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내에서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를 전담하는 이들을 일러 여자는 스튜어디스, 남자는 스튜어드라고 부르는 항공 승무원. 이들은 가끔 뭇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항공 승무원들의 유니폼은 멋지고, 매무새는 단정하며, 매너도 세련됐다. 어디 그뿐인가. 월급까지 받아가면서 세계 곳곳을 구경할 기회도 있다. 그러니 항공 승무원 취업 경쟁률이 높은 건 당연한 일 아닐까?
하지만 항공 승무원들의 그런 ‘화려한 모습은 공항에서 가방 끌고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만이다. 일단 비행기에 탄 순간부터 항공 승무원은 막말로 ‘천하장사’다. 무거운 기내 물품을 들어야 하고, 맥주 한 박스, 신문 한 묶음도 번쩍 들어 올려 정리해야 한다. 그뿐인가. 아픈 사람이 있으면 간호사처럼 돌볼 줄도 알아야 하고, 불이 나면 소방관처럼,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교관처럼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승객이 토해 놓은 오물도 치워야 한다.
항공 승무원들이 전하는 어려움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새내기 시절 카트의 음료를 승객에게 쏟고는 선배한테 혼나 화장실에서 우는가 하면,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다녀 ‘저녁에 출근하는 남자’로 오해도 받는다. 비행기에서 승객들에게 마술 쇼를 보여 주느라 마술 연습에 몰두해야 하는가 하면, 하늘이 무너져도 비행 스케줄에 맞춰야 해 자명종을 서너 개씩 끼고 자야 한다.
남들은 부러워하는 해외 생활도 이들에게는 스트레스일 때가 많다. 심지어는 향수병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사표 쓰고 나가는 사람도 있다. 그런 와중에도 해야 할 공부는 왜 그리 많은지…. 매일매일 업그레이드되는 비행 전에 익혀야 하는 사항들을 확인해서 숙지해야 하고, 매년 몇 번에 걸쳐 영어 시험과 방송 시험을 치러야 한다. 항공 승무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필자들은 한동안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 “난생 처음 외국 구경을 가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며느리가 볶아 줬다며 검은콩 한 줌을 반 강제로 입에 넣어 주시며 ‘총각이 예뻐서 내가 주는 겨.’라고 말씀하실 때 입 안 가득 고소함과 따스함이 번지고”, “조기 유학 간 아들을 1년 만에 만난 어머니가 별달리 해 준 것도 없는 우리에게 90도로 인사하며 고맙다고 말씀하실 때 눈시울이 뜨거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 ‘총각, 수고했어.’ 하며 궁둥이 툭툭 쳐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나의 승객들이 있는 한 계속 비행기를 탈 것”이라고 다짐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세상일은 알 수 없는 법. 언젠가 항공 승무원으로 비행기를 탈 수 없는 날이 온다면? 그런 경우라도 의외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훈련원 강사로 지상 근무를 할 수도 있고, 인터뷰나 메이크업 요령, 영어 등을 가르치는 승무원 양성 학원 강사도 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이미지 메이킹과 직장인의 매너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는 이미지 컨설턴트로 살아갈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항공 승무원 경험이 비행기를 타는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