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세계경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본주의가 어떻게 생겨나 변화해 왔는지, 지리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하다! ◈ 최초의 주식이 네덜란드 청어 어장에서 비롯했다고? ◈ 화려한 메트로폴리스는 왜 불평등 양극화의 진원지가 되었나? ◈ 미국은 어떻게 대륙횡단철도로 세계 패권을 바꾸었을까? ◈ 베트남은 어쩌다 기후위기의 블랙홀이 되었나? ◈ 한국형 신자유주의는 과연 장밋빛 미래일까? 자본주의라고 하면 너무 거대하고 복잡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봐야 할지 감이 안 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출근길 카페에 들러 커피를 사 마시거나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거래할 때, 나아가 주식이나 집을 사고파는 순간 우리는 가격, 이자, 환율, 경기 등 자본주의 환경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으며 매우 깊숙이 연루되어 있음을 깨닫곤 한다. 이제 자본주의를 모르고서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위기감을 느끼기도 할 터다. 전작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에서 지리학자 특유의 시선으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혜안을 제공한 저자 이동민 교수가 이번에는 《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에서 역시 ‘지리 문해력’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역사를 새롭게 살핀다. 특히 최근 지리학계에서 주목하는 ‘다중스케일적 접근multiscalar approach(지표 공간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다양한 스케일의 다층적이고도 상호 관련적 초점에서 파악하려는 지리적 관점)’으로 자본주의의 역사를 전방위적으로 훑어본다. 책은 총 10개 국가(에스파냐,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미국, 중국, 베트남, 한국)를 꼽아 지형‧자원‧기후 등 지리적 측면을 톺아보면서, 분절된 것으로 보이던 역사적 사건들의 연결고리와 흐름을 추적한다. 1부에서는 최초의 기축통화라 할 만한 은의 대량 유통으로 자본주의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한 에스파냐의 대서양 횡단, 주식‧보험 등 신용의 토대를 구축해 나간 네덜란드의 해상무역 네트워크와 영국의 재정혁명 등, 초기 자본주의가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해 나간 지리적 배경을 살펴본다. 2부에서는 제국주의 후발주자인 독일‧이탈리아‧일본을 파시즘으로 치닫게 한 레벤스라움 지정학(국가나 민족의 번영이 인구 부양과 산업 발전에 필요한 지리적 영역인 레벤스라움Lebensraum의 확보 여부와 직결된다는 이론), 유럽을 반토막 낸 러시아 공산주의와 새로운 자본주의 종주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힘겨루기로 전 지구를 분열시킨 냉전의 지정학 등, 산업자본주의에서 수정자본주의로 이행하는 변천사가 펼쳐진다. 3부는 수정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신국제분업의 파트너로 주요한 역할을 한 국가들, 즉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베트남의 도이머이 정책, 한국의 토건주의 같은 지리적 프레임으로 자본주의 세계화의 빛과 그림자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본주의가 어떻게 이동하며 세계를 바꿔왔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대항해시대에는 세상 거의 모든 부富가 에스파냐로 향했지만, 곧 네덜란드로 이동해 갔고 한 세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변방의 섬나라였던 영국이 새로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다. 하지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리며 전 세계에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리던 대영제국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그 지위를 미국에 넘겨준다. 한번 종주국이 영원한 종주국은 아닌 셈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냉전시대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은 탈냉전시대인 오늘날 중국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 하는 유럽 여러 국가의 도전을 받고 있다. 러시아도 과거에 비해 지리적으로는 축소되었을지언정 천연가스와 식량자원으로 유럽 사회를 압박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가 상업자본주의에서 산업자본주의로, 또 수정자본주의에서 신자유주의로 변신을 거듭해 온 자본주의의 행보와 맞물려 있으며, 외형상으로는 성장을 이어가지만 다중스케일적 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하는 이 시스템이 결국은 세계 경제와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다중스케일적 속성에 대한 지정학적 이해가 없다면, 이러한 부작용을 극복할 공정한 분배나 도덕적 정의란 공허한 이상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경제와 부의 흐름뿐만 아니라, 세계의 지리적 질서를 어떻게 봐야 할지 의미 있는 통찰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