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주목

Agatha Christie · Novel
3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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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모은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의 세번째 작품.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두 남녀가 함께한 삶의 끝에서 비극을 맞이하고, 화자인 주인공이 그 비극 속에 감춰졌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을 특유의 간결하고 신랄한 문체로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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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주목 … 009 옮긴이의 말 …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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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 분이나 천 년이나 의미는 똑같아요.” 애거사 크리스티 본격 심리소설, 국내 최초 완역판 “이 작품을 읽을 때면 나는 늘 행복했다. 언젠가 꼭 쓸 거라 확신하던 이야기였고 그런 영감은 순수한 창조의 기쁨, 창조주의 일부가 된 것 같은 희열을 주었다.” _애거사 크리스티 “우리가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흔히 끝이고, 끝나는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장미의 순간과 주목朱木의 순간은 같다.” 한 여자를 다른 방식으로 갈망했던 두 남자의 엇갈린 시선과 기억을 통해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인간 심리의 미스터리를 통찰한 심층적 심리소설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모은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의 세번째 작품 『장미와 주목』이 출간됐다. “고전으로 받아들여야 할 역작” “인간 내면의 초상을 그린 보석 같은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은 『봄에 나는 없었다』를 시작으로, 딸과 엄마의 특별한 관계에 주목한 『딸은 딸이다』에 이어 세번째로 정식 번역 소개되는 『장미와 주목』은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두 남녀가 함께한 삶의 끝에서 비극을 맞이하고, 화자인 주인공이 그 비극 속에 감춰졌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을 특유의 간결하고 신랄한 문체로 그린 작품이다. T. S. 엘리엇의 시구 “장미의 순간과 주목朱木의 순간은 같다”에서 모티브를 빌린 이 작품에서 애거사 크리스티는 삶과 죽음, 순간과 영원이라는 대명제 아래, 인간의 계급의식과 인간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대해, 자기희생과 연민이라는 명분을 쓴 우매한 가식에 대해, 관계와 소통의 지난함에 대해 호소하면서 인간 심리의 미스터리를 통찰한다. 그리고 햄릿과 맥베스처럼 끊임없이 생각하고 분석하고 고뇌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것이 과연 인간을 인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인가, 라고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납득할 수 없는 사실 앞에서 닫혀버리는 ‘이해’라는 문 누구도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휴 노리스는 어느 날 찾아온 낯선 부인의 요청으로 수십 년 전 자신을 슬픔과 경악에 빠트렸던 존 게이브리얼을 만나러 간다. 그러나 허름한 방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던 게이브리얼을 본 순간 충격에 휩싸인다. 추악하고 비열한 협잡꾼이라 믿었던 그 남자가, 한 여자를 비참한 삶으로 내몰았던 그 남자가 모든 이의 존경을 받는 영웅이자 구원자인 클레멘트 신부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이브리얼이 죽기 전 들려준 이야기는 휴 노리스의 기억을 완전히 산산조각내며 그의 기억을 수십 년 전 콘월의 한 지방으로 거슬러올라가게 한다. 클레멘트 신부는 존 게이브리얼이었다. 세인트 루의 전직 국회의원이자 바람둥이, 주정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위해 행동했던 그 남자였다. 책략가이자 기회주의자, 육체적인 용기를 빼면 아무런 미덕도 없던 그 남자. (본문 18쪽)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처지를 비관하며 자살을 계획했던 휴 노리스는 영국 콘월의 소도시에서 삶에 대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아무런 의심 없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귀족 처녀 이사벨라를 만나면서 안식과 위안을 얻게 된다. 그리고 강렬한 개성을 가진 야심가 존 게이브리얼을 만난 후로 자살도 미뤄둔 채 두 남녀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일대의 소요를 관찰하듯 지켜보기 시작한다. 신분적 열등감과 귀족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품고 있던 존 게이브리얼은 오직 출세만을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으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서 결국 당선의 패를 쥔다. 하지만 그 직후 그가 자신이 혐오해마지않던 귀족이자 약혼자가 있던 이사벨라와 함께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치듯 세인트 루를 떠나는 경악스러운 사건이 벌어진다. 두 남녀의 밀월은 누가 보아도 ‘사랑’이 이유일 리 없었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노리스는 지독한 상실감과 배신감에 사로잡힌다. 그녀가 게이브리얼 같은 남자와 행복할 리 없었다. 그는 이사벨라를 갈망하지만 사랑하지는 않았다. 게이브리얼에게도 완전히 미친 짓이었다. 정치 생명을 끊는 일이었다. 모든 야망을 팽개치는 일이었다. 그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려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본문 278~9쪽) 사람이 타인을 안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 사람을 제대로 보지도 않았잖아요. 당신은 진짜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프롤로그’에서 게이브리얼이 고백한 이야기는 소설의 마지막 ‘에필로그’에 이르러 완전히 드러나며 충격을 던진다.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퍼즐을 맞춘 뒤 휴 노리스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사람이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똑같은 사람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평가가 존재하고,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 보이기도 하는 인간성의 진상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게이브리얼과 이사벨라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노리스는 두 사람 사이의 분명한 신분 격차와 소통 부재만을 보았을 뿐이고 그들의 진짜 감정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또한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단 한순간도 의심치 않았던 이사벨라도, 그 사랑을 처음부터 의심하고 시험하려 들었던 게이브리얼도 서로를 온전히 알지 못했기에 불행한 연인들이었다. 그들은 상대를 열망하면서도 함께한 동안에는 단 한순간도 행복하지 못했다. “그를 좋아합니까, 이사벨라?” “전 그를 몰라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죠. 누군가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른다는 건 끔찍한 일이에요.” (본문 213쪽) 파노라마 같은 독법을 유도하는 다채로운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에 생각이 시작된다 노리스는 지나간 모든 기억을 다시 꿰어가며 사랑의 허상을 깨닫는다. 인간이 얼마나 예측 불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인지를 아프게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희생이 자기도취에서 비롯한 자기만족적 기만에 불과한 것임을, 오히려 그 희생이 자신을 위한 것일 때라야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는 모순도 발견한다. 우리는 언제나 연민과 사랑을 쉽게 혼동하며, 사랑에 빠진 순간 나와 상대 사이에 ‘그를 사랑하는 나’와 ‘나를 사랑하는 그’를 세우고 나와 그의 본모습은 보지 않는다. 때문에 사랑이 끝나면 나와 그의 존재는 사라지고, 그 사이에 허물 같은 껍데기만 남는다. 좋은 예술 작품의 중요한 미덕 중 하나는 해석의 여지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이 소설은 남녀의 러브스토리로 읽을 수도 있고, 주관적 판단의 불완전성과 위험성을 시사하는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또 성 바울과 예수에 대한 작품 속 언급으로 미루어 게이브리얼라는 이름 성경에 등장하는 천사 ‘가브리엘’의 영어식 표기인 것을 감안해 게이브리얼을 바울로, 이사벨라를 예수로 보는 해석도 있을 수 있다. 즉 그리스도교를 이단으로 치부했던 바울이 예수에게 감화되어 그를 섬기는 새 삶을 살았듯이, 이사벨라를 향한 게이브리얼의 뼈아픈 참회록으로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장미와 주목』은 애거사의 작품들 중에서도 『봄에 나는 없었다』와 더불어 애거사가 특히 아꼈던 작품이다. 『봄에 나는 없었다』가 기억의 왜곡과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가능한지에 대해 묻는 작품이었다면, 『장미와 주목』은 주관적 판단의 위험성과 타인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가능한지를 묻는 작품이다. 우리는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해 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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