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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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내 영화다!” ‘잘생긴 천재’ 이지훈이 묻고, 53명의 감독, 배우, 스태프가 답한, 영화를 만들고, 보고, 읽는 것에 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것들! ‘잘생긴 천재’ 이지훈의 엉뚱하게 영화 보고 삐딱하게 영화 쓰기 대학생 시절 당대 유력 영화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하고, 스물여덟 살에 영화 월간지를 창간하고, 그 당시 영화 주간지 편집장으로서 최장기 집권을 하고, 오랫동안 MBC의 [출발! 비디오 여행] 작가를 하며 한국 영화의 황금기를 함께했지만, 2011년 6월, 짧은 생을 마치고 떠난 영화평론가가 있다. 《스크린》과 《NeGA》를 거쳐 영화 주간지 《FILM2.0》의 창간 때부터 종간 때까지 함께한 이지훈이다. 천재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수준 높은 글을 정력적으로 쓰던 이지훈은, 2007년 1월 19일, [아버지의 깃발] 시사회장에서 쓰러졌다. 뇌종양이었다. 대수술 끝에 다시 현장에 복귀해 발병 이전처럼 열심히 영화를 보고 읽었지만, 2011년 6월 30일, 결국 이지훈의 글은 영원히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1년 뒤, 고인의 1주기를 맞아 영화평론가, 영화 프로그램 작가, 영화 잡지 기자, 영화 강의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선후배들이 모여 이지훈이 쓴 원고를 모아서 《내가 쓴 것》과 《해피-엔드》라는 두 권의 유고집으로 만들었다. 1994년부터 2008년까지 《스크린》, 《NeGA》, 《FILM2.0》에 쓴 글을 해당 잡지의 코너별로 나누고, 또 주제별로 구분해 연대기순으로 모은 유고집에는, “시시콜콜한 개인사를 바탕으로 한” 가벼운 글처럼 보이지만 그 어떤 순간보다도 깊은 울림을 주는 에세이, “영화와 감독, 배우에 대한 다기한 수사들이 넘쳐나던”, 새롭고 날카롭지만 엉뚱하기 그지없는 비평, “영화와 문화, 삶의 구석구석을 탐문하며 한 인간의 진상을 드러내려 한 인터뷰”까지 담겨 있다. 오른손으로 쓴 글씨처럼 또박또박 만든 영화보다 왼손으로 쓴 글씨처럼 서툴지만 자유롭게 만든 영화를 좋아하던 영화평론가가 자신만의 언어로 발견한 수많은 영화는 무엇이며, 영화인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영화를 쓰는 사람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 묻다 ― 당신의 영화는 무엇입니까? 《해피-엔드》는 이지훈이 《스크린》, 《NeGA》, 《FILM2.0》 시절에 국내외 영화인 53명을 인터뷰한 글을 1부 감독, 2부 배우, 3부 스태프로 나눠 연대기순으로 구성했다. 1부 감독 편에는, 좋아하는 영화와 감독을 향한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인터뷰가 담겨 있다. 각각 다른 시기에 진행한 두 편의 인터뷰를 통해 한 감독의 초지일관과 불가피한 변화를 엿볼 수도 있으며, 꼼꼼하게 영화를 만드는 감독에게 역시 꼼꼼하고 자세한 질문을 던져 독자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그리고 2000년대 초중반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진화를 이끌던, 이제는 이미 너무 많이 유명해진 감독들의 초기 작품 세계를 확인할 수도 있다. 노장 감독들의 예우를 통해 그 감독들의 작품에 호기심을 갖게 하기도 하고, 해외 감독들의 영화에도 진지한 질문과 충만한 호기심을 멈추지 않는다. 배창호, 이광모, 장진, 박찬욱, 임순례, 송해성, 윤종찬, 김성수, 신상옥, 허진호, 정재은, 김지운, 장선우, 봉준호, 조근식, 장준환, 곽재용, 이두용, 유하, 봉만대, 웨인 왕, 트란 안 훙, 아녜스 바르다, 장 피에르 주네, 야마시타 노부히로 등이 이지훈의 엉뚱하고 진지한 질문에 답한 감독들이다. 2부 배우 편에도 많은 국내외 영화인이 등장한다. 미국까지 날아가서 조디 포스터와 로빈 윌리엄스를 인터뷰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잔 모로 등 여러 해외 영화인을 만났다. 따뜻하고 솔직한 친분을 나누던 김창완과 유쾌한 인터뷰를 했으며,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박중훈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국민배우 말고 그냥 영화배우로 불리길 바라는 안성기와 짧고 굵은 대화를 나눴으며, 이혜영과 배종옥, 염정아와 신은경처럼 당차고 자기 색깔 확실한 여배우들하고도 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김일우와 기주봉, 이문식과 임원희처럼 한국 영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던 명품 배우들, 백윤식과 정보석처럼 방송과 영화에서 확실한 자기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도 만나 진지한 연기 이야기를 이어갔다. 강단 있게 열심히 사는 공형진과 권해효, 김인권의 영화와 삶에도 속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송강호와 최민식은 인터뷰뿐 아니라 깊이 있는 연기론을 통해 꼼꼼히 살펴보았다.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심재명, 김미희, 심보경, 김조광수, 차승재 등의 제작자 인터뷰가 담긴 3부 스태프 편에서는 2000년대 한국 영화의 성공과 고민, 반성과 전망을 엿볼 수 있다. 영화의 끝, 삶의 시작 ― 엔드 크레디트 속에 담긴 내밀한 이야기들 “혈기를 주체 못 하던 배우의 이야기에 처음 귀를 기울여주고”, “감독과 영화관이 달랐을지라도 그 작품을 평상심으로 보고 깊이 있게 느껴주었으며”, “감독도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의 영화에 대한 단어들을 발견해주고, 전혀 연관 없어 보이던 의미들을 연결해서 새로운 문장으로 만들어주던” 사람. 이지훈은 한국 영화의 황금기 한복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 삐딱하게 질문하며, 영화를 만들고 보고 읽는 것에 관한 답을 찾아갔다. 이지훈의 《해피-엔드》에는 이제는 현직에서 물러난 사람, 이미 세상을 떠나 작품으로만 만날 수 있는 사람,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 초보 티를 벗고 완숙한 경지에 오른 사람, 거장의 반열에 오른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영화의 끝, 엔드 크레디트에 올라간 이름에 뿌듯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성도 하고 미래도 계획하는 많은 영화인의 내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한국 영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끝나지 않을 미래가 여기 담겨 있다. “잘생긴 천재” 이지훈의 삐딱하지만 애정 어린 질문과 시선은,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