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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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바람엔 작은 공무늬가 가득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엄마를 죽여야 하는 때가 온다. 설령 그것이 사랑하는 마음 때문일지라도, 미룰 수 있을 뿐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스물 셋 이설은 윤수를 찾으러 해방촌으로 간다. 윤수를 처음 만난 것은 제주에서였다. 가족으로부터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이설. 그런 이설에게 윤수는 새 숨을 불어넣어 주었다. 왜 이토록 간절히 찾아 헤매는 윤수와 함께 할 수 없는 걸까. 나아지기 위해 애쓰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퇴보하는 삶. 고독하고 처절한 일상의 폭력에서 이설은 과거의 기억 속에 부서지지 않는 법을, 바다에서 헤엄치는 법을 깨닫고 자신만의 동화를 써내려간다.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나의 보잘 것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 어떤 소망을 손에서 놓아주는 것...” -작가와의 인터뷰 * 『그날의 바람엔 작은 공무늬가 가득했다』는 독립출판에서는 보기 드문 장편소설입니다. 소설을 얼마동안 쓰셨나요. : 7년 동안 썼습니다.첫 소설이라 그런지 마음을 다 쏟을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원래는 짧은 글에서 시작했는데 쓰다보니 어느새 할 이야기들이 넘쳐 장편이 되었네요. * 소설이라는 장르, 글을 쓴다는 것이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지, 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궁금합니다. : 어릴 때부터이야기를 좋아했어요. 이야기를 읽으면 여기가 아닌 다른 먼 곳으로 가는 것 같아서요. 허구이지만 현실 세계처럼 완전한 또 하나의 세계. 그 세계를 내가 만들 수 있다는 건 살면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특별한 권리인 것 같아요.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책을 펴낸 이후에는 내가 쓴 이야기에 누가 되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 ‘공무늬’는 무엇인가요 : 비어있는 무늬입니다. 얼마든 채워질 수 있는 수많은 빈 공간이 있다는 뜻입니다. 삶의 가능성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서 제목으로 쓰게 되었어요. * 이설은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가지고 윤수를 간절히 찾아 헤매네요. 주인공을 구상하게 된 과정이나 덧붙여주실 이야기가 있나요. : 여러 곳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뒤섞여 주인공들이 되었어요. 그 중엔 저에게 가까운 이야기도 먼 이야기도 있어요. 특정 인물보다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마음 속의 ‘점’들을 상상하며 썼습니다. 어떤 사람이 읽어도 주인공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요. 또 윤수가 이설에게 남긴 몇 마디가 이설을 계속 살게 했던 것처럼 이 소설의 문장들이 누군가에게 다정한 손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썼어요. 이 소설이 누군가에게, 또 그렇게 회복된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 다정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 20대의 긴 시간을 소설을 쓰는데 할애하셨다는 것은 성장이 함께 했을 것 같습니다. 소설을 쓴 후에 삶 또는 다른 부분에서 변화가 있나요? : 사실 주인공들과 오래된 친구 같아요. 워낙 오랫동안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니까요. 그만큼 저도 그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가장 큰 영향은 타인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7년이나 소설을 붙잡고 있던 가장 큰 이유는 완결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였어요. 어떤 결말이 이설과 윤수에게 가장 좋을지를 결정하지 못했던 거였죠. 결국7년을 할애한 후에야 방점을 찍고 나서는 저의 삶에도 조금 확신이 생긴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덜 망설이게 된 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 준비하고 계신 앞으로의 활동, 작업 들을 소개해주세요. : 얼마 전 독립출판으로 단편선 시리즈를 냈어요. ‘불안’이라는 주제로 쓴 세 편의 단편인데 작업하면서 장편과는 전혀 다른 애착을 가지게 되었어요. 다음 장편소설을 또 몇 년 간 준비하면서 중간중간 단편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여담으로 그림 작업도 같이 계속 준비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