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허수경 · Poem
1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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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이후 4년 만에 허수경 시인이 네 번째 시집을 펴냈다. 독일에 건너간 지 햇수로 14년, 그의 시어는 이제 어둡고 쓸쓸한 느낌 혹은 고독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보다 근원적이고 거시적인 상상력을 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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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 시인의 말 제1부 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 거울 들판 언덕 잠(봄) 언덕 잠(봄)ㅡ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 항구마을 항구마을ㅡ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 가을 물 가을 불 가을 물 가을 불ㅡ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 그래, 그래, 그 잎 그래 그래 그 이파리ㅡ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 대구 저녁국 대구 저녁국ㅡ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 달 내음 그때 달은 제2부 새벽 발굴 낯익은 당신 우리는 촛대 해는 우리를 향하여 물 좀 가져다주어요 새벽 발굴 연등빛 웃음 흰 부엌에서 끓고 있던 붉은 국을 좀 보아요 회빛 병원 우물에 빈 얼굴을 지닌 노인들만 그해 사라진 여자들이 있다 오래전에 어떤 왕이 죽었다, 그때 영변, 갈잎 붉은 후추나무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 아침 그곳으로 엄마 시간언덕 그렇게 웃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날개를 삶다 제3부 불을 들여다보다 음악 선생님 또랑또랑 고요하게 손을 뻗다 달이 걸어오는 밤 기차역 앞 국 실은 차 동그라미 기억하는가 기억하는가 불을 들여다보다 저녁 스며드네 말강 물 가재 사는 물 나무 흔들리는 소리 아마도 그건 작은 이야기 눈 오는 밤 마늘파 씨앗 기차역 제4부 저 물 밀려오면 무너진 조각상 말 한 마리 검은 소 도시 혹은 여행 전에 읽은 여행 길잡이 가운데 <검은 소 도시 여행 길잡이>라는 책에 관하여 폭풍의 밤 코끼리, 거미 다리를 가진, 그 해변에서 달리가 그린, 그 코끼리 물지게 그렇게 조용했어, 눈이 내리는 소리가 들려, 배 웃는 소리 여름 내내 기쁨이여 저 물 밀려오면 - 해설 : 고고학적 상상력과 시 / 성민엽

Description

고고학적 상상력과 여성성이 빚어낸 희망의 언어 허수경 시인 네번째 시집 출간 ‘동서문학상’ 수상작인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이후 4년 만에 허수경 시인의 네번째 시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되었다.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독일에 건너간 지 햇수로 14년, 그의 시어는 이제 어둡고 쓸쓸한 느낌 혹은 고독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보다 근원적이고 거시적인 상상력을 발동한다. 고향인 진주 말을 살려 쓴 제1부의 ‘진주 말로 혹은 내 말로’가 근원에 대한 ‘그리움의 상상력’이라면 그의 전공인 ‘고대동방고고학’을 연구하며 발굴 현장에서 발로 쓴 내용들을 담은 제2부 ‘새벽 발굴’의 시편들은 시공을 넘나드는 ‘거시(巨視) 상상력’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은 ‘시인의 말’에서 언급되었듯, ‘반(反)전쟁시’들로 묶였다. 시인은 이 시편들을 통해 “우리 시대의 한 표정으로 고정시키고 싶었”다고 말한다. 먼 이국땅에서 고고학을 공부하는 시인이 오래된 지층 사이에서 혹은 현재에도 끊임없이 넘쳐나는 전쟁 소식을 접하며 마치 발굴하듯 모국어로 옮긴 한 자 한 자의 시어는 ‘시’가 ‘역사’를 대할 때 보일 수 있는 한 전범(典範)을 보이며 한국 시의 지평(地平)을 넓혔다. 허수경 시인이 발굴하는 언어는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낼 때 따라 나오는 부장품처럼 현재의 시간 위에서 부활한다. 그 시어들은 애잔한 고향 말로 되살아난 기억도 있지만 태반은 인류의 폭력을 고발하는 기억들이다. 