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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Kim Geum-Hi ・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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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Kim Geum-Hi · 2014 · Novel
280p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꾸준하고 성실하게 작품활동을 이어온 김금희의 첫 소설집. 등단 이후 5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차분히 가다듬어온 열편의 소설이 묶였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공간을 찾아나가는 우리 시대 젊은 세대의 초상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가운데, 주변을 돌아보는 속 깊고 섬세한 시선이 풍성한 이야기의 결 안에서 따뜻하게 빛난다.

Description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꾸준하고 성실하게 작품활동을 이어온 김금희의 첫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이 출간되었다. 등단 이후 5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차분히 가다듬어온 열편의 소설이 묶였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공간을 찾아나가는 우리 시대 젊은 세대의 초상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가운데, 주변을 돌아보는 속 깊고 섬세한 시선이 풍성한 이야기의 결 안에서 따뜻하게 빛난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한걸음씩 찬찬히 김금희의 소설은 어느덧 우리 시대의 보편이 되어버린 막막한 현실을 정직하게 응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하고 집을 나가 자취를 감추었거나(「너의 도큐먼트」), 허울뿐인 베트남 참전 경험만 믿고 허황하게 사업을 벌이다 IMF에 떠밀려 좌초되거나(「장글숲을 헤쳐서 가면」), 일평생을 몸 바쳐 일했지만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에서 밀려나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아이들」). 그다음 세대에게도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아, 소설의 주인공들은 갓 상경해 입사한 회사를 수습기간도 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거나(「우리 집에 왜 왔니」), 다단계 회사에 들어가 몇달씩 헛된 꿈을 쫓기도 하고(「아이들」), 서울의 변두리를 전전하다 회사 사무실에 임시 거처를 마련하거나(「릴리」), 고단한 일상을 견디며 철거 중인 오래된 판자촌을 지키고 있다(「집으로 돌아오는 밤」). 이 도시는 참 묘해서 어느날은 영원히 서울 시민으로 살 수 있을 듯하다가도 월급이 밀리거나 생활비가 떨어져가면 완강히 내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파도의 반대 방향으로 헤엄치는 것처럼, 물살을 세차게 가르면 가를수록 무언가가 나를 저만치 내보냈다. 혹은 인파를 헤치며 무언가에 쫓겨 달아나는 느낌이기도 했다. 그렇게 개미굴처럼 이어진 서울의 골목을 내달리다보면 용케 내 이름으로 된 주소를 갖기도 하고, 나만큼이나 우왕좌왕하는 남자들과 연애도 하는 거였다.(「릴리」 213면) 개인의 삶을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야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김금희의 소설이 돋보이는 점은 자신이 처한 곤경에 유난 떨지 않고 손쉽게 환상에 기대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어정쩡하게 타협하지도 않는 차분한 균형감각이다. 「너의 도큐먼트」의 주인공은 어머니의 제안에 따라 집 나간 아버지를 찾으러 지도를 들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데, 거리거리를 계획 없이 어슬렁거리는 그 하릴없는 여정의 사이에, 옛 친구의 죽음을 전해듣고 해묵은 부채감에 친구의 집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가 나란히 놓인다. 이 탐색은 결국 아버지의 현재와 친구의 죽음 양쪽 모두와 지금의 자신 사이에 가로놓인 현실적인 거리감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게 되어 있지만, 소설은 그 공백의 자리로부터 자신만의 길을 어렴풋하게 열어나가는 주인공의 성장을 담담하게 그려 보인다. 그의 여러 소설들이 세대를 품 넓게 아우르는 것도 그런 미덕 때문이다. 