커플의 일상을 번갈아가며 엮어내는데, 사랑 때문에 상실하지만 결국엔 사랑에 의해 성장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진정한 사랑이 지니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볼 기회를 가지게 된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하는 연인들의 모습과 그들의 내면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며 나직이 마음을 울리는『연인들』은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연인들과 이제 사랑이 시작되려는 사람 모두에게 잔잔한 위로와 여운을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