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간들

최지월 · Novel
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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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지월의 장편소설. 총 246편의 경쟁작 가운데 예심 심사위원들의 추천과 본심 심사위원들의 엄정한 심사 끝에 '작가의 진정성에 깊은 신뢰감을 느낀다', '신인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날카로운 상실의 고백' 등의 심사평과 함께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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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간들 7 작가의 말 312 추천의 말 316

Description

5천만원 고료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죽음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상실의 고백! 엄마의 죽음으로 마주한 가족의 이야기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소설! 1996년 한국 문학의 미래를 힘차게 열어나가기 위해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올해로 제19회를 맞았다. 2회 김연의《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3회 한창훈의《홍합》, 4회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 6회 박정애의 《물의 말》, 7회 심윤경의《나의 아름다운 정원》, 8회 박민규의《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9회 권리의《싸이코가 뜬다》, 10회 조두진의《도모유키》, 11회 조영아의《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12회 서진의 《웰컴 투 더 언더그라운드》, 13회 윤고은의 《무중력증후군》, 14회 주원규의 《열외인종 잔혹사》, 15회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16회 장강명의 《표백》, 17회 강태식의 《굿바이 동물원》, 18회 정아은의 《모던 하트》(1회, 5회 당선작 없음)까지 기존의 당선작들은 오랜 시간 동안 한국 문단의 주목과 동시에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4년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은 최지월의 《상실의 시간들》로, 총 246편의 경쟁작 가운데 예심 심사위원들의 추천과 본심 심사위원들의 엄정한 심사 끝에 ‘작가의 진정성에 깊은 신뢰감을 느낀다’, ‘신인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날카로운 상실의 고백’, ‘죽음의 풍속을 그려냄으로써 삶의 진실을 복원해내는 경이로운 음각화’ 등의 심사평과 함께 죽음을 통해 삶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상실의 시간들》은 주인공 석희가 엄마의 죽음을 치러내면서 사십구재에서 탈상인 100일까지 세세하게, 꼼꼼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육체적 죽음이 사회적 죽음이 되기까지, 언젠가는 누구나 목격해야 하는 부모의 죽음을 매우 현실적으로 서술한다. 당연한 듯 있었던 존재의 상실을 말하는 이 소설은 어찌할 수 없음의 수동적 슬픔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딪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능동적 슬픔의 힘을 느끼게 한다. 현실적인, 너무나 현실적인,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상실의 기록 《상실의 시간들》은 엄마의 죽음에서 출발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49일이 지난 지금, 슬픔보다는 평범한 일상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온다. 엄마를 생각하는 시간보다 살아 있는 아버지와 말싸움을 하고, 같이 병원을 다니고, 아버지 혼자 집안일을 할 수 있도록 삶을 정비하는 일이 급선무가 된다. 만성 신부전과 고혈압이 있는 아버지는 강도 높은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 먹어야 하고 먹지 말아야 하는 모순 속에서, 정기적인 출퇴근 없이 연애소설을 쓰는 나는 당분간 모시게 된 아버지와 매일 전쟁을 치른다.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엄마. 병원 응급실로 실려온 엄마는 사망진단서를 받기까지 ‘환자’인 채로 대기 중이었다. 