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지금의 우리가 되었는가!
인간 진화의 역사를 재해석한 로빈 던바의 놀라운 시나리오!
▼ 우리는 어떻게 진화의 길로 접어들었는가?
본질적으로 진화 과정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형질이 불쑥 등장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형질은 대부분 기존의 형질이 새로운 선택적 압력의 영향을 받아서 더 강화되거나 아니면 아예 수정된, 일종의 ‘적응’이다.
인간의 진화를 다룬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우리가 누구인지 또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의문은 정답이 없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고학적 기록인 뼈와 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 장구한 시간에 대해 그나마 우리가 확실하게 아는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뿐일까? 이 ‘딱딱한 증거들’인 뼈와 돌만이 인간 진화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이 책은 여기서 의문을 제기한다. ‘어떤 종이 인간이 되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그 길로 접어들었는가?’ 이 이야기야말로 진짜 이야기다. 뼈와 돌은 아니지만, 지금의 우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강력한 사회적, 인지적 변화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는 대형 유인원이다
우리는 누구일까? 부침을 거듭하며 멸종과 생존을 거듭하는 생명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우리가 되었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저 먼 과거의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먼 시간 속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 뚜렷하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현재 존재하는 종들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아프리카 대형 유인원 과에 속한다. 그러니 침팬지는 우리의 과거를 예측해볼 수 있는 훌륭한 비교 대상이 된다. 이 책은 아프리카 대형 유인원에서 분기한 이후 우리가 되어 왔던 과정을, 우리 혈통의 특징을 형성한 진화상의 단계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모두 다섯 단계에 걸친 전환점은 각각의 특징이 형성되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셈이다.
지금 존재하는 대형 유인원은 약 2000만 년 전 마이오세 초기에 폭발적으로 번성했던 유인원 종의 후손이다. 하지만 번성했던 유인원은 기후 변화로 급속도로 숲이 사라지면서 수십 종이 멸종하고 말았다. 이처럼 영장류가 사라진 무대에는 환경에 재빠르게 적응한 원숭이가 살아남았다. 600만 년 전 현생인류의 공통조상에서 분기했던 우리 혈통은 그때만 해도 대형 유인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한 대형 유인원이 아니다. 물론 대형 유인원과 역사를 공유하며, 유전적 공통분모도 많고 생리학적으로도 유사하다. 생존 방식으로 수렵과 채집을 했으며, 어느 정도의 인지 능력을 갖추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형 유인원이 아닌 인류로 진화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사소하지만 중요한 부분이 해부학적인 차이점으로, 우리가 두 발 보행을 하며 똑바로 선 자세를 갖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차이는 우리의 인지 능력 안에서 마음속으로 하는 일에 있다. 바로 대문자 ‘C’로 시작하는 문화(Culture)를 갖는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문화적 행위 중에서 인간을 더욱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 가운데는 종교와 스토리텔링이 있다. 인간만이 가진 문화 행위인 이 두 가지는 언어를 기반으로 한다. 또 하나는 사회적 음악 행위다. 공동체의 결속을 위해 인간은 음악을 이용한다.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행위는 사회 결속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모든 행위의 바탕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우리의 큰 뇌다. 호미닌 종의 뇌는 꾸준히 끊임없이 증가했다. 유인원과 닮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의 초기 호미닌에서 현생인류까지, 뇌는 약 세 배가 커졌다.
▼ 인간 진화 과정에 나타난 다섯 단계의 전환점
다섯 번의 전환점은 각각 뇌 크기 또는 생태 환경에서 일어난 주요한 변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 첫 번째 전환점은 유인원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의 전환이다. 사실 이들은 다른 대형 유인원과의 차이가 거의 없다. 현존하는 대형 유인원과 비교해본 차이는 긴 팔과 짧은 다리를 가진 인간 골격으로의 변화다. 뇌 크기도 아직은 오늘날의 침팬지와 비슷했으며, 과일이 주식이었다. 그러니 아직은 유인원이라 불러도 무방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 단계 전환은 약 180만 년 전에 호모 속의 출현과 함께 뇌 크기에서 일어난 비약적 발전이다. 마침내 우리 혈통이라 불릴 만한 존재가 출현한다.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눈에 띄게 발달한 뇌 크기다. 또한 다니기 적합한 긴 다리로 골격 구조가 잡히면서 인류의 형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세 번째 단계 전환은 약 50만 년 전에 출현한 고인류다. 이들은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네안데르탈인)를 등장시켰고, 두개골 부피가 증가하고 체격이 더 건장해졌으며, 뇌 크기가 1,170cc까지 커졌다. 마지막 단계는 약 20만 년 전 우리 종으로, 마침내 현생인류로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로의 전환이다. 몸매는 물론 뇌 크기까지, 이제는 원시적 사촌인 영장류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된 것이다. 다섯 번째 전환점은 뇌 크기와 관련은 없지만 약 1만 2000년 전에서 8000년 전 사이 근동에서 일어난 신석기 혁명이다. 신석기시대가 특별히 매력적인 까닭은 이전에 있던 모든 것을 반전시켰기 때문이다.
신석기시대는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의 전환과 농업 혁명이라는 두 가지 주요한 혁명으로 특징지어진다. 지금까지는 농업 혁명이 더 주목받아왔지만, 사실 진짜 혁명은 ‘정착생활을 할 능력’을 가진 것이다. 거주지가 일정해지고 공동체가 이루어지면, 당연히 사회적 스트레스가 생겨났다. 인류는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다. 하지만 일단 스트레스를 해결하면, 훨씬 더 큰 공동체가 등장할 수 있었다.
▼ 모든 활동에 분배하는 시간의 총합은 항상 일정하다
이 책의 접근 방식은 영장류가 특정한 서식지에서 생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다양하고 중요한 행위(섭식, 이동, 휴식, 사회적 유대 형성)에 시간을 분배한 방식을 살펴보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핵심적인 것은 모든 생명체에게는 활동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생명을 이어가는데 꼭 필요한 중요한 행위는 모두 활동 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 시간 분배 가설은 진화를 새로운 두 가지 시각으로 보게 한다. 하나는 뇌 크기가 집단의 규모를 뜻하므로 더 큰 집단이 되려면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한지 계산할 수 있다는 점과, 또 하나는 뇌 크기의 증가는 식량 채집과 섭식 시간의 증가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생존을 위해 먹을거리를 마련하고, 포식자에 대항하고, 때로는 적대적으로 휘몰아치는 빙하기를 이끄는 기후에 적응해 멸종이 아닌 진화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무리를 지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몇몇의 소규모 개체만으로는 끊임없이 일어나는 수많은 변수에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변수들이 거세질수록 집단의 규모는 커지고, 그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관계도 공고해져야 한다. 왜냐고? 그 이유는 집단 내 개체들이 더 조밀하게 뭉쳐서 유사시에는 언제나 서로의 도움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처럼 다른 개체와 어우러져 사는 데는 당연히 이점도 있지만, 그에 따른 비용도 발생한다.
비용은 크게 직접비용과 간접비용 그리고 무임승객으로 인한 비용까지 세 가지 측면에서 발생한다. 직접비용은 집단 내부의 갈등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식량과 더 안전한 보금자리를 놓고 개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의미한다.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 갈등은 빈도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 간접비용은 제한된 활동 시간에서 이동 시간이 늘어나는 경우에 발생하며, 마지막으로는 발생하는 비용은 사회적 계약의 이점만을 취하고 비용은 내지 않는 무임승객으로 일어나는 비용이다.
사회적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암컷 개체가 받는 스트레스가 증가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