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도면과 해설로 보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 세계
그리고 그가 말하는 집의 의미
현존하는 건축가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인물 안도 다다오. 그는 프리츠커 상, 칼스베르크 건축상, 교토 상, 프래미엄 임페리알레 상을 모두 수상한 유일한 건축가이다.
건축과 무관한 이라도 '안도 다다오'라는 이름에 낯설지 않은 것은 이제는 노출콘크리트로 대표되는 그의 기법이 국내에서도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권투선수 출신에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한 특이한 이력, 타협을 모르는 건축에 대한 고집, 자연과의 조화를 꾀하면서도 완벽한 기하학적 구조를 보이는 탁월함, 현대적인 아이디어로 전통을 고수하는 그의 모습은 스스로를 현대건축의 살아 있는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이 책 『안도 다다오』는 그의 건축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주택을 중심에 놓고 절정기의 작업들을 정리한 책이다. 이례적으로 각각의 주택과 건축물의 사진, 도면과 평면도, 시공 관련 기록을 자세히 수록하였고, 발상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스케치까지 그대로 실었다. 그래서 건축학도 또는 그의 건축에 관심을 가진 독자를 위해 안도가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 할 수 있다.
건축가는 당연히 건축으로 말한다. 안도는 이 책으로 자신이 설계한 집들과 그 건축 철학을 뚜렷이 밝히고 있다.
데뷔작부터 절정기까지의 모든 작업을 망라
스케치, 도면, 건축 사진 등 500여 점의 도판
그의 모든 작업에 다가가는 안도 다다오의 결정판
이 책은 안도 스스로가 자신의 건축 철학이 확립되어 간 여정과 투쟁을 말하는 것으로 시작해 데뷔작부터 절정기였던 1996년까지의 모든 작업을 망라해 보여 준다. 여행 중 스케치부터, 건축가로서 아이디어를 기록한 드로잉, 도면, 건축 사진 등 500여 점의 도판이 수록된 이 책에는, 증축 또는 개축한 건물의 전후 비교 자료까지 상세히 실려 있어 더욱 흥미롭다.
책의 백미이며 상당 부분을 할애한 3부 '주택 자료 1971―1996' 은 안도의 주택 설계 자료집이다. 건축 사진, 도면, 세부 사항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그가 시도한 건축의 변화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각 건축물마다 콘셉트와 아이디어, 시공에 관한 해설 또한 붙어 있다.
2부 '이미지의 전개―스케치'에서는 발상이 전개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그의 스케치를 수록했다. 까다로운 의뢰인의 요구와 자신의 건축 철학 둘 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 그리고 절묘하게 해결점을 포착한 순간들이 가감 없이 공개되고 있어 그의 건축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날것 그대로 묘사되어 있다.
'도시 게릴라 주거' 선언에서 한신 대지진 부흥 계획까지,
지면에 발표한 주요 글과 인터뷰 내용 수록
「개개의 주택에는 거주자의 가족 구성, 직업에 따른 특성, 취향이나 생활 습관 등 각기 다른 요구가 있다. 그러나 나는 단순히 그런 기능적 요청을 해결하는 것보다 진실로 의사(意思)를 가지고 거주할 수 있는 주거 만들기를 지향해 왔다.」 - p. 28
안도 다다오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의 '도시 게릴라 주거' 선언이다.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에 흥미를 느껴 단신으로 세계 건축 여행을 감행하고, 독학으로 건축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귀국 후 서구와 달리 아직 '개인'이 정립되지 않은 일본 사회가 맞닥뜨린 건축의 한계를 절감한다.
1971년 지인에게 처음으로 소규모 주택을 의뢰받으면서 자신만의 건축 세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안도는 과밀한 도시 속 협소한 땅에서도 독립된 주거를 완성해 내는 집요한 창조성을 보인다. 그의 초기 대표작 「스미요시 나가야」는 콘크리트 상자처럼 지은 주택 내부에 중정이라는 거친 자연을 넣은 형태로 '도시 게릴라 주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후 빛, 물, 바람, 나무, 하늘 등 자연을 건축 요소로 품으며, 여기에 조화를 이루는 노출콘크리트와 유리를 이용한 기법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해 갔다. 거주자의 안락을 극대화하는 획일화된 현대건축의 시류를 거스르며 주거에 대한 개인의 독립된 의지를 반영하고자 한 그를 건축계가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본 적도 있다.
4부 '주택론'에는 안도가 자신의 확고한 생각을 밝히며 지면에 발표한 주요 글들 그리고 그의 건축을 두고 날카롭게 던진 질문에 답한 인터뷰 내용까지 수록하였다. 〈도시 게릴라 주거〉를 선언하고, 「스미요시 나가야」를 거쳐 수많은 작업으로 이어지면서 공공성과 사회성으로 확장된 그의 면모, 특히 한신 대지진 당시 재해로 쓰러진 건물들 앞에서 건축가로서 절절히 느낀 아픔을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도는 그 누구보다 한신 대지진 부흥 계획에 의욕을 보인 건축가이며 이러한 도전은 그의 궤적을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현대 도시 안에서 인간성의 복권을 바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바로 〈거주〉 욕구의 본질을 복권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주거는 당연히 동물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강렬한, 이를테면 〈극적으로 삶을 획득하는〉 공간을 내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시 게릴라 주거〉는 게릴라의 아지트라는 이미지를 갖는다. 이러한 사고의 구축은 〈위〉로부터가 아닌 〈개인〉의 차원에서만 이룰 수 있다. - p. 345
1월 17일, 출장 중에 런던에서 한신 지역을 덮친 지진 소식을 들었다. 텔레비전 뉴스가 나오는 화면에는 심상치 않은 재해 모습이 비쳤다. 예정을 변경하여 그날 비행기로 서둘러 오사카로 돌아왔다. (……) 기와 조각과 자갈 속을 걸으면서 거의 폐허가 된 산노미야의 피해 상황을 목격하고 망연자실했다. 피해는 해외에서 예상했던 규모를 훨씬 뛰어넘었다. 35년이 넘도록 고베와 한신 지역에 수많은 건물을 지어 온 나는 이제는 폐허가 된 익숙한 길모퉁이에 서서 건축을 직업으로 삼아 온 사람으로서 자신의 무력감에 기운을 잃고 말았다. 나를 포함하여 〈건축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생각이 통절하게 덮쳐 왔다. 천재는 막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시를 덮친 이번 지진이 초래한 엄청난 재해를 조금이라도 더 막을 수는 없었을까?
오사카의 시타마치에서 자란 나는 젊은 날에 그 빈약한 주거 환경에 의문과 분노를 품고 건축가가 되려고 결심했다. 인간의 생활공간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싶은 마음으로 일에 몰두해 왔다. 이제 다시 그동안 내 나름대로 작업을 통해 계속 물어 왔던 도시, 건축, 인간과 자연의 문제를 종합적인 시각에서 생각하고 싶다. 이번 지진의 진원지인 아와지시마부터 피해가 컸던 롯코, 아시야, 니시노미야에 걸쳐 나의 작업이 집중되었던 점도 있어서, 이번 피해 지역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다. 이미 30년쯤 전에 대규모 화재가 일어나 비참한 모습을 보였던 니시고베 나가타 구의 재개발 계획에도 참여했었다. 진정으로 도시와 건축을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고자 한다. - p. 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