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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

피터 노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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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포르노, 패스트푸드가 빚어낸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
피터 노왁
2012 · Korea, Republic of · 432p
총, 균, 쇠가 인류 문명의 운명을 바꿨다면 현대 문명을 주도하는 것은 전쟁, 포르노, 패스트푸드다. 이 책이 주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음탕하고, 사람을 살상하고, 건강을 해치는 '나쁜 것들'이 현대 문명을 발전시켜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엉뚱해 보이는 이런 생각은 저자가 동원하는 다양한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구체적인 설득력을 획득한다. 저자는 사람을 살상하는 전쟁에 대해서도 건강을 해치는 패스트푸드에 대해서도 음탕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포르노 산업에 대해서도, 일견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의 전략과 의도는 어떤 태도를 드러냄을 통해 현대 과학기술에 대해 만연되어 있는 모종의 이데올로기에 강박되어버리는 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데 놓여있다. 이를 위한 시작점은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서만 인류에게 진정 필요한 그 어떤 종류의 실천적이고 생산적인 태도와 행동이 나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요한 건 기술이 결국 시장에 나온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폭넓은 조사와 수많은 관계자들과 각 분야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것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생생한 정보들을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매끈하게 만들어내는어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맥도날드, 듀폰, 테팔, 아그파 게바트, 마텔, 허슬러, 플레이보이, 펜트하우스, 제너럴 푸즈, 네슬레, 미닛메이드, 키스톤 푸즈, 타이슨 푸즈 등 다국적 기업들의 성장 과정과 이면에 감춰졌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며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덤이자 즐거움 중 하나이다.

