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내 환자는 범죄자이자 정신질환자입니다” 국내 유일의 범법 정신질환자 수용·치료 기관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처음으로 꺼내놓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은 범법 정신질환자가 수용되는 국가 기관이다. 개원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단과 병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1000개 병상을 지녔지만,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는 저자까지 5명뿐이다. 의사 한 명당 담당하는 환자 수는 170명에 육박한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은 치료감호소에서 일하는 현직 정신과 의사, 차승민이 쓴 책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치료감호소 내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책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언론에 보도된 강력사건 피의자를 직접 정신감정한 저자는 책에 그 뒷이야기와 그들에 관한 생각, 느낀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담았다. 다양한 형사정신감정 사례와 그동안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도 빼곡하게 실었다. 특히 일반 정신과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변태성욕장애 환자와 사이코패스, 약물중독자들 이야기는 이 책에서만 접할 수 있는 낯설지만 독특한 사례다. 저자는 이들을 통해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범죄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분명 나쁜 것이며 반드시 그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그 범죄가 악의나 계획이 아닌 ‘정신질환의 증상’에 의한 것이라면 치료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자기가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그 병으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명확히 인식하고 난 뒤라야 참회와 반성,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지 않는다. 대신 ‘무서운 사람’으로만 존재하는 집단에 대해 담담하고 솔직하게 기록했다.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내부자만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내 환자는 범죄자이자 정신질환자입니다” 국내 유일의 범법 정신질환자 수용·치료 기관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처음으로 꺼내놓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거기 교도소 아니에요?” “그렇게 무서운 곳에서 일한다고요?”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수용·치료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 법원과 검찰·경찰이 의뢰하는 형사피의자를 정신감정하는 기관. 듣기만 해도 무섭고 섬뜩한 이곳의 정식 명칭은 국립법무병원이다. 1987년 처음 개원할 때만 해도 ‘치료감호소’라 불렀다. 인식 개선을 위해 국립법무병원으로 이름을 바꿨으나, 법무부 내부 문건에는 여전히 ‘치료감호소’로 쓴다. 사람들에게 ‘국립법무병원을 아느냐’고 물으면 열 중 아홉은 ‘모른다’고 답한다. 그나마 치료감호소라고 해야 ‘아, 그 교도소요?’라는 반응이 나온다. 사람들의 오해와 달리 치료감호소는 교도소가 아니라 병원이다. 그저 조금 특별한 병원일 뿐이다. 이곳에 ‘입원’하는 환자는 범죄자이자 정신질환자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도서출판 아몬드 刊)》은 치료감호소에서 일하는 현직 정신과 의사, 차승민이 쓴 책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치료감호소 내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책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개원한 지 34년이 흘렀지만 치료감호소에서 누가 뭘 하며 지내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끔 강력사건이 보도될 때 단골 메뉴처럼 이름이 등장하기는 한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2019년 진주 방화사건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피의자가 모두 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치료감호소를 대체로 ‘부정적인 곳’으로 인식한다. 길 가다 마주칠까 두려운 ‘미친’ 범죄자들이 갇혀 있을 법한 그곳에도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와 비슷한 피와 살을 가진 사람이 산다. 저자는 책을 쓰는 내내 염려하고 걱정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특히 범죄로 실질적인 고통을 받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 책이 상처를 들춰내는 헛된 시도, 범죄자를 감싸려는 그릇된 선의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한 이유는,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정신질환 범죄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는 무엇인지를 알리고 싶어서였다. 또한 세상에 만연한 정신질환을 향한 편견과 혐오를 손톱만큼이라도 줄이고 싶어서였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주로 성범죄자에게 마이크를 쥐어주지 말라는 의미로, 최근에 N번방 사건 가해자에 관해 언론이 도 넘는 내러티브 보도를 하자 이 말이 많이 쓰였다. 누가 봐도 파렴치한 범죄자에게 부여하는 지나친 서사에 나도 반대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마이크가 허락되는 것은 아님을 말하고 싶다. 어떤 사람은 그저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벌인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사전에 계획하고 특정한 의도를 가진 채 범죄를 저지른 ‘악인’과 도매금으로 ‘나쁜 놈’으로 몰린다. 나는 우리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모두 대변할 마음도, 능력도 없다. 또 이들을 그저 불쌍하게만 보아달라는 것도 아니다. 이 병원에 오기까지 그들이 겪었던 정신질환 증상이 무엇이었는지,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고 싶었다. (9~10쪽) 저자는 책에서 그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들, 이를테면 “환자가 무섭지 않느냐(23쪽)”, “범죄자에게 정신질환이 있으면 무조건 심신미약으로 인정받는 거냐(29쪽)”, “정신질환자가 아닌 사람이 감형받으려고 속이려 들면 어떻게 알아보느냐(55쪽)” 같은 질문에 답한다. 또 ‘나라가 왜 범죄자를 치료해야 하는가(27쪽)’, ‘화학적 거세는 인권 침해 아닌가(95쪽)’, ‘사이코패스나 자발적 음주도 심신미약으로 인정해줘야 하느냐(132쪽)’ 같은 논쟁적 테마에 관해서도 전문가 입장에서 정확한 정보와 솔직한 의견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앞서 등장한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를 직접 정신감정한 저자는 책에 그 뒷이야기와 느낀 감정, 생각도 허심탄회하게 담았다.(84쪽)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국립법무병원에서 주치의로 치료했거나 형사정신감정한 피의자 이야기를 빼곡하게 실었다. 특히 일반 정신과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변태성욕장애 환자(100쪽)와 사이코패스(124쪽), 약물중독자(160쪽) 이야기는 이 책에서만 접할 수 있는 낯설지만 독특한 사례다. 평범하고 소심한 생활형 의사는 어쩌다 이 특별한 곳에서 일하게 됐을까 “환자가 무섭지 않아요?” 저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당연히 무서웠다. 환자의 전자 의무 기록을 열면 병명 옆에 ‘죄명’과 ‘징역 몇 년’이 적혀 있는데, 지금도 볼 때마다 흠칫 놀란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갑자기 직원에게 나쁜 년이라고 욕하고 난동을 부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주먹을 휘둘러 징역 1개월을 받은 환자의 경우, 상병에는 ‘조현병’, 죄명에는 ‘공무집행방해’, 병과형 형기에는 ‘징역 1개월’로 기록되어 있다. 누구보다 ‘평범하고 소심한’ 저자는 어쩌다 이토록 특별한 곳에서 일하게 됐을까? ‘엄청난 사명감’ 때문도 아니고, ‘남들보다 더 선하거나 대범해서’도 아니다. 먹고살려고 일하는 ‘생활형 의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지’, ‘주말에 당직 근무가 없는지’가 어떤 조건보다 중요했다. 법무부 산하 기관에서 ‘공무원’ 의사로 일하면, 연차도 팍팍 쓰면서 여유롭게 살 줄 알았다. 그러나 상상 이상의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치료감호소의 총 환자 수는 1천 명 정도다. 서울 성모병원의 병상 수가 1300개이므로 치료감호소도 꽤 큰 편인데, 정신과 단과 병원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그런데 풀타임으로 일하는 정신과 전문의는 원장을 비롯해 5명뿐이다. 다른 병원에서 일하거나 개원한 정신과 의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