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착란

박진성
3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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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진성의 산문집. 시인들의 보통의 산문집이, 외부의 어떤 요구나 청탁에 의해서 지면에 연재되었던 것을 묶는 형태, 이를테면 여행의 견문과 감상, 영화나 공연, 수집 등 기호와 취향을 풀어놓는 것이 대부분이라면 이 책은 오랫동안 혹독한 마음의 병을 앓아온 한 시인의 적나라한 문학적 삶이, 자신의 자율적 의지와 영감에 의해 오랜 시간 묵묵히 관찰되는 동안 쓰인 전작 산문집이다. 이 산문집에 대해 '순정한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물과 사건, 사람에 대한 시인의 성실하면서도 섬려한 관찰이 언어 미학의 전위를 겨냥하면서 보편적인 성찰의 공명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박진성은 2001년 등단 이후 줄곧 자신만의 특별한 시 세계를 축조해왔다. 그의 시는 한마디로 '병시(病詩)'라 일컬어진다. 고3 올라가던 1996년에 발병한 '공황장애'가 내내 그의 정신세계와 시 세계를 지배해왔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병과 고통이 어떻게 언어와 예술로 치환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박진성은 현재까지 두 권의 시집을 냈고, 산문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에서도 오랫동안 그와 함께해온 공황장애라는 병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하나 두 권의 시집에서 나타났던 병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우선 병을 말하는 발화 지점이 독자와 훨씬 더 가까워졌다. 자신의 일상을 친근하게,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병과 함께 살아가는 일, 병과 함께 문학을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또 시인만이 써낼 수 있는 예민하고 미려한 문장들도 단연 돋보인다.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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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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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시인의 서문_흠과 흠이 만날 때 추천의 글, 하나_세상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추천의 글, 둘_우리가 영혼을 다치기 쉬운 날엔 1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2 나무는 언제 쉬는가 3 고통이 리듬을 타면 음악이다