이번 시집에서 그의 고고학 현장은 청동의 시간과 감자의 시간으로 층을 이뤄 발굴된다. 과거를 탐사하는 허수경 시인의 시어는 뒤표지 글에 그가 쓴 산문처럼 언뜻 “뒤로 가는 실험”처럼 보일는지도 모르지만 실은 진실을 해부하는 ‘현재의 현장 한가운데’를 꿰뚫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고학적 상상력과 여성성의 시어들로 빚어낸 언어는 다름 아닌 ‘희망’임을 감지하게 된다. ■ 시집 소개글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에서 시인은 고대의 유적들을 발굴하듯이 언어와 육체를 발굴한다. 시인이 발굴하는 언어는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낼 때 따라 나오는 부장품처럼, 지금은 시인에게만 속해 있는 과거 존재의 화석들처럼, 현재의 시간 위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 언어들은 마치 거울 들판 속으로 들어가거나 나오듯이, 내 속의 달이 걸어 나와 나를 비추듯이 현재와 맞서 있다. 똑같은 방식으로, 시인의 발굴을 통해 드러난 잊혀지거나 숨겨진 과거의 육체와 전쟁 유물들은 거짓된 평화로 매끈해진 현실의 거울 면에 적나라하게 비친다. 이렇듯 시인은 먼 이국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육체의 거울에 고향을 비추거나, 머나먼 고향의 거울에 자신의 육체를 비춘다. 해설 중에서 〔허수경의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에서는〕 현재와 과거(고고학적인 거시적 규모에서의 과거)가 반복 순환의 원리 위에서 겹쳐지고 있다. 이 시집의 많은 시편들이 이러한 겹침을 보여주거니와, 이러한 상상력을 고고학적 상상력이라고 불러볼 수 있겠다. 이 고고학적 상상력의 비관주의는 극단적이다. 한 지층의 내용은 ‘전쟁과 살육’이고 그 지층의 끝은 파괴층이며 이러한 지층의 반복 순환이 인류의 역사이니 말이다. 그 비관은 거의 인간에 대한 환멸에 다다를 정도이다. 그러나 정작 시인이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희망이다. 시집의 뒤표지 글에서 “이런 비관적인 세계 전망의 끝에 도사리고 있는 나지막한 희망, 그 희망을 그대에게 보낸다”라고 쓴 시인은 이어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한 도시가 세워지고 사람들이 한 세상을 그곳에서 살고 그리고 사라진다는, 혹은 반드시 사라진다는 이 롱 뒤레의 인식이 비극적인가? 그렇다면 이것은 인간적인 그리고 자연적인 비극이다. 그러므로 그 비극은 비극적이지 않다.” 여기서 ‘그러므로’라는 말에 이끌려 나오는 결론은 그다지 설득력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인간적’ ‘자연적’이라는 말의 실제 내용이 무엇인지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은 이 시집의 ‘시’가 그 실제 내용이다. 그것은 산문으로는 온전히 나타낼 수 없는, 오직 ‘시’로써만 나타낼 수 있는 그러한 것이리라. 우리는 그 ‘시’를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시집에는 주목할 만한 이미지들이 여럿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달’이다. ‘달’은 기왕의 무수한 시편들 속에 무수히 등장해온, 그래서 그 자체로는 조금도 신기할 것이 없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허수경의 ‘달’은 종전의 무수한 ‘달’들과는 구별되는 자기만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 특성이 허수경의 ‘달’을 참신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 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물’이다. 이 역시 중동 지역의 고고학적 발굴 경험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생각되거니와 이 시집에서 물의 결핍은 중요한 모티프가 되고 있다. [……] 요컨대 ‘달’과 ‘물’은 허수경 시인이 독자들에게 보내고자 하는 희망의 근거이고, 비극을 더 이상 비극적이지 않게 해주는 ‘인간적’ ‘자연적’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의 본질은 요즘의 유행어로 바꿔 말하면 여성성이다. 나는 이 여성성이 여성의 여성성이 아니라 인간의 여성성이라고 생각한다. 허수경의 시는 고고학적 상상력의 비관주의가 그 여성성과 결합하여 빚어낸 희망의 언어라 할 수 있다. __성민엽의 해설, 「고고학적 상상력과 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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