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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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문체 속에 생생히 묘사되는 불안과 공포 수백여 편의 단편을 남긴 모파상의 작품 세계는 광범위한 듯하지만 거기에는 다루는 소재의 리듬이 있다. 초기의 통렬한 풍자, 다음에는 감상과 연민, 최후에는 불안과 공포, 숙명적 비관주의가 그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자연주의의 대부, 플로베르에게 사사 받은 모파상의 작품은 시종일관 문체에 있어 거리와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표현하는 데에는 말이 하나밖에 없다. 그것을 움직이는 데에는 하나의 동사밖에는 없고 그 성질을 나타내는 데는 하나의 형용사밖에 없다. 마침내 그 낱말, 그 동사, 그 형용사를 발견할 때까지 찾아야 한다"는 플로베르의 가르침에 충실했던 모파상의 군더더기 없는 냉정한 문체는, 아무리 짧은 단편이라도 인물의 개성과 기괴한 광경을 생생히 떠오르게 하는 힘을 잃지 않는다. 1인칭 시점의 무감동한 문체는 분열하는 인물의 내면을 풍부히 묘사하면서도, 작품 전체에 이상한 고독감과 비관주의를 의식하는 데서 오는 고뇌의 그림자를 한숨처럼 드리운다. 죽음의 공포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고스란히 녹아든 모파상의 작품에서 독자들은 삶에 대한 모파상의 절망과 혐오와 공명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