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시작시인선 185권. 2006년 첫 시집 『모든 기억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이후 9년 만에 나온 이운진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 『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에서는 여성으로서 살아가면서 상실할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한 처연한 슬픔을 명징한 이미지로 펼쳐냈다. 첫 번째 시집에서 보여준 시 세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의 근원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단정하고 유려한 시어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 여성의 구상화되기 어려운 깊은 감성을 눈에 잡힐 듯한 이미지로 그려내었다. 또한 그 여성의 내면 자체를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만큼 선명하게 가시화된 서정을 그려내었다. 시인이 자신의 존재에 대한 멈출 수 없는 의문과 물음, 슬픔과 고통을 토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를 통해 삶 위로 굴려내려는 끝없는 노력은 “슬픔의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와 같다”(「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 그 노력의 끝에 희망이 아닌 끝나지 않는 고통과 가시지 않는 슬픔이 있다 해도 끝없이 굴러가는 시시포스의 바위가 패여 놓은 자국처럼 시인의 이번 시들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