「아이들」은 부산과 인천의 목재공장에서 평생을 일해온 아버지의 신산한 생애와, 변두리 아파트에 집을 마련해 이사하던 날 정육점에서 구한 황소 코뚜레에 중산층의 소망을 의탁했던 어머니의 삶을 이해해가는 이야기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힘겹게 이루어낸 변두리의 삶을 벗어나리라는 꿈을 꾸며 방황했던 주인공은 이제 큰 수술을 앞두고 있는 아버지의 곁에서 언젠가 아버지가 들려주었던 나무의 부력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 아슬아슬한 생의 부력이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신의 시간을 이어주고 있음을 깨달아간다. 여전히 나는 매장을 가득 채운 고급 가구들과 코뚜레와 뗏목 사이를 위태롭게 오갔다. 할인매장으로 팔려가거나 땔감이 될까 전전긍긍하다보면 푸르고 차가운 바닷물이 발목을 휘감기도 했다. 그때마다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도 없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빠지지 않으려고 버둥댈 때나 파도에 몸을 맡겨 둥둥 떠다닐 때나 늘 저편에는 항구가 보였다. 남쪽이든 북쪽이든 열대림이든, 그곳에서는 언제나 바람이 불어왔다.(「아이들」 135면) 차분한 문장에 스민 애틋한 연민과 위트 다양하고 개성 있는 인물들이 품고 있는 다채로운 이야기와 그들의 사연을 요령 있게 갈무리해내는 솜씨 역시 김금희의 소설을 특징짓는 미덕이다.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은 재수에 실패한데다 덜컥 임신까지 해버린 스물한살 주인공의 막막한 상황이 이야기의 중심이지만, 그 고민 못지않게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지닌 저마다의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며 특유의 풍성한 서사의 결을 만들어낸다. 임대사업자로 재산을 불려온 외할아버지와 다세대주택의 주인인 어머니, 어머니에게 얹혀사는 아홉살 연하의 새아빠, 단칸방에서 몰래 고향 음식을 요리해 먹는 태국인 세입자 아누차, 트위터 팔로어들의 상갓집을 찾아다니는 친구 ‘마’ 등 개성 있는 조연들의 사연이 위트 있게 펼쳐지며 소설의 흥미를 더한다. 이렇듯 스스로의 곤경에 매몰되지 않고 주변 개개인의 삽화를 하나하나 공들여 배치하는 서사의 방식은 곧 김금희 소설의 각별한 마음 씀씀이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연민의 시선은 사실 주인공이 처한 현재의 곤경과 무관하지 않아서, 새아빠 ‘김’은 그런 주인공에게 “제 나이 때마다 할 일이 있는데 감상적으로 굴지 마라.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이지”(80면)라며 핀잔이지만, 그럼에도 김금희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을 둘러싼 시간의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연민’과 ‘감상’을 둘러싼 고민까지 스스로 껴안는다.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거울 조각 하나가 떨어진 게 보였다. 그것은 손가락만 했지만 빛을 되비추며 반짝였다. 보행신호가 들어오고 남은 시간의 숫자가 하나씩 줄어갔다. (…) 보도에는 블록들이 모양을 맞춰 새로 깔리고 있었다. 전선들은 넝쿨처럼 얽혀 바닥으로 향했다. 그 옆으로 빈 수레를 밀며 노인들이 지나갔다. 신호가 다시 들어왔지만 발을 떼지는 않았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고, 지금은 그걸로 충분했다.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85면) 김금희 소설의 인물들이 지닌 연민의 정서가 소중한 것은, 그것이 현실에 대한 정직한 이해와 약하고 미미한 기척에 대한 민감한 감각을 함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라진 밤의 공원에서 사슴들이 내는 울림에 가까운 소리를 듣는 「당신의 나라에서」의 마지막 장면이나, 텅 빈 판자촌의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면서 떠올리는 모든 사람과 사물들의 (…) 어떤 소리들”, “밤 자체가 내는 소리”(90면)의 기척을 듣는 「집으로 돌아오는 밤」의 주인공이 그렇고, 귀가 어두운 주인집 할아버지가 자신의 일생을 구술하던 카세트테이프에서 자신의 인기척을 찾아내려는 「릴리」의 인물들의 마음이 그렇다. “들었어” 내가 말하자 계아는 “뭘” 하고 물었다. 소리를 더 키우자 계아도 아아, 하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토바이 소리, 누구를 부르는 소리, 음악 소리, 멀리 들리는 굴삭기 소리, 그런 골목의 소음 사이로 노인이 웃었다. 잠깐 높낮이를 냈던 그 웃음이 경적 소리에 묻혀 사라지면서 녹음은 끝났다. 더 자세히 듣고 싶었지만 아무리 볼륨을 높여도 웃음소리는 멀었다. 어쩌면, 하고 나는 생각했다. 노인은 내 인기척을 들었을 거였다.(「릴리」 233면) 자신이 발 딛고 선 현실의 곤경을 차분히 응시하면서 주변의 이들에게 따뜻하고 애틋한 연민의 시선을 보내는 일, 그리고 조심스레 고개를 기울여야 알아챌 수 있는 희미한 기척으로 그들과의 거리를 가늠하는 일. 그것이 김금희의 소설이 세상에 응답하는 우직하고 정직한 방식이다. 담담한 듯 애틋한, 건강한 그 시선이 더욱더 깊고 넓어지면서 만들어갈 아름다운 소설의 결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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