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개의 말·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

Milan Kundera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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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2주기인 7월 11일을 앞두고 작가의 유고집 『89개의 말·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쿤데라의 절친한 친구이자 그의 프랑스 망명을 도운 피에르 노라가 작가 사후 두 편의 산문을 묶어 펴낸 책이다. 이 두 텍스트는 쿤데라가 각각 1985년과 1980년에 프랑스 갈리마르에서 간행한 인문·정치 잡지 《데바》 지에 발표한, 매우 개인적인 글들이다. 「89개의 말」은 이후 작가가 개고해 『소설의 기술』에 「소설에 관한 내 미학의 열쇠어들」이라는 꼭지로 실렸다. 그런데 사실 이 글은 소설 미학에 관한 글이라기보다는 쿤데라가 중요시했던 말들, 골칫거리로 여겼던 말들, 좋아했던 말들을 모은 그의 “개인 사전”에 더 가깝다. 어느 순간 세상으로부터 철저하게 은둔한 밀란 쿤데라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 말해 그가 무엇을 중요시하고 좋아했으며,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던 사람인지 말해주는 말들의 모음인 것이다. 원래는 《데바》 지에 89개의 말로 된 소사전으로 발표되었다가, 내용을 적잖이 덜어내고 수정하고 12개의 말을 덧붙여 『소설의 기술』에 수록했다가, 이 책에서는 원래의 글에 나중에 덧붙인 12개의 말을 포함시켜 총 101개의 말들이 실렸다.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는 단행본에는 실린 적이 없는 국내 초역의 글이다. 쿤데라를 낳고 그의 작품의 특수성을 길러 준 문화의 폭발, 그리고 ‘작은 나라’에서 탄생했으되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친 한 문화의 풍요로움에 관한 이 에세이에는 정치적 이유로 한평생 타국에 살아야 했던 작가가 품었던 향수와, 그 문화를 억압하고 질식시킨 ‘소련 문명’과 체코 문명의 가치를 몰이해한 서유럽에 대한 이중의 비판이 드러나 있다. 「89개의 말」과 이어지는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는 밀란 쿤데라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큰 선물이자, 그가 남긴 언어와 통찰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고 시의적절하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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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의 말 7 89개의 말 11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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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그것은 더는 희망이 없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후의 승리다. 예술에서의 아름다움이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것이 발하는 돌연한 빛이다. 위대한 소설들이 발하는 그 빛은 세월이 흘러도 어두워지지 않는다.” 밀란 쿤데라 유고작 위대한 체코 작가의 삶과 문학을 압축한 개인 사전 밀란 쿤데라의 2주기인 7월 11일을 앞두고 작가의 유고집 『89개의 말 ‧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쿤데라의 절친한 친구이자 그의 프랑스 망명을 도운 피에르 노라가 작가 사후 두 편의 산문을 묶어 펴낸 책이다. 이 두 텍스트는 쿤데라가 각각 1985년과 1980년에 프랑스 갈리마르에서 간행한 인문‧정치 잡지 《데바》 지에 발표한, 매우 개인적인 글들이다. 「89개의 말」은 이후 작가가 개고해 『소설의 기술』에 「소설에 관한 내 미학의 열쇠어들」이라는 꼭지로 실렸다. 그런데 사실 이 글은 소설 미학에 관한 글이라기보다는 쿤데라가 중요시했던 말들, 골칫거리로 여겼던 말들, 좋아했던 말들을 모은 그의 “개인 사전”에 더 가깝다. 어느 순간 세상으로부터 철저하게 은둔한 밀란 쿤데라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 말해 그가 무엇을 중요시하고 좋아했으며,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던 사람인지 말해주는 말들의 모음인 것이다. 원래는 《데바》 지에 89개의 말로 된 소사전으로 발표되었다가, 내용을 적잖이 덜어내고 수정하고 12개의 말을 덧붙여 『소설의 기술』에 수록했다가, 이 책에서는 원래의 글에 나중에 덧붙인 12개의 말을 포함시켜 총 101개의 말들이 실렸다.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는 단행본에는 실린 적이 없는 국내 초역의 글이다. 쿤데라를 낳고 그의 작품의 특수성을 길러 준 문화의 폭발, 그리고 ‘작은 나라’에서 탄생했으되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친 한 문화의 풍요로움에 관한 이 에세이에는 정치적 이유로 한평생 타국에 살아야 했던 작가가 품었던 향수와, 그 문화를 억압하고 질식시킨 ‘소련 문명’과 체코 문명의 가치를 몰이해한 서유럽에 대한 이중의 비판이 드러나 있다. 「89개의 말」과 이어지는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는 밀란 쿤데라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큰 선물이자, 그가 남긴 언어와 통찰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고 시의적절하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밀란 쿤데라가 우리 곁을 떠난 지금, 다시 가져와 한데 묶은 이 두 텍스트는 그의 존재를 다른 어떤 책보다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다. 