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오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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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시대로부터 해방 공간, 독재 정권 시절에 이르는 비극적 역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가족사와 시대고를 형상화한 소설집. 제9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집 『불꽃놀이』에는 「옛우물」 「파로호(破盧湖)」 등을 포함하여 총 5편의 중·단편소설이 묶였다. 오랜 시간 틈틈이 발표된 작품들로서, 작품 속 화자가 다양함은 물론이고 다루는 시공간적 배경도 다채롭다. 1980년대 중반 2년여 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발표한 소설 「파로호」에서 작가는 남편을 따라 미국 유학을 떠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곳이 싫어 저곳’으로 떠났지만 저곳에서도 텅 빈 공허함을 떨치지 못한 채 홀로 귀국하는 주인공의 귀환을 그렸다. 중년에 이른 여성을 화자로 삼은 작품 「옛우물」도 특징적이다. 무료할 정도로 안전하게 흘러가는 45세 주부의 이야기로, 오로지 홀로 쉴 수 있는 빈집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여성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들면서 충분한 듯 보이는 삶에 대한 회의감을 충실히 따라간다. 「불망비(不忘碑)」는 해방 전후의 시대상을 배경을 삼았다. 그간 작가로서의 오정희가 자신의 유년 시절과 성년으로서의 삶을 재료로 작품을 써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작품은 그가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를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작가가 부모님을 통해 전해들은 내용을 재구성한 작품으로서 혼란스러운 시대적 배경과 그 안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개인들 간의 이야기가 어린 아이의 시선을 따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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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우물 파로호(破虜湖) 그림자 밟기 불꽃놀이 불망비(不忘碑) 작가의 말

Description

여전한 현재형의 사유와 문장으로 읽는오정희 문학 50년의 전경(全景)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독일 리베라투르 상 수상한국 현대 여성소설의 원류이자 작가들의 작가, 오정희1968년 단편 「완구점 여인」으로 데뷔한 이래, ‘소설 쓰기의 전범’ ‘작가들의 작가’ ‘단편 미학의 정점’ 등 숱한 명명과 함께해온 작가 오정희(1947~ ), 그녀의 주요 소설들을 새롭게 정비한 〈오정희 컬렉션〉(전 5권, 문학과지성사, 2017)이 출간되었다. 겹겹의 강렬한 이미지와 상징의 언어, 시적인 문체, 현실과 기억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치밀한 구성력을 바탕으로 오정희의 소설은 삶의 허기, 근원적인 불안과 슬픔에 사로잡힌 존재의 심연을 탐색하고 성찰해왔다. 거부와 순응, 질서와 혼돈, 안주와 탈출의 욕망이 쉼 없이 교차하고, 개인적 기억에서 신화적 차원의 ‘깊은 과거’로 읽는 이를 추동하는 오정희 소설은 읽은 이라면 누구나 사로잡히고 마는 그 “정밀하고 비밀스럽고 무서운 아름다움”으로 일찍이 한국 현대문학의 ‘살아 있는 신화’가 되었다. 특히 전후와 산업화를 거치며 한국 사회에 더욱 깊게 뿌리 내린 가부장적 질서 안에서 여성의 몸, 여성적 삶, 여성의 정체성이 겪는 내밀한 감정을 형상화하는 데 독보적인 성취를 이루며 이후 한국 여성문학의 원류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 이후 한국 여성문학의 테마와 방법 대부분은 오정희의 작품을 근간으로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자의 내면독백을 앞세워 실제 현실과 환상의 구분을 모호하게 처리하는 수법, 단정적인 해석을 거부하는 시적 언어의 효과, 여성성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작가의식. 이 모든 것은 오정희 문학의 인장(印章)인 동시에 시간을 뛰어넘어 1990년대 여성문학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자 방법론이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 한국 여성문학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엔 오정희 소설이 있다.” (심진경, 문학평론가/국민일보 2017.5.30)“태어나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사라져버린 말들”(「파로호」), 그 여성의 언어를 발설하려는 절실한 욕망을 담다지난 2013년 한국과 일본의 여성작가들이 함께한 대담에서, 여성적 자의식이 작품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오정희는 “나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적 삶의 조건과 현실, 심리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가장 절실하고 잘 다룰 수 있는 주제”라고 답한 바 있다. 역시 “소설은 미지의 독자를 향한 것이지만 결국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내 안에 아직 형상화되지 않은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하고 기대하게 된다. 그것은 인생은 끝까지 다 마신 술병이거나 다 읽은 책이 아니라는 얘기”라며 자신의 소설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삶의 방식이자 사랑의 방식으로 문학을 택한”(2007년 『오정희 깊이 읽기』 대담에서) 작가의 이런 고백들 속에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예나 지금이나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글을 쓰는 것의 실존적 사회적 의미에 대한 작가 오정희의 고민을 짐작해볼 수 있다. “오정희 문학 50년은 한국 문학이 여성적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존재론적 성찰의 새로운 지평을 전복적으로 환기한 50년이고, 한국 소설이 새로운 담론과 문체로 정녕 문학적인 문체의 집을 지을 수 있었던 50년이었다.” (우찬제, 문학평론가) 겹겹의 문장에 복잡다단한 욕망을 아로새기며삶의 진실과 인간 존재의 허무를 보여주는 작품집 5종 리뉴얼이번 〈오정희 컬렉션〉을 새롭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가까이는 10년 사이, 멀게는 40년 만에 다시 펼쳐든 교정지를 앞에 두고 문장들에 골몰했다. 더러는 정성을 기울여 문장을 다듬기도 했다. 여기에 초판 편집상의 오류를 바로잡고 본문 디자인과 책의 장정 또한 새로 꾸렸다. 이번 컬렉션이 오정희 소설이 익숙한 독자에겐 오랜 벗의 반가운 안부로, 교과서로만 접했던 독자에겐 오정희 문학의 진면목을 경험하는 계기로 다가가길 기대해본다.제9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집 『불꽃놀이』에는 「옛우물」 「파로호(破盧湖)」 등을 포함하여 총 5편의 중·단편소설이 묶였다. 『바람의 넋』 이후 약 10년의 시간이 흐른 후 묶인 네번째 창작집이다. 오랜 시간 틈틈이 발표된 작품들로서, 작품 속 화자가 다양함은 물론이고 다루는 시공간적 배경도 다채롭다. 특히 1980년대 중반 2년여 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발표한 소설 「파로호」에서 작가는 남편을 따라 미국 유학을 떠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곳이 싫어 저곳’으로 떠났지만 저곳에서도 텅 빈 공허함을 떨치지 못한 채 홀로 귀국하는 주인공의 귀환을 그렸다. 중년에 이른 여성을 화자로 삼은 작품 「옛우물」도 특징적이다. 무료할 정도로 안전하게 흘러가는 45세 주부의 이야기로, 오로지 홀로 쉴 수 있는 빈집을 계속해서 찾아가는 여성의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들면서 충분한 듯 보이는 삶에 대한 회의감을 충실히 따라간다. 「불망비(不忘碑)」는 해방 전후의 시대상을 배경을 삼았다. 그간 작가로서의 오정희가 자신의 유년 시절과 성년으로서의 삶을 재료로 작품을 써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작품은 그가 태어나기도 전의 이야기를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작가가 부모님을 통해 전해들은 내용을 재구성한 작품으로서 혼란스러운 시대적 배경과 그 안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개인들 간의 이야기가 어린 아이의 시선을 따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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