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하창수 · Novel
64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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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삼은 하창수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이야기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6.29 선언, 야당후보 결렬을 비롯해 3당합당 등을 먼 배경으로 삼아 정치적인 공기를 깔고 시작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주요 사건에 연루되어 있지만 소설은 철저히 개인사를 통해 시대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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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프롤로그 :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제1부 적의 조건 1. 저격수를 위하여 2. 거꾸로 흐르는 시간 3. 음모의 그늘 4. 낡은 수레바퀴에 깔린 사마귀 제2부 적들의 사랑 5. 사막, 낙타, 검은 태양 6. 죽음을 부르는 노래 7. 3년 6개월이라는 시간 8. 인간 조건 제3부 적은 없다 9. 이국 통신 10. 붉은 안개꽃 11. 시간의 미로 12. 적을 찾아가는 먼 길

Description

1. 존재에 대한 물음과 미래에 대한 답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삼은 장편소설 <1987>은 원고지 3천 매 분량의 장편으로 여러 해에 걸쳐 쓴 작품이다.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 철학, 종교 등 다양한 주제를 탐구해온 작가로서도 색다른 소재를 다룬 셈이다. 작가 스스로 “무협지스럽지?” 라고 물을 만큼 활극이 충만하고 추리적 요소가 양일한 스토리텔링이 강한 소설이란 점에서도 하창수 문학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이만한 분량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끌어온 내공이 느껴진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야기의 바탕에는 그가 늘 던지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깔려 있다. 이 작품의 표면적인 주제는 ‘적론(敵論)’이라 할 수 있다. “도대체 적은 누구란 말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소설적 답변이 6470페이지를 관통한다. 적이 누구인지에 대해 던지는 질문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으로 환원된다. ‘누가 적인지 알 수 없다’는 작중 인물의 고통스러운 외침은 지금의 세태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적도 없고 동지도 없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이고 친구의 동지가 나의 적이 되는 세상. 박종철의 죽음이나 지금은 고인이 된 민주투사의 인간적 모멸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1987>의 두 주인공 윤완과 선우활은, 이 소설의 중심인물로 의형제 사이다. 윤완은 소설가이고, 선우활은 테러리스트다. 윤완은 소설가의 감각으로 선우활의 개인사에 대해 강렬한 작가적 흥미를 느낀다. 그가 주목한 것은 권력층이 정치적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비밀리에 운용하는 조직. 이 비밀 조직은 각종 정치적 난제나 노동 쟁의 등에 해결사로 활약한다. 살인도 마다하지 않아 각종 의문사에도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이들은 폭력으로 모든 일들을 해결하고 도박장 등 각종 이권 사업으로 뒤를 챙긴다. 이 조직에는 정보기관 등 사회 각층의 권력자들이 관여하고 있으며, 합법의 외투를 입고 자행되는 불법이 스스럼없이 자행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런 조직과 대척의 지점에 있는 반정부조직이 운영하는 비밀 테러단체의 존재다. 폭력적 방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이들은 평범한 시민으로 철저히 신분을 위장한 채 각계각층에 잠복해 있다. 고급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며 간접적이고 비폭력적 수단으로 권력의 공작을 와해하는 방법을 취한다. 이 두 개의 조직은 상생의 관계에 놓여 있다. 즉, 적이면서 동지인 것이다.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서로를 괴멸시키지 않는다. 단지 공작 차원에서 대결할 뿐이다. <1987>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6.29 선언, 야당후보 결렬을 비롯해 3당합당 등을 먼 배경으로 삼아 정치적인 공기를 깔고 시작된다. 하지만 작가는 암시만 줄 뿐 시대적 사건을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소설 속 인물들은 주요 사건에 연루되어 있지만 소설은 철저히 개인사를 통해 시대를 바라본다. 