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금기를 깨는 잔혹한 묘사로 영국 문단을 뒤흔든 『말벌공장』의 작가 이언 뱅크스의 SF 데뷔작 『플레바스를 생각하라』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스무 편이 넘는 소설을 써오며 현대 영국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지니고 있는 작가인 뱅크스에게는 이름이 두 개 있다. 하나는 이언 뱅크스Iain Banks란 이름으로 이른바 순문학 소설을 쓸 때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Menzies라는 미들네임의 약자를 넣은 이언 M. 뱅크스Iain M. Banks라는 이름으로 SF 소설을 쓸 때 사용한다.
『플레바스를 생각하라』는 이미 독자들 사이에 하나의 컬트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 〈컬처〉 시리즈의 서막을 연 작품으로, 작가를 이언 M. 뱅크스란 이름으로 다시 한 번 데뷔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컬처〉는 뱅크스가 창조해 낸 고도로 발달한 우주 문명인데, 컬처를 다룬 작품들을 읽다 보면 마치 작가 자신이 그 세계에 살다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밀한 묘사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컬처를 처음 만나 볼 수 있는 이 작품에서도 뱅크스는 이미 컬처의 모습과 특성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일상생활의 모습, 사회의 사상과 이념, 역사와 문화를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이 유토피아적 문명이 지니고 있는 모순까지도 드러낸다. 컬처는 물질적, 육체적으로 풍족한 나머지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되는데, 뱅크스는 주인공을 컬처의 반대편에 세움으로써 스스로가 창조한 유토피아의 허구성을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