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Description

마티의 온(on) 시리즈 2권이 출간되었다. 소셜 미디어에서 도서관 애호가이자 비평가로 정평이 난 ‘도서관여행자’(트위터 @kpark_librarian)의 『도서관은 살아 있다』이다. 미국에서 공공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100선보다 동네도서관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연에 관심이 많다. 사서가 입술에 검지를 갖다 대며 “쉬이잇!” 엄포를 놓는 사람이 아니라 이용자와 지역 공동체의 필요에 활기차게 응답하는 사람임을, 도서관이 그 어떤 공간보다 동사들로 가득한 공간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수시 방문 가능, 모든 활동 환영, 무료 도서관만큼 ‘열려 있다’라는 동사가 어울리는 공간이 있을까? 여름의 폭염을 피해, 하교 후 학원 차량을 기다리는 사이에, 미팅까지 살짝 뜬 시간을 때우러, 정수기를 이용하려고, 지역 뮤지션의 공연을 보려고, 그리고 책을 빌리러 사람들은 무시로 특별한 이유 없이 도서관에 드나든다. 도서관은 그야말로 ‘도시의 거실’인 셈이다. 저자는 거실 문을 열어놓는 사서였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사서로 일하며 그는 수많은 이용자를 맞았고 그들에게서 삶을 배웠다고 말한다. 고령자, 노숙인, 어린이,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사람, 마약 중독자의 보호자, 유니콘을 믿는 사람… 모두 도서관을 찾았고 도서관은 그들을 환대했다. 그러는 사이 도서관에 푹 빠져 세계 곳곳 도서관을 돌아다니는 도서관여행자가 되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배경이 된 멜크 수도원 도서관에서 저소득층 싱글맘 공동주택 1층에 위치한 도서관까지 다니며 그는 멋진 감상과 예리한 비평의 글을 써왔다. 도서관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낳은 이야기들이 책에 가득하다. 시끄러운데 조용한 도서관이 가능한가요? 저자는 도서관에서 누구보다 시끄러운 사람은 사서라면서 웃는다. 재잘거리는 청소년 이용자들에게 정숙의 눈짓을 줄 것 같지만, 실은 이용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서가를 안내하고 좋은 책을 추천하느라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사서라는 말이다. 몸으로 도서관을 즐기는 어린이 이용자와 청력이 약해진 고령 이용자에게도 시끌시끌한 도서관 환경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질 테다. 문제는 조용한 환경을 원하는 이용자다. 저자는 그런 이용자에게 귀마개를 제안했던 도서관 관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일의 한 도서관에 귀마개 자판기가 설치돼 있었다는 여행 후기와 함께 말이다. 귀마개라니! 재치 있고 알맞은 제안이 아닐 수 없다. 도서관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낭독회, 북토크, 음악회 등을 열거나 랩 배틀이나 레슬링 경기 등 명랑 운동회 급의 행사도 연다.(77쪽) 음악 창작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미디어 랩(media lab)도 인기가 많다.(151쪽) 정숙실은 도서관이 품은 여러 공간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도서관의 소란이 지역 공동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고 믿는 저자의 글을 통해 독자들은 앞으로 우리 동네 도서관이 어떤 소동을 일으키며 진화할지 절로 궁금해질 것이다. 사생활을 지켜드립니다 도서대출카드를 경험한 운 좋은 세대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면서도 저자는 과거의 도서대출카드가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한다. 