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의 집필기간, 일본 현지 미스터리 분야 베스트 10년간 장기집권
‘누쿠이 도쿠로’의 ‘범죄 신드롬 3부작’ 제1탄!
사회 곳곳에서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신종범죄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무차별살인’이라 할 만큼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또한 범죄연령도 낮아지고 갈수록 범죄의 강도가 상상 이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모든 사건들은 과거라면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요즈음에는 심심치 않게 매스컴을 달군다. 그만큼 사회가 복잡해지고 갈등이 심화되면서 마치 사회적인 병리현상과 같은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이를 탁월한 솜씨로 풀어낸 미스터리 소설이 출간됐다. 현실적 소재, 독특한 캐릭터와 설정, 그리고 리얼한 상황묘사, 가슴이 절절할 만큼 정교한 심리묘사가 압권인 일명 ‘증후군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증후군 시리즈’의 작가는 25세 때 집필한 <통곡>으로 이미 아유카와 데츠야상 최종후보에 오른 누쿠이 도쿠로. 누쿠이 도쿠로는 사회현상과 피해자의 심리를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묘사하는 능력을 지닌 작가라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소설의 오락성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메시지, 작가의 역할까지도 함께 고민하는 작가로서, 일본 내에서는 이미 장기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중견작가로 굳건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도쿄의 젊은이들이 연속해서 사라지고 있다!
자발적 실종인가? 아니면 비참한 사건의 전주곡인가?
<실종증후군>은 <유괴증후군>, <살인증후군>으로 이어지는 일명 ‘증후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증후군’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는 사회 곳곳에서 신드롬처럼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이상병리현상을 종합해서 하나의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추적해나가는 방식을 택한다. 또한 비밀경찰이 수사의 주역인 만큼, 법을 넘어서서라도 사건을 반드시 해결해서 ‘결론’을 낸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가장 큰 강점은 ‘리얼함’에 있다. 각각의 사건이 상당히 현실적이라서 읽고 있으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나’ 싶은 느낌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실종증후군>에서는 제목 그대로 ‘실종’이 주된 소재인데, 현실적으로 봐도 ‘실종자’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소설은 그중에서도 ‘자발적 실종’을 택한 사람들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지금 여기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나만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도쿄의 젊은이들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연속해서 자취를 감춘다. 지금, 여기의 현실을 감당할 수 없어서, 부모의 기대가 버거워서, 지금까지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어서, 한마디로 인생을 ‘리셋’하고 싶어서 그들은 ‘자발적인 실종’을 택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자신의 의사대로 인생을 마음껏 펼칠 수 없다는 ‘상실’감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아웃사이더’의 삶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언뜻 보면 만화적인 설정이지만, 현대사회에서의 버거운 삶에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욕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젊은이들의 선택에 일견 공감하게 된다. 또한 비단 소설 속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실종신고가 되지 않은 행방불명자까지 생각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아마 그중에는 소설 속 인물들처럼 자발적으로 종적을 감춘 사람도 있을 것이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신분을 숨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무엇인가 사건에 휘말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실종이 더 큰 범죄나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도 실종은 그저 실종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의 물결, 그러나 도시 속에서 사람들은 모두 익명이며 고독한 존재다. 그리고 그 물결 속에서 발 디딜 만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실종에 이끌리게 된다. 온통 벗어나고 싶은 현실뿐인 이곳에서 탈출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고자 하는 것이다. <실종증후군>에서 다마키 비밀수사팀은 도시 곳곳에서 사라지는 젊은이들의 실종에 모종의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그 실체에 접근해나간다. 그리고 그 가운데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자유를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
닥쳐오는 어둠의 그림자
‘자발적 실종’이란 자신이 살던 공간에서 완전히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이전의 삶이 소외감과 상실감에 지배당했다면, 그 이후의 삶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때때로 새로운 삶은 ‘공포’를 수반하기도 한다. 자신을 뒤쫓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자신과는 상관없는 사건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공포. 결국 ‘실종’은 해결책이 아닌 ‘현실도피’일 뿐인 것이다.
<실종증후군>에서는 비밀경찰 중에서도 특히 하라다가 주역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의 딸이 사건에 휘말리며 점점 해체되어가고 있는 ‘가족’의 의미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실종’이란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실종증후군>은 실종자와 그 배후의 인물을 뒤쫓는 흥미로운 추격전이 펼쳐지는 가운데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가족에게서,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스스로’에게서는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 다마키 비밀수사팀 등장인물 소개
다마키 게이고
경시청 경무부 인사2과에 근무하는 수수께끼의 인물. 형사부장도 마음대로 못하는 비밀수사팀의 리더다. 비밀수사팀은 경찰에서 다루기 힘든 사건을 초법적인 수단으로 해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 팀을 이끄는 다마키는 마치 신사복 모델 같은 외모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 일체의 감정을 배제하고, 오로지 사건해결에만 매진하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하라다 마사이치로
과거에 경시청 수사1과에 근무한 경력을 지닌 사립탐정. 차근히 계획을 세우고 착실하게 수사를 실행하는 것이 하라다의 수사방법. 웬만한 열쇠는 모두 3분 안에 딸 수 있는 재주를 가졌다. <실종증후군>의 주역이다.
무토 다카시
경시청 기동대 출신으로, 현재는 탁발승으로 살아가고 있다.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진 것처럼 심각한 성격에, 무뚝뚝하기 그지없다. 고통을 수행으로 생각하는 기이한 인물. 무신경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속정이 깊고, 내면에 감당하기 어려운 야수성을 지니고 있다. <유괴증후군>의 주역이다.
구라모치 마사하에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의욕적으로 수사에 임한다. 교통과에 근무하던 전직 경찰로서 지금은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하고 있다. 껄렁한 말투에 폭력적인 성향이 강한 구라모치지만, 누구보다 큰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멤버다. <살인증후군>의 주역으로 다마키 비밀수사팀을 해체로 이끄는 인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