응급실 구석에 잠옷 차림에 미간을 잔뜩 찡그린 엄마를 그대로 둔 채, 아버지는 응급실 앞 대기실에서 엄마의 죽음을 처리해줄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은희와 내가 의사의 서명을 받고 장례식장의 이용객이 된 뒤에야 엄마는 비로소 장례 의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장례를 치르는 내내, 나는 수많은 선택을 해야 했다. 황망한 정신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빈소며, 조문객을 위한 식사며, 술이며, 떡을 골랐다. 남 앞에서 울지 않는 나를 보고, 엄마의 교회 친구인 아줌마들이 몰려와 범인을 색출하듯 심문하고, 몇 번 보지도 않은 아버지 쪽 친척들은 엄마가 좋은 사람이었다고, 이제 형님은 어떻게 사냐며 고래고래 울부짖었다. 엄마를 추억하거나 그리워하거나 슬퍼하기는커녕, 너무나 멀쩡해 보이는 아버지가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43년간 아버지와 살아온 엄마는 대체, 어떻게 살아낸 것일까.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고향을 떠났고, 내가 세 살 때 이사 온 원주에서 삶을 마친 엄마. 10년쯤 전에, 엄마는 심부전을 판정받았다. 엄마의 심장이 나빠지기 시작한 건, 아빠의 퇴직과 소희 언니의 결혼과 이민, 나의 불안정한 생활, 은희의 박사 진학 등이 있었던 시기와 맞물린다. 아버지는 명령과 복종이 익숙한 군 생활을 33년이나 했다. 집에서는 언제나 부재했던 아버지를 두고 엄마는 아빠를 ‘애국자’이자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훌륭한 가장’이라고 했다. 어떤 일에서건 아버지의 판단이 가족 전체를 위한 최선으로 여겨졌다. 그런 아버지가 퇴직한 직후 엄마의 생활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평생 도맡아온 살림에 대한 권한을 뺏겼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여겼던 자식들의 삶은 알 수 없는 사물로 변해버렸다. 몸은 쇠락해가는데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들이 일상에서 벌어진 것이다. 처음부터 엄마가 엄마는 아니었을 것이다. 스물세 살 엄마는 스물아홉의 아버지를 맞선에서 만났고, 키가 훤칠하고, 얼굴도 잘생긴 아버지에게 시집을 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여자 형제 중에 국민학교를 나온 건 엄마뿐이었고, 시골마을에서 엄마는 양장학원도 다니는 일등 신붓감이었다. 부모님을 조른 끝에, 67년에 쌍꺼풀 수술도 한 엄마. 그런데 내가 대학에 합격하면 쌍꺼풀 수술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던 엄마는, 잘못되면 어떡하냐고 무서워서 안 되겠다고 날 붙잡고 병원에서 도로 나왔다. 아버지를 따라 낯선 도시에 새롭게 적응해야만 했고, 아버지에게만 의존하며 세 아이를 홀로 키운 엄마. 늘 아름다운 건 아름답다는 사실만으로 감탄하던 엄마의 삶은, 돌이켜 볼수록 짧기만 하다. 엄마는 원래 엄마로 태어나지 않았다. 아버지를 만나 우리를 낳아서 키우느라고 엄마인 엄마가 되었다. 모든 존재엔 역사가 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장소에서 이윽고 생겨나서 변화하고 소멸에 이르는 역사. 소멸한 듯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곳으로부터 새로 시작되는 역사. 그러니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과 시작되는 것에 관해. (82쪽) 엄마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하는 애도의 방식을 정하는데도 가족들은 저마다의 개성대로 방안을 내놓는다. 한배에서 난 자매들이지만 날 때부터 집안의 스타였던 소희 언니와 언니들과의 싸움을 선택한 막내 은희의 당찬 성격, 그 사이에서 내 편은 나밖에 없다고 결심한 나. 각자 느끼는 슬픔은 저마다 몫이 다르고, 가족은 자라면서 타인이 된다. 삶을 지속한다는 건 끊임없이 낯설어지고, 새로워지고, 고독해지는 일이다. 형제도 자라서 타인이 되고, 타인이 만나서 가족이 되고, 그 가족은 다시 서로를 헤아리지 못하는 타인으로 변해 헤어진다. 만난 사람은 헤어진다. 40년이나 알아온 엄마와 나도 이제 헤어졌다. 이별만이 인생이다. (269쪽) 〈작가의 말〉을 통해, 최지월은 실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죽음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쓰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보통 사람이 보통의 삶에서 겪는 보통의 죽음, 평범한 죽음을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는 의도는 구체적 상황과 보편적 감성을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설로 완성된다. 인생이란 영원할 것 같은 생의 한 가운데를 지나, 결국 찰나였음을 깨닫는 여정이 아닐까. 찰나생 찰나멸. 그 안에서 있는 힘을 다해 살아가는 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상실의 시간들》은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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