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파이트 클럽》의 척 팔라닉, 새로운 형식의 컬트 픽션으로 돌아오다 정부의 음모, 종교적 통찰, 시간여행, 부활…, 이미 클래식으로 인정받고 있는《파이트 클럽》의 저자 척 팔라닉이 더 ‘막 나가는’ 소설로 돌아왔다. 논픽션의 형식과 다큐멘터리에 빠져 있던 그가 ‘구술 전기’라는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들고 온 것이다. 이 작품에는 주인공인 랜트가 직접 등장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수백 개나 되는 참고인들의 증언들로만 이루어진 것이다. 7개의 작품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그리고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새로운 상상력과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내용으로 매니아들을 열광케 한 팔라닉의 이번 작품 역시 놀라움과 감탄을 동시에 자아낸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배경은 척 팔라닉의 상상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도시인들은 모두 주간활동자(?) 혹은 야간활동자(?) 중 한 부류로 나뉜다. 주간생활자는 도덕적이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부류로 햇빛이 비칠 때 생활하며 야간생활자는 창백하고 타락하고 과격한 부류로 해가 진 후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 두 부류는 정부의 엄격한 야간 통행금지에 의해 정확히 분리된다. 질병과 모순에 대한 공포로 전염된 세상에서 사회는 건강한 부류인 주간생활자와 해가 되는 부류인 야간생활자로 나뉜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의 중심인물들은 ‘자동차 충돌 파티족’의 일원들로 나오는데, 이는 야간생활자들과 아웃사이더들 중 자동차를 타고 서로 충돌하며 파괴하는 경기를 즐기는 이들을 가리킨다. 팔라닉에 따르면 이런 무리들이 미국 포틀랜드와 캘리포니아 등지에 실제로 존재한다고 한다. 이 작품과 같은 주제를 다룬 시리즈격의 소설이 두 권 더 나올 예정이며 영화 판권 판매도 논의 중이라고 하니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할 할리우드 영화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신랄한 풍자와 진실에의 탐구 이번 작품에서도 팔라닉은 기존 질서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수많은 의문들을 제기한다. 척 팔라닉의 시그니처인 블랙코미디와 통렬한 사회 비판은 폭력, 섹스와 함께 버무려지고 풍자와 블랙코미디라는 양념을 첨가함으로써 너무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킥킥대며 읽을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기득권자들이 말하고 보여주는 세상, 우리가 보는 대로 당연시 여기며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과연 진짜인가? 누군가가 우리를 조종하고 있지는 않은가?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어디인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광견병의 창궐이 권력자들의 음모가 아닌가 하고 묻는 부분이다. 네디 넬슨 : 키신저[Henry Kissinger(1923~), 미국의 정치학 박사이자 국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 옮긴이]가 1974년에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제출했다고 하는 보고서를 읽어본 적 있어요? 그중 하나에서 헨리 키신저가 미국의 미래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건 제3세계의 인구과잉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 일이 어떻게 생기죠? 우리에게 아프리카의 광물과 천연자원들이 필요한가요? 이제부터 얼마나 빨리 그 바나나 공화국들이 너무 높은 인구 증가율로 인해 붕괴되고 말까요? 미국이 그 번영과 정치적 안정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제3세계의 인구를 감소시키는 것일까요? 에이즈 바이러스가 1975년경에 나타났다는 게 놀랄 일 아닌가요? ‘인구를 감소시키다’라는 말이 뜻하는 게 뭔지 알아요? (본문 381페이지)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로 얼어붙은 요즈음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팔라닉은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들과 통계학적 자료를 수도 없이 인용하면서 그의 문제제기가 전혀 허황된 것은 아님을 역설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팔라닉은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에 인용된 자료들 중 99%는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이 작품은 랜트의 삶을 탐구하는 형식을 띄고 있으나 실은 세상에 대한 진실을 탐구하고 있다. 이는 곧 불안한 현대인과 디스토피아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보이는 대로 믿고 아무 의심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끊임없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보이지 않는 곳을 의식하게 만드는 척 팔라닉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장 유쾌한 음모론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