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돈 있어야 귀농한다고? 천만에!
최근 어느 기관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까 말이죠, 귀농/귀촌을 위한 준비자금으로 대개 1억에서 2억 원가량을 염두에 둔다고 합니다. ‘억’을 모아야 시골 가서 살 수 있다는, ‘억’ 소리 나는 형국인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숨 막히는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고자 하는 우리네 지친 마음이 더 지치기도 합니다. 게다가 용기를 내 시골살이를 시작한 분들의 경제적 고충담이 슬금슬금 귀에 꽂히기도 하니, 그나마 불끈하던 맘도 쉽사리 열기를 잃어버리곤 합니다. 오늘 이 땅에는 이 현실적이며 심정적인 바리케이드 앞에 서서 주저하고 망연한 분들이 많을 테지요.
또한 막상 시골에 정착해보니, 키보드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우리의 손이 너끈히 해낼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습니다. 집이나 텃밭에 필요한 물건은 일단 구입합니다. 여기저기 고치고 다듬어야 할 일들이 생기면 매번 끙끙대다가 ‘사람’을 부릅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돈이 들어갑니다. 어렵사리 자금을 마련해 시골에 가서도 이처럼 돈이 필요하다면 귀농의 꿈은 바삭 깨지고 말겠지요. 하지만 이대로 망설이며 좌절 모드에서 허우적대기만 한다면 맘이 너무 짠하지 않나요?
시골살이를 위한 자급자족 생활기술의 모든 것
여기, 이렇게 귀띔하는 한 사내가 있습니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대도시 자본주의의 소비적 삶을 성찰하라거나,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기 위해 단단한 신념과 철학으로 무장하라거나 하는, 거창하고 따끔할뿐더러 재미도 없는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돈보다 기술!”이라는 것이지요.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구요. 시골에 살려 한다면, 또 시골에서 잘 살고 싶다면, 다른 무엇보다 생활기술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기술탐험가 김성원이 ‘만드는 즐거움’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재주 많은 농부들처럼, 솜씨 좋은 어르신들처럼 나에게 필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시골에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의 몸과 손에 익혀두어야 할 기술은 무엇일까? 시골에서 돈에 연연하지 않으면서도 여유 있게 살아갈 방도는 무엇일까? 동네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주는 무엇일까?”
‘만드는 손들’이여, 귀환하라!
이 책은 특히나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여전히 시골은 돈보다 기술을 갖고 있는 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경험과 사례들을 전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기술과 도구의 목록이 아닙니다. 기술공동체였던 시골의 회복을 꿈꾸는 ‘기술탐구서’이자, 제작 본능과 만들기의 즐거움으로 유혹하는 ‘시골 생활기술 안내서’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기술들을 하나하나 쫓아가다 보면, 어느덧 만날 수 있을 겁니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물론이고 떼굴떼굴 구를 만큼 재미난 인생을 말이지요. 만들고 고치고 다듬은 일들을 손은 기억합니다. 자, 어차피 한 번 살 건데, 이제는 ‘주머니 사정을 살피는 손’이 아니라 ‘무엇이든 만들어보는 손’을 가져 보는 게 어떨까요?
“제작 행위는 만들고자 하는 대상물을 구상하고, 필요한 재료를 구하고, 적당한 공구를 준비하고, 재료를 가공하는 일련의 제작 과정을 포함한다. 이제 사람들은 이러한 제작 과정을 귀찮고 힘겹게 여긴다. 시골로 귀촌하기 전까지 책상머리 사무직이었던 나 역시 제작으로부터 먼 생활을 살아왔다. … 시골로 내려와 살려는 사람들, 어쩌면 나의 이웃이 될 그들 중 몇몇은 만들고 제작하는 이들이었으면 좋겠다. 시골에 살며 몇 가지 기술을 익혀두면 무엇보다 돈과 소비에 덜 의존하고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과 믿음도 생긴다. 이런 믿음은 새삼스러운 것도 별스러운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