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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RK[괴짜스러움] + OLOGY[학문] : 세상의 온갖 신기한 것을 연구합니다! 당연한 듯 침투해 있는 통념 너머 진실을 파헤치는 괴짜심리학의 세계 사주팔자가 정말 인생에 영향을 미칠까?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난 달이나 날짜와 관련된 사주팔자와 별자리 등의 지침에 귀를 기울인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건 알지만 무섭도록 맞아 떨어진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호기심을 그냥 넘기지 않고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실험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신기한 것이라면 뭐든 연구하려는 괴짜심리학자들이다. 이들의 실험 연구를 집대성하여 괴짜심리학(QUIRKOLOGY)이라는 이름을 붙인 학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리처드 와이즈먼이다. 심리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뜨리고 발상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찬사를 받으며 많은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던 그의 대표작 <괴짜심리학>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출간 되었다. 다시, 사주팔자가 정말 인생에 영향을 미칠까? 하는 의문으로 돌아오자. 악명 높은 학살자의 별자리 점을 150명의 사람들에게 최신 컴퓨터 별점이라며 보내서 반응을 살피기도 하고 4만 명의 사람들을 모아 자신의 태어난 달과 자신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어 태어난 달과 행복 지수를 파악하기도 한다. 이런 실험이 보여주는 결론은 간단하다. 사주팔자가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별점도 아닌 내용을 정확하다며 믿어 버리고, 여름 별자리가 운 좋은 삶을 보장해준다고 쉽게 결론을 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 행성의 특정한 위치와 관련된 시기에 성공한 사람들이 다수 태어났다는 점을 들어 탄생일이 인생에 영향을 준다는 걸 증명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알고보면 여기에는 유명인사들 가운데 탄생일을 조작하는 일이 많았다는 사실이 숨겨져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유명인들의 탄생일은 유독 독립기념일과 크리스마스, 새해 첫날에 몰려 있다. 여기서 발견되는 것은 ‘반사영광 효과’다. 좋은 일에 있어서 자신을 거기에 합류시키고 싶어하고 나쁜 일에 대해서는 격리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깔려 있는 것이다. 나비효과처럼 우리의 삶 전반을 흔드는 생각의 오류도 있다. 서양에서는 13을 불길한 숫자로 여겨 13번지의 집값이 떨어지고, 4를 불길한 숫자로 여기는 동양에서는 병원에 4층이 없다. 역시나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미신에 불과한 믿음이다. 하지만 괴짜심리학자들이 700만명의 병원 기록을 분석한 결과, 매달 4일에는 동양계 미국인의 심장병 사망률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고 13일의 금요일에는 교통 사고가 52%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미신에 집착하다 보니 긴장이 야기돼, 결국 진짜 불행을 불러 온 것이다. 미신이 사람을 죽인 셈이다. 허를 찌르는 의외의 실험 결과도 있다. 가짜 가구회사를 만들어 목사들과 중고차 판매상들에게 회사 명의의 편지를 보내 “가구를 구입해줘서 고맙다”는 편지와 함께 환불금을 보낸다. 받은 사람은 뻔히 그것이 잘못 온 편지이고 그 돈 역시 자신의 돈이 아님을 안다. 하지만 돈을 돌려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목사와 중고차 판매상이라면 어느 쪽이 더 돈을 슬쩍했을까. 의외로 도덕성이 검증된다고 여겨지는 목사나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생각되는 중고차 판매상이나 같은 비율로 돈을 슬쩍했다. 이러한 우리의 ‘선한’ 통념에 반하는 실험의 결과와 과정들이 곳곳에 산재에 뒤통수를 친다. 놀랍기도 하고 웃기며 씁쓸해진다. 어떻게 인간의 사고 과정은 이토록 오류 투성이며 간악하고 자기 중심적일 수 있는가? 이 책을 따라가며 얻게 되는 진실은 바로 그것이다. 그런 점들을 인지하면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빚어지는 문제 역시 이해된다. 사이비 종교나 미신에 사로잡혀 자식을 죽음으로 내모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자신이 저지른 비리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놀라운 연기력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회 지도층도 있다. 언론의 편향된 의견에 동조해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가 하면 잘생긴 범죄자에게는 팬클럽이 생기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6장에 등장하는 도시의 생활 속도 측정하는 실험에서는 생활 속도가 빠른 나라일수록 사람들이 타인을 돌보는 데 인색하고 자신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구성원들이 더욱 소외감을 느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실험 대상국이 아니지만 만일 대상국이었다면 상위권에 랭크되었을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고 결론에 대한 부분이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를 낳는 근원이라는 생각도 자연히 해보게 된다. 경향신문의 리뷰처럼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일상은 허약한 믿음 위에 간신히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진실을 인지하고 우리 삶 속의 진실과 거짓을 분별해 나가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인간의 심리는 물론 사회 전반을 이해하는 데 여러 가지 통찰을 던지는 양서로,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