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떻게 당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우리나라에선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 안타까운 마음에 간단한 묘를 만들어 매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땅에 묻는 것은 위법이고, 쓰레기봉투에 처리하면 합법이다. 우리나라가 죽음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예다.
건물 엘리베이터의 4층 번호마저도 죽을 死 자가 연상된다고 F로 바꾸어 놓았다. 입시생, 고시생은 장례식에 오지 못하게 한다.
세계 행복지수 조사, 국민 삶의 질 지표 등 우리 삶을 보여주는 통계조사 결과에 대해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익숙할 것이다. 이런 조사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죽는지도 알 수 있을까.
2015년 영국의 저명한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는 세계 ‘죽음의 질’ 지수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1위는 영국이 차지했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6위, 일본이 16위를 차지했으며, 한국은 18위였다.
행복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죽는 것도 생각보다 순위가 높지 않다. 한국에서는 죽는 비용도 상당히 크다. 한국에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1억 원의 병원비를 쓴다면, 죽기 한 달 전에 50%인 5000만 원을 사용하며, 죽기 3일 전 2500만 원을 사용한다. 즉 임종이 가까워질수록 과잉 진료가 이루어지고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웰다잉플래너’라는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로 수년간 활동해왔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마주 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15년 이상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해왔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나 최근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고독사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돕는다.
사람들과 죽음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어 광화문과 대학로에서 거울로 만든 영정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아직 우리는 잘 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아무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죽음을 함께 이야기해자며 차분하게 말을 걸어온다. 이 책은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는 저자의 기록이자 우리가 죽음을 배우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사용하는 ‘한 번 사는 인생’이라는 말은, 반대로 삶에는 반드시 죽음이 온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지를 고민하고, 내일의 안정보다는 오늘의 행복을 선택하는 자세다. 사람들은 언젠가 끝날 삶을 살고 그 뒤엔 죽음이 있으므로 지금 행복해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다. 우리는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을 제대로 살고자 한다.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려면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 죽음은 늘 두렵고 불편한 주제지만, 죽음이 없는 삶은 없다. 죽음도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로 받아들인다면 거기서 더 없이 소중한 삶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거울에 죽음을 비춰봤더니 삶이 마주 섰다. 사람들은 살아온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죽음의 모습은 곧 삶의 모습이었다. 잘 죽기 위해선 잘 살아야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죽음을 통해 다시 삶이 궁금해졌다.”
이 책에서는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천 명의 사람이 있다면 천 가지의 죽음이 있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두렵기만 한 죽음을, 그러나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죽음을 조금이라도 덜 두렵고 덜 고통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죽음이 있으므로 삶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오직 한 번뿐인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잘 죽는 것이 곧 잘 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