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그리움이 망각의 슬픔을 덮는다. 모든 기억과 추억이 환상일지라도”
『흘러간 시간에 기대어』는 기억과 그리움에 관한 오수영 작가의 생활 산문집이다. 과거에 연연하면 순조롭게 살아갈 수 없다지만, 세상에는 시간의 흐름과는 반대로 걷는 사람도 존재한다. 마음의 저울이 과거로 기울어져 수시로 기억을 곱씹으며 흘러간 시간 속에 머무르는 사람. 세월은 흘러도 마음은 여전히 혼자만의 추억 속에 남겨진 외로운 삶이 된다.
한때는 과거에 사로잡힌 삶을 원망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기억 속 장면들을 최대한 간직하기 위해 기록에 더욱 충실할 따름이다. 기록은 사라지는 것들을 지켜내는 동시에, 이미 사라진 것들을 되살리는 일이라고 믿으면서. 그 과정은 본질적으로 슬픔을 동반하지만, 그때의 슬픔은 대체로 절망이 아닌 행복이 머물던 빈자리를 채우는 그리움이다.
그렇다면 기억이 많다는 건 그 자체로 하나의 행복이 아닐까. 비록 지난날의 모든 순간과 인연이 곁에서 멀어졌을지라도, 기억이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현재의 삶에 관여한다면, 어쩌면 그리움도 더는 과거만을 향한 감정은 아닐 것이다. 흘러간 시간에 기대어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결국 이 책은 그 작은 발걸음을 지켜낸 날들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