Description

시인 박진성의 첫 번째 산문집 이 책은 『목숨』과 『아라리』라는 두 권의 시집으로 매우 독특한 시적 개성을 보여준 젊은 시인 박진성의 첫 산문집이다. 시인들의 보통의 산문집이, 외부의 어떤 요구나 청탁에 의해서 지면에 연재되었던 것을 묶는 형태, 이를테면 여행의 견문과 감상, 영화나 공연, 수집 등 기호와 취향을 풀어놓는 것이 대부분이라면 이 책은 오랫동안 혹독한 마음의 병을 앓아온 한 시인의 적나라한 문학적 삶이, 자신의 자율적 의지와 영감에 의해 오랜 시간 묵묵히 관찰되는 동안 쓰인 전작 산문집이다. 우리가 이 산문집에 대해 ‘순정한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사물과 사건, 사람에 대한 시인의 성실하면서도 섬려한 관찰이 언어 미학의 전위를 겨냥하면서 보편적인 성찰의 공명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공황의 시대, 공황장애의 시인 공황장애에 대한 최초의 문학적 접근 시인 박진성이 공황장애 증상을 처음 호소했던 1996년만 해도 ‘공황장애’는 생소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로 유명 연예인들의 고백에 의해 ‘공황장애’라는 질환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알려졌다. 이경규, 김하늘, 차태현, 김장훈 등 공황장애 증상을 고백한 연예인들은 하나같이 이 병의 무서움으로 ‘증상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들었다. 박진성 역시 공황장애가 곤혹스러운 것은 “언제 공황 발작이 올지 모르는 공포, 언제 호흡곤란이 오고 언제 비현실적인 생각들이 덮칠지 모르는 공포”(25쪽)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확하게는 1996년 2월 7일, 그러니까 박진성이 열아홉 되던 해부터 서른다섯 된 지금까지 이어져온 이 공포 감정은 결국 박진성의 모든 것을 압도해버린다. 유명 연예인들이 연이어 병을 고백할 만큼 공황장애는 이제 더 이상 생소한 것이 아니지만, 병의 증상이나 곤혹스러움은 여전히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한 손발 저림이나 가슴 통증을 넘어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거나 자살 충동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어쩌면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역시 비슷한 경우일지도 모른다. 나아가 박진성은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을 탐독하며 “그도 역시 공황장애를 앓지 않았나”(146쪽) 추측하기도 한다. 굳이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불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내면을 피폐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되어왔다. 특히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소수의 사람들, 혹은 가상공간과 같은 폐쇄된 관계에 집착하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불안과 공포는 더 이상 묵고할 수 없는 감정이다. 박진성은 공황장애와 공황장애가 만들어낸 감각을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최초의 시인이다. 아울러 이 책은 공황장애에 대한 최초의 문학적 접근이다. 입때껏 공황장애를 다룬 의학서나 수기는 간혹 출판된 적이 있지만, 문학의 영역에서는 이 책이 단연 처음이다. ‘희망 없음’이란 증후군에 빠진 청춘들에게 박진성은 2001년 등단 이후 줄곧 자신만의 특별한 시 세계를 축조해왔다. 그의 시는 한마디로 ‘병시(病詩)’라 일컬어진다. 고3 올라가던 1996년에 발병한 ‘공황장애’가 내내 그의 정신세계와 시 세계를 지배해왔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병과 고통이 어떻게 언어와 예술로 치환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병의 알몸과 병-상태 인간이 보여주는 인간의 적나라한 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그의 시는 이제 문단에서 하나의 고유한 작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진성은 현재까지 두 권의 시집을 냈고, 산문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에서도 오랫동안 그와 함께해온 공황장애라는 병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하나 두 권의 시집에서 나타났던 병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우선 병을 말하는 발화 지점이 독자와 훨씬 더 가까워졌다. 자신의 일상을 친근하게,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병과 함께 살아가는 일, 병과 함께 문학을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또 시인만이 써낼 수 있는 예민하고 미려한 문장들도 단연 돋보인다. 아울러 이 책은 기존의 여느 산문집과도 뚜렷한 차별성을 지닌다. 특정한 곳의 청탁을 받아 쓴 글이 아닌, 시인 자신의 마음에 의해 자유롭게 쓰인 글을 모은 것이다. 책의 본문 편집 역시 이러한 자유로움을 그대로 살려 임의의 제목을 달거나 구분점을 만들지 않았다. 충분한 여백을 두고 자연스럽게 그의 생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1978년생인 박진성은 여전히 젊다. 고3이란 어린 나이부터 자신을 지배해온 공황장애를, 이제는 극복했다고 말하는 그의 글은 우리 시대의 청춘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병과 고통은 단순히 받아들이고 인내하는 것만이 아니다. 거꾸로 뒤집어보면, 즉 ‘착란’해보면, 어디에도 살길은 있다. 박진성에게는 그것이 곧 시이고 문학이었다. 이 책은 오랫동안 박진성의 시를 좋아해온 독자들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문장에 강마른 독자들에게도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또 ‘희망 없음’이란 증후군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훌륭한 처방전이 될 것이다. 명민한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1996년의 병동’을 원체험으로 지닌 박진성은 세계를 병원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가령 “눈(雪)을 뒤덮고 있는 겨울나무는 가운을 입은 의사, 빗방울은 링거액, 새벽에 반짝이는 간판은 응급실 입구” 같은 식이다. 그러나 박진성에게 세계는 병원이자 견뎌내고 살아내야 할 진흙투성이 삶의 현장이다. 당연하게도 그는 시를 딛고 걷는 방식을 택한다. 이성복, 송찬호, 송재학, 함성호, 허수경, 진이정, 심보선 등의 시에서 감정적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특히 이성복의 시편들은 그의 삶을 지탱해준 가장 큰 지지대와 같았다. 그가 문단 활동을 하며 교류한 시인들과의 만남도 현장감 있게 드러난다. 이 책을 ‘시인 공화국’의 한 단면에 대한 생생한 증언으로 보아도 좋은 이유다. 박진성은 이성복을 비롯한 시인들의 시편을 인용하며 또 다른 사유의 성찬을 보여준다. 애초의 시가 가진 맥락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혀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는 그의 결곡한 문장들은 오랫동안 명민하게 언어를 조탁해온 시인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봄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들여다본 손바닥”, “누울 수도 설 수도 없는 가을 밤”, “정체를 알 수 없는 허기”, “상추들이 자라는 사이” 같은 소외된 것들에 눈길을 주며 섬세하고 미려한 감성을 드러낸다. 이 책은 박진성을 시인으로 이끈 ‘1996년의 병동’이라는 원체험과 그것이 다시 ‘현실’과 길항하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세계가 아무리 조급하고, 더럽고, 불안한 응급실 같은 곳이라 하더라도, 박진성은 스스럼없이 그 세계로 걸어 나가는 것이다. 박진성의 첫 산문집 『청춘착란』은 그동안 그가 탐닉해왔던 ‘정신질환’의 세계에 대한 탐사의 보고서이자 결별의 인사라고 말할 수 있겠다. 공황장애라는 병으로 투신해서 병과 함께 살아온 시인이, 이제 막, 그 병과 결별하는 현장을 우리는 이 책에서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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