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Description
짧았던 여름의 빛, 고요하게 아름다운 곳, 비에이와 후라노. 신비롭고 이상한 밤, 하얀 겨울의 도시, 삿포로 그리고 오타루. 부시도록 아름다운 비에이의 풍경 속을 고양이의 걸음으로, 달고 차가운 삿포로의 눈 위를 사박사박 걸으며 발견한 홋카이도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서정적인 사진과 글, 꼼꼼한 정보로 담아낸 여행서. 부드러운 언덕 사이에 서있는 나무를 이정표 삼아 초록 들판과 황금빛 밀밭, 하얀 메밀꽃과 해바라기의 언덕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저 멀리 보라색 물결이 일렁이는 라벤더의 바다가 펼쳐지는 비에이, 그곳에서 예쁜 카페를 찾아가고 다시 가고 싶은 단골 식당을 만들며 느린 여행자의 지도를 그리며 보낸 여름은 잘 구운 빵을 통째로 먹은 듯 충만하였다. 눈과 맥주, 그리고 미식의 도시로 알려진 삿포로의 큰 길을 살짝 벗어나면 침엽수 숲이 우거진 청량한 공원과 백곰이 사는 작은 동물원 옆에 수수한 멋을 지닌 성실한 카페와 다정한 작은 숍과 소박한 맛집, 상냥한 숙소가 숨어 있다. 바다를 따라 달리는 기차로 도착한 메르헨의 세상 오타루. 시리도록 푸른 북쪽 끝 호수 시코츠호를 앞에 두고 하얀 눈을 맞으며 하는 온천욕. 꿈꾸었던 삶을 잠시 살아본 여름과 겨울의 홋카이도 여행. 혹시 당신도 홋카이도에 반하게 될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인 홋카이도. 서늘하고 청량한 여름과 하얀 눈으로 뒤덮이는 이국적인 겨울 풍경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달뜨게 하고 여행욕旅行慾을 불러일으킨다.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광활한 홋카이도의 숨겨진 보석 같은 여행지로 우리를 데려다 준다. 메르헨의 도시 오타루와 푸른 북쪽 끝 호수 스코츠호, 초록 들판과 부드러운 언덕 위의 소박한 마을 비에이와 후라노. 숲과 호수를 좋아하는 언니와 예쁜 카페와 사랑스러운 풍경을 좋아하는 동생이 비에이에서 보낸 여름과 삿포로에서 지낸 겨울. 필름 카메라로 담은 그 날의 공기와 소소하지만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을 따스하게 적어내린 여행의 감상. 내 좋은 친구에게 살짝 귀뜸해주고 싶은 여행 정보를 꼼꼼히 담은 책은 다정하고 성실하며 늘 유쾌한 여행 메이트가 되어준다. 그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서 햇빛의 파편까지 눈에 보일 듯 눈부신 계절엔 싱그러운 녹음도, 온갖 빛으로 꽃을 피워낸 언덕도 모든 것이 또렷해 보였다. 상큼한 라벤더 아이스크림은 빨리 녹아버렸지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계절은 없을 것 같았다. 아름답고 고요한 여름의 비에이. 그리고 겨울이 왔다. 온통 하얗게 변해버린 눈의 세상은 색도 소리도 적었지만 겨울의 공기는 달고 청량하였다. 신나게 썰매를 타느라 꽁꽁 언 손을 호호 손을 불며 찾은 오래된 가게의 라면은 그 온도가 딱 좋았다. 겨울의 삿포로가 하얗고 깨끗한 눈송이처럼 내 마음속에 조용히 녹아들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름의 비에이, 겨울의 삿포로. 삿포로에서 오타루 그리고 비에이와 후라노, 시코츠호까지 홋카이도의 여행지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굳이 공통점을 들자면 근사함 정도일까. 바둑판 모양으로 정돈된 도시 삿포로는 처음 찾는 우리에겐 미로를 떠올리게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이란 소설의 배경에 딱 맞는 도시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골목골목 맛있는 냄새가 솔솔 피어오르는 근사한 미로라면 한없이 헤매고만 싶다. 운하가 조용히 흐르는 오타루에 가스등이 희미하게 켜지자 읽다가 조용히 눈물을 흘렸던 어릴 적 동화가 떠올랐다. 나직한 오르골 소리와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과자점, 시간이 멈춘 듯한 거리, 오타루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동화다. 북쪽 끝 푸른 호수, 시코츠호는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온천 마을과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료칸이 있어 호젓하게 쉴 수 있다. 목가적이란 사전적 단어를 그대로 재현한 것 같은 마을 비에이는 색색의 언덕이 겹쳐진 풍광이 담담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새소리로 가득한 아침의 공기에 잠이 깨어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찻집으로 오후의 차를 마시러 가던 작은 오솔길, 해바라기가 가득 피어있던 들판, 유난히 높고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새 소리만이 간간히 들리는 그 공간은 마치 세상의 끝인 듯 고요했다. 후라노에서 키워낸 옥수수와 멜론을 사서 숙소로 돌아올 때는 이유도 모른 채 신이 났다. 꿈속을 여행하듯, 홋카이도의 나날은 고요히 빛났다. 예쁜 숙소와 보석 같은 카페, 소박한 맛집 역에서 조금 멀지만 커튼이 드리워진 창이 멋지다든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방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근사하다든가. 여행을 시작한다는 건 마음에 드는 숙소를 찾는다는 것. 그곳에 내가 있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이미 여행은 시작된다. 모두가 칭찬하는 맛 집도 좋지만 우연히 찾아 들어간 식당이 인생 맛 집이 되기도 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매일 아침 볶은 콩으로 소중히 내려준 한 잔의 커피가 여행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멋진 숙소, 맛있는 식당, 주인의 내공이 드러나는 근사한 카페. 여행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고르고 골라 만든 나만의 리스트를 공개한다. 아름다운 여행지에서의 감상 여행지에서 적어내린 글을 보면 대부분 대단할 게 없다. 그날 먹은 음식과 날씨, 그리고 ‘좋았다’ 라는 짧은 감상이 대부분이다. 열심히 적었던 것 같은데 이게 뭐야 하며 설핏 웃음이 나지만,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이 비로소 감상이 되는 것은 일상으로 돌아와 그때를 돌아볼 때가 아닐까. 여행지에서의 감상은 조금 늦게 도착한다. 필름 카메라가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여행의 기억이 살짝 옅어질 즈음 도착한다는 것. 뒤늦게 도착한 사진들을 보며 그 때의 공기를 떠올린다. 왜 이런 표정을 지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조용히 추측해보며 그 날의 즐거웠던 분위기를 복기한다. 여기까지가 여행. 조금은 부드럽게 뭉개진 화상 사이로 아무래도 좋다, 란 생각이 든다면 이번 여행도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