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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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쓰나미 시대의 일본, 그 황폐함의 밑바닥에서 일본인들이 집어든 단 한 권의 소설! 144회 아쿠타가와 상이 발표되던 2011년 1월 17일, 일본 열도가 뒤집혔다. 중졸에 날품팔이로 하루하루를 전전하던, 부친이 성범죄자라는 치명적인 이력을 지닌 사십대 중년 남자가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 제일의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특이한 이력도 눈에 띄었지만 “수상은 글렀다 싶어서 풍속점에 가려고 했었습니다. 축하해줄 친구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습니다”라는 수상소감은 더욱더 눈길을 끌었다. 그러고 나서 두 달 후인 3월, 대재앙이 일본을 휩쓸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처음부터,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어쩌면 그것은 쓰나미보다 더 무서운 공포일 수 있다. 이제부터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앞이 보이지 않는 나날들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바닥이 깊을수록 절망도 깊어진다. 책 한 권 사보기 부담스러운 이런 상황에서, 니시무라 겐타의 아쿠타가와 수상작이 게재된 <문예춘추> 3월호는 75만 부가 매진되었고, 이후 5만 부를 더 찍었다. 게다가 이후 발간된 단행본『고역열차』는 최근 순문학 소설로서는 보기 드물게 2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이미 수상작이 게재된 <문예춘추>가 80여 만부나 팔려나간 상황에서 단행본이 또다시 그만큼 판매되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또한 일본 아마존 독자를 중심으로 작품에 대한 진심 어린 찬사와 공감의 물결이 이어졌고,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중졸, 날품팔이 사십대, 일본 사소설 전통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부상하다!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온 작가의 삶은 폐허 그 자체다. 사실상 쓰나미가 와도 무엇 하나 잃을 게 없는 인생이다. 작가는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에게 자신의 인생 밑바닥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포스트 쓰나미 시대의 일본인들에게 이런 처절한 삶의 바닥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고역열차』는 친구도 없고, 여자도 없고, 한잔 술로 마음을 달래며 그날그날 항만 노동자로 생계를 꾸려가는 열아홉 살 간타의 서글픈 삶을 다룬 작품이다. 소설을 처음 접한 독자는 불편하고 낯선 느낌을 받게 된다. 재미있는 이야기 구조나 복잡한 플롯도 없고, 남녀의 뜨거운 로맨스나 애틋한 사랑의 감정도 없다. 마치 과거 카프 소설에 등장할 법한 가난과 물질적인 고통, 그리고 그것에 따른 괴로운 심리묘사가 가득하다. 일용직 노동을 하러 가는 아침 출근길에 한 그릇 메밀국수가 먹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고개를 돌리고(20쪽), 옆자리에서 빵을 먹는 남자를 보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22쪽)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요즘 세상에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이런 개인적인 경험을 ‘사소설(私小說)’이라는 일본 고유의 문학적 방식으로 녹여낸다. 자연주의자인 다야마 가타이의『이불』로부터 시작되어 다자이 오사무의 서정적 작품들로 성숙을 맞은 후, 일본문학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르인 본격 사소설의 전통은 맥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니시무라 겐타는 그 전통을 무려 60여 년 만에 되살린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십대 시절, 1920년대의 사소설 작가 후지사와 세이조의 소설을 읽고 감명받았던 그는 날품팔이하는 고단한 나날 속에서도 뒷주머니에 그의 소설을 뒷주머니에 꽂고 다니며 읽었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서 그를 자신의 문학적 스승으로 모셨다.(본문 129쪽) 사소설의 후계자인 그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자기 일상의 흔적을 문자로 옮겨서 종위 위에 보관할 뿐이다. 가공되지 않은 그 삶의 단면은 당연히 거칠고 어딘지 불편하지만 거기에 깃든 진정성이야말로『고역열차』가 주는 거친 매력이다. 