Description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말랑말랑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버려라! 음탕하고, 사람을 살상하고,건강을 해치는 ‘나쁜 것들’이 현대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비밀독서단' 시즌3(1화, 2016년 9월6일 방송) 추천 도서로 선정 이 모든 것은 패리스 힐튼의 섹스 비디오로부터 시작되었다. 2004년 당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이 비디오를 본 저자 피터 노왁은, 화면에 나온 속살이 밝고 화사한 분홍색이 아니라 온통 에메랄드빛이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이 에메랄드빛은 조명 없이 어둠 속에서 야간 투시 기법으로 촬영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었다. ‘사막의 폭풍’ 작전으로 유명한 걸프전쟁은, 공중에서 대공포화가 빗발치고 땅에서는 무시무시한 폭발이 잇따르는 장면들이 CNN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지구상에 중계되었다. 이라크가 몰락하는 그 장면들은 패리스 힐튼의 섹스 비디오와 마찬가지로 온통 에메랄드빛이었다. 걸프전쟁과 섹스 비디오 사이의 이 모종의 관계는 그저 단순한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현대사를 관통하는 뿌리 깊은 것이었고, 일종의 필연적인 상호 협력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전쟁과 포르노 산업 전반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패스트푸드 산업 역시 전쟁과 포르노 산업과 함께 현대 기술문명을 주도하는 한 축으로서 함께 ‘부끄러운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오늘날 모든 가정이 구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전자레인지는 제 2차 세계대전을 끝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를 담당했던 레이더 기술이 종전 후 가정용으로 개발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프라이팬인 테팔 프라이팬은 원자폭탄을 만들었던 맨해튼 프로젝트의 부산물 테프론을 알루미늄 프라이팬에 결합시킨 것이다. 정크 푸드의 대명사이자 한국에서는 ‘부대찌개’라는 하이브리드 식품으로 재탄생한 스팸은 본래 전쟁 중 병사에게 필요한 높은 열량을 공급하고 오랜 기간 동안 보존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개발된 전투 식량으로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수많은 병사의 생명을 살렸다. 네슬레의 초코우유 분말 ‘퀵’, 제너럴 푸즈의 ‘맥스웰 하우스 인스턴트 커피’는 전쟁 기간 중 군에 납품한 분유를 만들었던 분무건조 기술을 바탕으로 태어났다. 맥도날드 매장 주방을 표준화하는 데는 잠수함 주방 설계기술이 사용되었다. 웹에 올리는 화상과 동영상 형식의 표준인 JPEG, GIF, MPEG는 『플레이보이』에 실린 레나 셰블롬의 누드 사진으로 만들어졌다.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전화로 피자를 주문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은 애초에 폰섹스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원자폭탄을 만드는 데 이용되었던 질량분석기가 식품에 첨가되어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영양도 좋게 해주는 데 기여한 향료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 거대한 기술 창조자인 동시에 장기적인 얼리 어답터라 할 수 있는 군은 민간 기업에서 맡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거나 너무 앞서 나가는 장기 연구를 주로 수행함으로써 현대의 기술 발전을 촉진시켜 왔다. 한편 포르노 산업 역시 얼리 어답터로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1994년 8월 플레이보이 사는 웹사이트를 개설함으로써 웹을 받아들인 최초의 대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경영진은 『플레이보이』가 웹사이트가 있는 최초의 미국 잡지였다고 말한다. 웹사이트를 만든 이유는 꽤 단순했다. 포르노는 상당히 시각적인 매체이고, 웹은 포르노와 성 관련 서비스를 파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을 없애주었다. 들킬까봐 가슴 조이고 창피해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사람들이 누드 사진이 모여 있는 웹사이트에 달려든 건 당연했다. 1995년 3월, 『펜트하우스』에서 웹사이트를 개설하자마자 첫날 방문자 수가 80만 2000명에 달했다. 1997년에는 『플레이보이』 홈페이지 일간 방문자 수가 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웹사이트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성공이 빠른 만큼 시작부터 저작권 침해 문제로 골치를 앓아야 했다. 저작권 침해 문제는 인터넷이 시작되면서부터 지금까지 고질병으로 지적되어왔다. …… 이제 누구나 『플레이보이』와 『펜트하우스』 웹사이트에서 사진을 복사해서 똑같은 웹사이트를 직접 개설할 수 있었다. 끊임없이 기술을 쇄신하고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것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었다. 1997년, 『플레이보이』는 사진에 디지털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디지털 워터마크를 찾아 웹을 기어 다니는 ‘스파이더’ 도구를 이용하면 쉽게 판별할 수 있었다. …… 갑자기 플레이보이는 자사에서 만든 포르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고소하는 특이한 입장에 놓였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아주 오랫동안 포르노는 그런 일을 해왔다. 곧 수많은 포르노 기업이 온라인 동영상을 개발하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위키드 픽처스를 포함하여 여러 포르노 제작업체가 더 빨라진 인터넷 속도를 이용해 H.264 코덱 같은 데어터 압축률이 높은 영상표준을 채택했다. MPEG-4로도 알려진 H.264 코덱은 요즘 온라인 동영상에서 폭넓게 사용하는 압축 표준이다. …… 포르노 사이트들은 시간이 남아돌아 주체를 못하는 열다섯 살짜리 컴퓨터광들의 목표물이 되어왔다. 이 때문에 플레이보이가 워터마크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처럼, 포르노 사이트들은 자사 콘텐츠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일찍부터 많은 투자를 해야 했다. 성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 못지않게 보안이 중요했다. 이런 까닭에 포르노 사이트 웹마스터들은 새로운 IT 인재를 찾는 주류 회사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는다. 포르노 스타들과 함께 일했다는 경력이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메릴 스트립 같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것만큼 영예롭진 않아도 웹마스터들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다고 포르노 사이트 웹마스터들이 담장을 넘고 싶어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포르노 회사가 규모는 작아도 보수도 더 많고 훨씬 더 자유롭다._본문에서(253~259쪽) 포르노 산업에서 흘러나온 돈은 종종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들의 파산을 막아주고, 일반 대중도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혁신하는 것을 돕는다. 그리고 식품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다. 음식에 걸린 돈은 막대하고 경쟁은 치열하다.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손님에게 버거를 내놓는 시간을 다만 몇 초라도 줄일 수 있다면, 버거 수백 개를 더 팔 수 있다. 따라서 이 일을 가능하게 해줄 기술에 투자하는 건 당연하다. 어느 누구도 맥도날드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패스트푸드 산업 초창기만 해도 사람들은 기술, 과학, 공학이 판매 속도와 판매량을 올려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기술혁신을 위해 투자하면 할수록 수익이 늘어날 거라는 걸 몰랐다. …… 크록은 맥도날드 형제에게 전국 맥도날드 식당에 대한 권리를 사들였다. 그리고 맥도날드 체인점을 본격적으로 운명했다. 크록은 고행인 시카고 인근에 있는 디모인과 일리노이에 체인점을 열게 도와달라고 짐 쉰들러에게 부탁했다. 쉰들러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미국 육군통신대에서 전자 교육을 받고 군수품 제작에 필요한 도구를 설계했다. 그러나 크록이 쉰들러에게 관심을 보인 건 잠수함 주방을 설계한 경력 때문이었다. 크록에게는 그 기술이 가장 중요했다. 잠수함 주방을 설계하려면 비좁은 공간을 감안하는 건 물론이고 설계 하나를 다양한 배에 적용해야 하니 표준화 작업이 필수였다. 당연히 튼튼하고 청소하기도 쉬워야 했다. 크록이 계획한 체인점 주방에도 똑같은 게 필요했다. 따라서 쉰들러가 제격이었다. 이미 그는 전원 코드만 꽂으면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 설비를 만들어 수많은 식당에 납품한 경력이 있었다. 맥도날드가 1963년까지 400개가 넘는 매장을 확장하면서 몸집을 키우기 시작하자 품질관리 문제도 같이 불거졌다. 1년 365일 뉴욕 매장과 로스앤젤레스 매장에서 똑같은 버거와 감자튀김

About the Author

17년 동안 테크놀로지에 관한 글을 써왔다. 그는 CBC, <내셔널포스트>, <뉴질랜드 헤럴드> 기자를 거쳐, 현재는 <더 글로브>, <메일>, <토론토 스타>, <캐나다 비즈니스> 등에서 프리랜서 칼럼니스트와 블로거로 활약하고 있다. 2009년 캐나다 첨단 기술협회가 수여하는 보도상을 받았고, 2006년 뉴질랜드 통신사용자협회에서 선정한 ‘올해의 전문 기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가 전작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에서 현대 과학기술의 역사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과학기술이 바꾸어놓을 미래를 조망한다. 나아가 과학기술이 인간의 진화와 문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힌다. 특히 이번 책을 쓰기 위해 그는 한국의 스님, 미국 뉴올리언스의 장르소설 작가, 이스라엘의 투자자 등 전문가를 찾아 전 세계를 누볐다. 한정된 관점과 기술적인 설명에 갇힌 다른 기자들과 달리, 그는 대중문화적인 관점으로 복잡한 이슈와 문제를 일상과 연결하여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데 탁월한 전문가로 손꼽힌다. 정기적으로 최신 테크놀로지에 관한 CBC라디오 방송에 출연, 2011년 베를린에서 인터내셔널 이러닝을 주제로 하는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테크놀로지와 저널리즘에 관한 전문지식과 폭넓은 경험, 거기에 문화를 초월한 유머와 시각까지 더해 가장 인기 있는 스피커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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