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아버지로서도, 개인으로서도 행복해지고 싶은 이 시대 모든 남자들을 위하여 내 아버지와 다른 아버지가 되고팠던 한 남자의 성장 에세이 어느 날, 아들이 가출했다. 처음에는 그닥 놀라지 않았다. 게임을 못 하게 하는 부모에 대한 시위겠거니, 귀가를 전제로 한 잠시의 쇼겠거니, 했다. 그러나 아들은 이틀이 지나도, 사흘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14개월, 기나긴 부재의 시작이었다. 슬하에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저자는 자신이 좋은 아버지인 줄 알았다고 고백한다. 본인의 아버지처럼 무섭고 어려운 아빠가 되기 싫었던 그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불필요한 권위를 내려놓고, 아이를 내 몸같이 사랑했다. 삼십 대 중반에 《아빠, 뭐해?》라는 공동 육아집을 내며 주변으로부터 좋은 아버지로 대우받기도 했다. 그런 대우가 부끄러우면서도 아이들과 이 정도로 가까운 나 정도면 꽤 괜찮은 아빠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는 그런 생각이 얼마나 교만한 것이었는지 절감한다. 아버지로서의 여정에서 고작 강 하나도 제대로 건너지 못했다는 것을, 앞으로 더 험난한 산과 바다가 자기 앞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아들이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아들과 그는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무던히도 긴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안 해 본 노력이 없었다. 심지어 무속인을 만날 생각까지 했다. 그러면서 좋은 아버지란 어떤 아버지일까, 나는 어떤 아버지로 살아가야 할까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아들을 깊이 사랑하고 그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지만, 그렇다고 내 행복을 너무나 많이 포기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오래도록 쓰고, 고치고를 반복했다. 이 책은 아이들의 존재만으로도 충만했던 행복한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자, 중년 이후 어떤 아버지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의 산물이다. 아버지라는 것 그리고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 아버지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한 저자의 고민은 점차 우리나라, 우리 시대의 보편적 아버지들 전체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아버지는 참 특수한 존재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제 어머니는 저마다 다른 성격과 색깔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제 아버지는 죄다 비슷하다. 똑같이 늙어 가고 있고, 똑같이 괴팍하고, 똑같이 이기적이며, 똑같이 권위적이고, 똑같이 멀고 원망스러운 사람이다. 저마다 자기 이름을 갖지 못한 채, 똑같은 무늬의 아버지로 살아가는 인생은 얼마나 불행한가. 그는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이 좀 더 행복한 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할 때는 희생하되 보상을 바라지 말아야 하며, 자식을 위한 지출보다 나의 노후를 위한 지출을 더 큰 비중으로 두어야 하고, 최소한 아내가 없을 때 혼자 밥을 해먹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마디로, 아버지 자신이 고유한 개성을 가진 독립적인 개인이 되어야만, 아이들도 아내도 본인 스스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고민 끝에 아들이 충분히 방황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가질 수 있게 그리고 본인 스스로 행복을 되찾기 위해, 집을 나왔다. 아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관계가 회복되길 기다리는 한편 중년 이후 본인 삶을 충만하게 가꿔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심리기획자 이명수가 “더없이 생생하고 진솔하다”라고 언급했듯이, 저자는 이 책에서 아이들과의 수많은 에피소드를 가감 없이 털어놓는 한편,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미화하지도, 변명하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히, 치열한 자기 성찰의 결과를 이야기한다. 가족에게 돈만 갖다 주면 그만이라 여겼던 예전의 아버지들에서 ‘딸 바보’, ‘아들 바보’가 아니면 안 될 것처럼 자식에게 푹 빠져 있는 요즘 아버지들로의 진화는 물론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게 끝이 되어선 안 된다. 아버지의 진화는 아버지 개인의 삶도 충분히 행복할 때 비로소 최종 단계에 진입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