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세계가 밀림이 되면 야수의 시대가 온다 2022년 한국인이 읽어야 할 가장 중요한 책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정원과 같다. 누군가가 정원사의 역할을 하지 않으면 금새 잡초와 넝쿨로 뒤덮여 버린다. <밀림의 귀환(The Jungle Grows Back)>의 저자인 로버트 케이건은 지난 70여 년 동안 미국이 세계의 정원사 역할을 자처했기에 세계는 평화를 유지하고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정원사의 역할에 지쳐가고 있으며, 막중한 도덕적, 물질적 책임을 내려놓고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행동하고 싶은 유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밀림의 귀환>은 미국이 정원사의 역할을 내려놓게 되면 세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리고 그러한 사태를 막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 중 하나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로버트 케이건이 쓴 <밀림의 귀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역사에 대한 놀라운 혜안으로 가득 차있다. 로버트 케이건은 트럼프의 등장 훨씬 이전부터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쇠퇴하고 있다거나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들에 맞서왔다. <돌아온 역사와 깨진 꿈>(2008)에서 냉전 종식 이후 “역사의 종말” 선언이 왜 섣부른 것이었는지 이야기했고 <미국이 만든 세계>(2012)에서는 미국 쇠퇴론을 반박하며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옹호했다. 이 책 <밀림의 귀환>에서는 세계 문제에 대한 오바마의 소극적 행보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미국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약화되고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결국 자유주의 질서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계 민주주의 동맹을 복원하려는 바이든 정부의 노력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성공적일지, 2024년 대선에서 미국의 진로가 다시 바뀌지는 않을지 이 책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인들이 아니라 한국인들을 위해 쓰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가장 큰 수혜자는 한국이고 그 질서가 무너지면 가장 큰 피해자도 미국이 아니라 한국일 수 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안정자의 역할을 내려놓으면 동아시아 역시 과거의 권력 구조로 돌아가게 된다. 유리했던 세력균형이 사라지고 한국은 가장 불리한 처지가 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세계질서와 함께 한국의 평화와 번영도 저물게 될지 모른다. 한국인들이 ‘밀림의 귀환’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역사가 돌아오고 밀림이 돌아오고 있다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붕괴하는가 저자는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역사의 필연이 아니라 우연적 산물에 가깝다고 말한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라는 패권국이 부상했고 그 패권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였기에 가능한 질서였다. 2차대전이 끝나면서 제국의 시대가 막을 내렸고 수많은 식민지 국가들이 독립했다. 미국의 보호 아래 국가들은 이웃나라와의 전쟁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정학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작은 나라들도 세계의 자원과 시장에 비교적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 미국을 따라 많은 나라가 민주주의로 전향했다. 무엇보다 가장 국가주의적인 전제 국가였던 독일과 일본이 자유주의 국가가 되었다. 저자는 소련이 스스로 제국의 해체를 선택했던 것도 서구의 봉쇄정책의 성공 때문만이 아니라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자신을 위협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드디어 냉전 종식과 함께 자유주의의 최종적 승리로서 ”역사의 종말’이 선언되었다. “역사의 종말”이 선언되고 3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당하고 지정학이 부활하고 있다. 저자는 역사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말한다. 러시아는 당장이라도 우크라이나를 접수할 기세이고 우크라이나가 넘어가면 벨로루시가 넘어갈 것이고 유럽의 지정학은 요동치게 될 것이다. “독일 문제“가 다시 유럽을 뒤흔들게 될 것이다. 중국은 대만 침공을 예고한다. 대만을 장악하면 남중국해가 중국의 수중에 떨어질 것이다. ”정상 국가“를 꿈꾸는 일본에게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뿌리깊은 군국주의 국가로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터키는 지금도 지역 맹주를 자처하고 있고 이란은 권토중래하게 된다. 규범이 아니라 힘이 지배하는 밀림 같은 세계가 펼쳐지게 된다. 반면 해외개입 축소에 대한 미국 국민의 요구는 지난 30년 동안 점점 강해지고 있다. 미국인은 자국이 무엇 때문에 세상만사에 그토록 깊이 관여하고, 중동과 같은 가망 없는 지역에 인명과 돈을 쏟아 부어야 하며, 무엇 때문에 독일, 일본, 남한 같은 부유한 동맹국들을 지키기 위해서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국제사회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나라”라는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은 점점 호소력을 잃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되돌리지 못한다면 미국 역시 자국 이익에 충실한 “정상 국가”처럼 행동하게 될 것이다. 결국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지정학적 갈등이 점점 치열해지지만 미국은 방관하는 1930년대의 양상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은 세계의 정원사 역할을 내려놓을 것인가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교차하는 나라 미국 냉전이 끝난 지 30여 년이 지났고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20여 년의 대테러 전쟁도 막을 내렸다. 저자는 오늘날 미국인들이 제기하는 의문은 1차대전 종전 후 20년 동안 미국인들이 제기한 의문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미국인들은 자신의 안보와 생활방식에 대한 실존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여기지 않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위협은 가시적이나 불확실하고 막 치른 전쟁(냉전과 대테러 전쟁)으로 인해 미국인들은 지치고 환멸을 느끼고 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가장 부유하고 가장 막강한 나라이지만 압도적으로 막강한 나라는 더 이상 아니다. 당시에는 1920년 대통령 후보였던 워런 하딩이 주장했듯이 “미국을 우선” 돌보고 세계 문제를 해결할 책임 다른 강대국들이 맡게 내버려두자는 주장이 그렇듯 하게 들렸다. 오늘날 대부분의 미국인들처럼 그들은 “정상으로의 회귀‘를 촉구했다. 그들은 눈 앞에 놓인 위험을 못 본체 하는 고립주의자라는 평판을 얻었지만 그들은 고립주의자도 아니었고 마땅히 제기할 수 있는 주장을 한 것뿐이었다. 그리고 결국 2차대전 참전을 결정하고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구축한 것도 이들이었다. 오늘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고하고 있고 중국은 대만 침공을 호언한다. 두 예고된 지정학적 사건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그 붕괴의 시작을 의미할 수 있다. 미국이 과연 물리적으로 개입할 것인지가 문제다. 미국은 20년 넘게 중동의 정세에 개입해왔지만 참담한 실패를 겪어야 했다. 두 사건에 미국이 개입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히틀러가 처음 전쟁을 시작했을 때도 미국이 파시즘이라는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기사 노릇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미국인들은 우려스러운 지정학적 추세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고 궁극적으로 아무런 소득이 없는 전쟁에 빨려 들어가는 상황을 더 우려할 수 있다. 미국은 머지 않아 세계의 정원사 역할을 내려놓을 것인가? 미국은 단지 물질적 이해관계만으로 세계에 개입해 온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물질적 이해관계가 없는 사안에 숭고한 이념을 위해 무턱대고 개입하지도 않았다. 1914년 유럽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인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지만 결국 경제적 이해관계와 정치적, 도덕적 세계관을 공유하는 “대서양 공동체”를 방어하기 위해 참전했다. 1930년대에 파시즘이 유럽을 휩쓸고 일본이 중국을 침략해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무관심했지만 유럽이 히틀러의 수중에 떨어지려 하자 결국 2차대전에 뛰어들었다.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윌슨 대통령의 1차대전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