그들의 개인사는 3대에 걸친 조상들의 인연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러면서 시대를 초월해 소설 속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향한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의 적은 누구인가?” 2. 추리와 미스터리와 활극의 현장 누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 자신이 싸워야 할 적이 누군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1987> 속 인물들은 3대에 걸쳐 치열하게 싸우고 고민한다. 독립군을 지원하는 숨은 인사로 알고 잡아들인 사람이 실은 일제에 동조하던 친일 기업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종로경찰서 조선인 형사는 어느 날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공황상태에 빠져버린다. 이후에 벌어지는 그의 변모는 일제강점기의 혼돈스런 조선인의 정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테러리스트에서 중국공산당 무장대원으로의 변신하고 해방 이후에는 북한 체재에 무조건적으로 적응하며, 끊임없이 살길을 도모하는 ‘보통의 인간’을 목격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늘 조직을 버리고 개인의 안위를 택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그가 던지는 질문은 예의 “나의 적은 누구인가?” 라는 것이다. 그 질문은 체재가 바뀌어도 계속된다. 조국이 해방되자 그에게는 갑자기 적이 없어져버린다. 유일한 적이었던 일본이 사라진 한반도에는 뚜렷한 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 제국주의’와 ‘남조선 괴뢰 정부’가 적으로 대두되지만 그들을 적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극심한 혼란에 빠져버린 그는 결국 자신의 아들을 지인에게 입적시키고 홀연히 사라진다. 훗날 그 아들은 남파 공작원이 되어 사라진 아버지를 찾고, 그 아들의 아들은 군사독재정부의 하수인에 불과한 해결사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 - <1987>의 한 주인공인 청년 선우활은 난마처럼 얽힌 자신의 뿌리를 찾으며 비로소 자신의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역사를 더듬어나간다. <1987>은 소설가 윤완이 작가적 호기심으로 선우활의 가계를 바라보고 탐색해가는 역사적, 문학적 시선에 해당한다. 이 모든 것들을 지켜본 윤완은 자신이 지켜본 얘기들을 소설로 쓰려하지만 그의 시대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야기의 추동력은 출생의 비밀을 캐보려는 주인공 선우활의 의문, 그가 몸담고 있는 비밀 조직의 활동과 구성원의 갈등이다. 이 비밀스러운 집단의 암약이 일단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그와 반대편에 놓인 반정부 세력의 활동과 선우활의 활극이 특별한 재미를 제공한다. 더불어 총칼이 아닌 주먹의 대결이 신선하게 펼쳐진다. 현대 정치의 흑막을 배경으로 깔고 실재 인물들로 추정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론되어 무수한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내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미스터리한 상황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만들어내며 어어지고, 어떤 것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도 풀리지 않는다. 추리적 긴장감이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 인물의 유형 또한 흥미롭다. 소설가와 테러리스트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이 마주치고, 교수 출신의 야당 당수, 권모술수의 화신 같은 경찰 간부, 최고급 정보를 다루는 주요 일간지 신문기자, 딜레마에 빠진 북한 외교관들, 운동권 출신의 지방대학 강사, 치밀한 자료수집과 독특한 추리를 바탕으로 사건의 핵심에 접근하는 민완 수사관 등이 정치와 주먹 세계의 비장과 잔학이 굴곡진 스토리에 어울리게 복잡하게 얽혀서 굴러간다. 3. 현대사를 관통하는 개인사의 보편성 소설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인연의 고리를 매개로 우리의 현대사를 풀어낸다. 그 인연은 3대에 걸친 끈질긴 운명의 사슬이다. 이 질긴 인연에 대한 사연만도 몸서리쳐질 만큼 기구해서 소설 속에 펼쳐지는 또 다른 이야기는 흥미를 배가시킨다. 일제의 형사와 독립군 지원자로 만난 인물들의 자손은 테러조직의 행동대장과 야당 총수의 아들로 다시 조우하는가 하면 남북의 국적을 지닌 그들의 누이와 형은 이국의 땅에서 만나 서로의 신분도 알지 못한 채 위험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1987>은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의 행간과 이면에 숨어 있는 찾아가는, 거기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찾아가는 소설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이 진행되어가고 있던 바로 그 시간을 살아간, 그러나 역사의 전면에 전혀 드러나지 않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