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시인선 54권. 김이듬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별 모양의 얼룩> 개정판. 김이듬에게는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허기가 있다. 그것은 욕망이 만들어 준 허기가 아니라, 오히려 철저하게 억제된 욕망을 뚫고 욕망하려는 허기, 욕망에 대한 허기라고 불러야 할 그런 것이다.
욕망의 억제가 말을 불모에 이르게 한 연원이라고 본다면, 그 허기를 또한 말에 대한 허기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 이상한 허기, 이 욕망하려는 욕망이 육체의 감각에 날을 세우고, 이 날 선 감각들은 그의 욕망을 무참하게 잘랐던 낡은 상처들이 다시 피를 흘리게 한다. 그 상처 하나하나마다 붕대처럼 감겨 있는 문화적 형식들이 벗겨지고 허기 아래 눌린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말들은 사실에 부합하고 따라서 순결하지만, 사실을 말하나 숨기는 방식으로 말하기에 어지럽다. 이 어지러움이 김이듬에게는 일종의 정돈에 해당한다. 그것은 극단에 이르려는 표현을 복잡성의 형식으로 절제하고, 상처와 원한의 관계가 조정될 때까지 시간을 버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가 숨기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독자에게는 이 어지러운 말만큼 잘 정돈된 말도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