실제로 일본의 한 신문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서 대출 목록을 공개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125쪽) 개방된 도서관 서가와 책을 대출하며 사서와 마주쳐야 하는 상황은 사생활 보호 문제와 직결되기도 한다. 특정 종교, 성적 지향, 2차 성징 등 민감한 주제의 정보가 필요한 이용자에게 도서관은 너무나 열린 곳일 수 있다. 민감한 주제의 도서를 대출 기록을 남기지 않고 이용자가 스스로 대출·반납하도록 하는 등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126-127쪽) 『도서관은 살아 있다』 속 실화들은 동시대의 사회 문제와 연관된 생각거리를 잔뜩 던져준다. 도서관에서 시민에게 책을 빌려주면 해당 책의 판매가 줄어들어 작가에게 돌아갈 인세가 감소함에 따라 도서관이 작가에게 손실보전을 해주어야 한다는 ‘공공대출권’ 도입 문제(51쪽), 연체료 제도가 취약 계층의 정보 접근성에 미치는 문제(130쪽), 다른 언어권 사서의 고용 문제(106쪽) 등이 그렇다. 고풍스럽고 화려한 외관에 주목하는 화보집이나 고대부터 도서관의 수천 년 역사를 다루는 책과는 조금 다른 점이다. 사서의 존재감 『도서관은 살아 있다』가 들려주는 사서들에 관한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다. 1989년 지진으로 샌프란시스코 도서관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서가가 무너지며 책들이 바닥에 나뒹굴었고 임시 열람실은 너무 작아 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도서관은 그해 대출이 된 책, 지난 2년간 대출이 있었던 책, 2년 넘게 대출되지 않은 책을 그린카드, 옐로카드, 레드카드를 끼워 넣어 분류했다. 하지만 이 분류에 따르면 음악, 예술 분야 책을 대거 폐기할 수밖에 없었고, 사서들은 몰래 카드를 바꿔 폐기 위기에 처한 책을 구해냈다. ‘게릴라 사서’의 첫 등장이다.(45쪽) 글자 속공간을 칠하거나 밑줄 친 흔적을 지우고(38쪽), 칸칸이 막힌 열람실에 이용자가 남아 있지 않은지 숨바꼭질을 하고(83쪽), 오래도록 모습을 비추지 않은 고령 이용자에게 안부 전화를 거는(65쪽) 사서들의 일 이야기는 재미있고 애틋하다. 사서는 자료를 수집하고 폐기하는 업무뿐 아니라 이민자, 노숙인, 고령자의 공동체 생활을 위해 변화를 꾀하는 일을 맡고 있다. 점차 다변화하는 도서관의 역할은 반갑지만 사서의 일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고민을 남긴다. 추천합니다! 디지털도서관 15곳, 세계 곳곳 도서관 여행지 48곳 ✓미디어 역사 디지털 도서관 - 저작권이 소멸된 영화, 방송 관련 도서, 빈티지 팬 잡지들을 디지털화해 수백만 페이지가 넘는 원문을 제공한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노스리지 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 클래식 기타 연주자들에게는 보물 상자와도 같은 사이트! 수 세기에 걸친 기타곡의 악보를 제공한다. ✓코넬 대학교 조류학 연구소 맥컬레이 도서관 -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연사 아카이브. 조류 및 해양생물의 울음소리를 채집해 녹음한 오디오 자료를 포함, 약 4천만 개의 디지털 자료를 제공한다. … 재치 있는 문장들 사이사이 알찬 정보를 촘촘히 담았다. 틈틈이 각종 도서관 정보를 모아온 저자는 이 책에 ‘당신의 즐겨찾기에 담아야 할 디지털도서관’ 15곳(114쪽)과 ‘당신의 여행 계획에 넣어야 할 도서관 여행지’ 48곳(170쪽)을 풀어놓았다. 또한 온(on) 시리즈에는 참고문헌 대신 저자의 생각을 키워준 경험이나 자료의 출처를 밝히는 코너를 책마다 조금씩 다르게 해 넣는데, 1권 『스페이스 (논)픽션』에서는 정지돈 작가가 공간에 관한 글을 쓰게 된 경위를 밝힌 ‘코멘터리’를 실었고, 2권 『도서관은 살아 있다』에서는 저자의 방대하고 밀도 높은 ‘서재’를 소개한다(186쪽). 도서관, 책, 아카이브에 관련한 책, 동영상, 사진, 영화 자료까지, 마치 작은 도서관에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