표제작「고역열차」가 중졸의, 계획도 미래도 희망도 없는 열아홉 살 주인공 간타의 삶을 담담하게 그렸다면, 함께 수록된「나락에 떨어져 소매에 눈물 적실 때」는 “통증이 한번 와도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욱신거리는, 회복이 늦은”(134쪽, 141쪽) 중년 작가 간타의 문학 인생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작가 자신의 심리를 묘사하는 객관적이고 유머러스한 시선을 통해 독자는 “충치를 깨무는 듯한 (아픈) 쾌감”과 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공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계획 없고, 미래 없고, 희망 없는 열아홉 살의 간타 그를 구원한 단 하나의 출구, 단 하나의 희망, 문학 간타의 신산한 삶은 본인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그의 삶은 누가 봐도 ‘근면’이나 ‘성실’과는 거리가 멀다. 간타는 어떻게 하면 일을 적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육체노동은 지루하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을 극복하기보다는 회피하려고 한다. 사회는 결코 도망치는 그를 구원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끊임없이 희생하는 존재, 그것이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어쩌면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노동을 하는 간타의 삶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간타의 삶에는 무언가 결여되어 있다. 그것은 타인과의 관계다.(53쪽) 그러고 보니 간타는 자신이 친구도 애인도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왜 자신에게는 그런 것이 없을까, 망연한 생각에 잠겼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당연한 듯이 일이 끝나면 누군가를 데리고 가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혹시 애인이라면 섹스도 하는데, 간타는 오랜 세월 그런 평범한 즐거움과는 인연이 먼 외톨이였다.(34,35쪽) 구사카베하고는 매일 얼굴을 마주하다보니 돌아가는 길에 하마마쓰초 부근에서 같이 술을 마시는 사이가 되었다. 싸구려 체인점 술집에서 더치페이로 돈을 내고 같은 또래와 대화를 나누며 마시는 술은 특별한 맛이 있었고,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따스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63쪽) 일용직 노동자로서의 삶은 사회적 강요이기도 하지만 그의 개인적 선택이기도 했다. 그는 “일용노동 생활의 시스템이 주는 맛을 너무도 빨리 알아”버린 것이다. 일용노동의 의 삶에서, 노동과 소비의 교환은 하루단위로 재빠르게 이루어진다. 노동이 끝나면 곧바로 돈을 받고, 그 돈은 바로 밥과 술로 교환되는 것이다. 그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오직 “물질적인 곤란”이다. 이런 삶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는 생존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동갑내기 친구 구사카베에게 자극을 받은 간타는 매일 일을 나가기 시작한다.(59쪽) 매일 일을 하면서 생활에는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비가 늘면서 물질적인 삶은 원점으로 되돌아온다. 오히려 빚이 늘고 방세를 내지 못해 살던 곳에서 쫓겨난다. 그러나 생활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이렇게 느슨한 삶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일까. 이렇게 되는 대로 흘러가는 계획도 목적도 희망도 없는 삶의 행태가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커다란 불안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끌어안고만 있어도 번거롭기 그지없는 무지막지한 열등의식에서 오는 비열한 시기와 질투 때문에 너덜너덜해진 자아로 인생의 종착점까지 달려갈 생각을 하니, 간타는 이 세상이 숨이 턱 막힐 만큼 무미건조한 고역과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122~123쪽) 그리고 마침내는 새로 사귄 친구마저 잃고, 예전의 어두운 삶으로 돌아간다. 그런 그의 뒷주머니에 꽂혀 있는 것은, 그에게 단 하나의 희망, 단 하나의 위로였던 후지사와 세이조의 사소설이었다. 노동과 인간의 삶에 대한 진정성 깃든 질문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니시무라 겐타의 삶은 너무도 낮고 초라하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추악하다. 하지만 그 속내는 진솔하며, 쉽게 꺾이지 않을 듯한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대지진 이후 피폐함과 혼란 속에 던져진 일본인들은 그의 작품에서 진정성이 주는 희망을 보았다고 말한다. 이는 삶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