이 책은 어떤 이들에게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 세계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가 될 것이요, 또 어떤 이들에게는 그의 매력적인 아이러니와 판단의 섬세함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의도이자 무엇보다 소중한 바람이다.” (피에르 노라, 9쪽) 쿤데라 특유의 날카롭고도 유머러스한 철학적 성찰, 그리고 번역이라는 망명 속에 살아가는 작가의 고뇌가 담긴 101개의 말 밀란 쿤데라는 1975년 프랑스에 정착해 2023년 사망할 때까지 조국인 체코로 돌아가지 않았다. 체코어로 쓴 작품들이 조국에서 판매 금지된 후 『느림』(1993년)부터 프랑스어로 작품을 집필한 그는 죽기 전까지 자신의 전작이 체코어로 출간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돌아가지 못한/않은 조국 체코와 프랑스 사이에서 그는 평생 물리적 ‧ 언어적 디아스포라로 살아가야 했다. 그런 쿤데라에게 정확한 번역은 매우 중요했고, 그에게 ‘말’이란 끊임없는 의심과 점검의 대상이었다. 「89개의 말」은 이 같은 번역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쿤데라가 그토록 번역에 예민하고 철저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많은 나라에서 번역 저본으로 선택된 프랑스어판이 엉망으로 번역된 데다 이후 프랑수아 케렐이라는 번역가와 파트너를 이루어 작업했음에도 체코어로 집필한 작품이 결국 같은 언어를 쓰는 동포 독자들에게 가 닿을 수 없었던 제한적 조건 때문이었다. 그래서 쿤데라는 “미래의 프랑스어 판본을 메아리처럼 들으며” 집필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에는 프랑스어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런 작가의 고뇌에 피에르 노라는 제안한다. “자네의 개인 사전을 써 보면 어떻겠나? 자네가 중요시하는 말들, 자네를 골치 아프게 하는 말들, 자네가 애착하는 말들을 모은……?” 작가는 즉시 이 생각에 매료되었고, 「89개의 말」은 그렇게 탄생한 글이다. 이 소사전은 ‘절대(Absolu)’에서 시작해 ‘저속함(Vulgarite)’까지 101개의 단어가 알파벳 순서로 펼쳐진다. 그 안에는 쿤데라 특유의 날카롭고도 유머러스한 철학적 성찰과 함께 번역이라는 망명 속에 살아가는 작가로서의 고뇌도 함께 드러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엄정하게 선택한 단어가 번역을 거치며 재창작에 가까울 정도로 변형되어 의도가 완전히 바뀌어 버린 일화나, 그가 소설이라는 예술에 대해 품고 있는 철학이다. 첫 항목인 ‘절대’에서 그는 “소설은 본질적으로 형이상학에 손을 대는 것인 만큼, 형이상학적인 말들(절대, 본질, 존재 등)은 소설에 인용될 권리가 있다.”고 못 박으며 시작한다. 이어서 ‘정의(Definition)’ 항목에서는 “모호성 속으로 빠져들고 싶지 않다면, 내가 그 말들을 극도로 정확하게 선택해야 함은 물론 그것들을 정의하고 또 정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존재(Etre)’ 항목에서 등장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제목에 대해 그의 주변에서 보였다는 반응도 흥미롭다. 그는 제목의 ‘존재’라는 단어가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다고 말하며, ‘존재’의 대척점에 있는 ‘죽음’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 유명한 『햄릿』의 대사(“존재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작가가 기쁨, 관능, 쾌락이라고 쓴 곳마다 ‘오르가슴’으로 바뀌어 있는 미국 번역판에 관한 에피소드(‘오르가슴[Orgasme]’)와 ‘도덕적 상황’에 관한 ‘미학적 판단’이라는 쿤데라의 날카로움을 드러내는 항목(‘추함[Laid]’)은 웃음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프랑스어에서 국외자일 수밖에 없는 그가 모국어와 프랑스어의 간극에서 느낀 낯선 아름다움과 때로는 익살스럽기까지 한 안타까움에 관한 이야기들도 있다. 예컨대 B 항목의 ‘Bander(꼴리다)’에서 그는 『우스운 사랑들』에서 쓴 문장에서 실은 ‘꼴렸다’는 말을 썼어야 했는데 체코어에 그 단어가 존재하지 않아 생각해 내지 못한 일화를 이야기한다. 뒤늦게 적확한 단어를 찾은 쿤데라는 “내 모국어가 꼴릴 줄도 모르다니!” 하며 한탄한다. C 항목의 ‘Chez-soi(내 집)’에서는 정치적, 국가적 버전으로서의 ‘조국’과 ‘집’으로서의 고향 사이에 존재하는 틈에 대해 성찰하고, ‘책(Livre)’ 항목에서는 ‘내 책’과 ‘내가 사는 마을’이라는 프랑스어 사이에 존재하는 음과 박자에서 독특한 발견을 하는 식이다. 그가 각별한 애정을 품은 중부 유럽과 유럽 작가들에 대한 항목들, 그중 프라하의 상징과도 같은 작가 카프카를 언급한 항목들은 쿤데라라는 작가와 겹쳐 보게 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카프카는 비참하게 덫에 걸린 인간의 상황을 그렸다. 지난날, 카프카 전문가들은 카프카가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는지 아닌지를 놓고 많은 논쟁을 벌였다. 아니, 희망은 없다. 다른 게 있다. 카프카는 삶이 불가능한 그런 상황조차도, 기이한, 검은 아름다움으로 발견한다. 아름다움, 그것은 더는 희망이 없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후의 승리다. 예술에서의 아름다움이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것이 발하는 돌연한 빛이다. 위대한 소설들이 발하는 그 빛은 세월이 흘러도 어두워지지 않는다. 인간은 늘 인간의 실존을 망각하기에, 소설가들이 이룬 그 발견들은 아무리 오래되어도 부단히 우리에게 놀라움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아름다움[Beaute]’ 항목) 천년 역사의 마지막 메아리를 남기고 ‘전체주의의 밤’에 파묻힌 문화에 대한 밀란 쿤데라의 고찰 이어 실린 「프라하, 사라져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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