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피부

미나토 지히로
284p
Where to buy
Rate
3.7
Average Rating
(3)
동서를 막론하고 촉각의 감각기관인 피부에 대한 의학적 탐구는 거듭되어왔다. 동시에 피부는 눈에 직접 와닿는 표면이자 미학적 대상으로서 다양한 장식이 가미되었는데, 이러한 전통은 현대 미용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의학, 인류학, 정신분석학, 사회학, 예술과 제 과학을 횡단하면서 씌어졌다. 이는 피부가 신체의 ‘전체’를 이루고 있듯이, ‘전체성’을 특징으로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피부는 지성과 감성을 종합하는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예컨대 이 책에서 로봇 팔(Robot arm)이나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를 다룬 장은, 해당 분야에서 일어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염두에 두고 읽었을 때, 이미 고고학적인 내용으로 비칠지 모르겠다. 반면 차별이나 이민배척의 문제는 다시 읽어보면, 21세기의 정치가 20세기에 비해 거의 변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가 막힐 지경이다. 피부감각은 과학기술이 어디까지 발전을 하든 인간성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의 감정과 판단을 지배한다고 해도 좋겠다. ☞ 아포리아 기사 보러가기: 피부의 문화예술 사회사 ☞ 뉴스 ZUM 기사 보러가기: "촉각은 존재 본질"…피부에 대한 문화적 고찰 ☞ 문화일보 기사 보러가기: ‘촉각이 인간 본질’… 피부 문화史

[디아스포라영화제 개최]

단, 5일 간 인천에서 만나요!

디아스포라영화제 · AD

[디아스포라영화제 개최]

단, 5일 간 인천에서 만나요!

디아스포라영화제 · AD

Author/Translator

Table of Contents

한국어판 서문/ 일본어 서문 1장 현실의 가시 열 손가락으로 무엇 하나 할 수 없다/ 물질 P/ 촉각문화/ 응콘데(Nkonde)―가시를 꽂아 만든 조각상/ 명령이라는 가시/ 토미 웅게러의 가시/ 가시는 제거할 수 있는가 2장 통증의 도상학 타투(tattoo)의 계보/ 데모그라피에서 피부학으로/ 데타토아쥬(detatouage)/ 매체로서의 피부/ 유형지의 기계/ 촉각과 비 광학계 코드 3장 색소정치학 주변으로부터 생겨나는 배타주의/ 접촉공포를 낳는 환경/ 증식과 ‘외부인 혐오(Xenophobia)’/ 인종과학이라는 범죄/ 색소정치학/ 아라비안나이트의 피부/ 하렘(Harem) 환상/ <말콤 X>/ 천사는 무슨 색인가/ 이탈리아의 색채/ 물의를 빚은 색 / 벌거벗은 신생아/ 피부는 메시지다/ 피부색이란 어떤 색인가/ 백피증의 발견/ 달의 아이들 4장 포스트휴먼(Posthuman) 프라고나르(Fragonard)가의 사람들/ 두 명의 프라고나르/ 행복의 정원/ 부드러운 내부로/ 아르포르의 프라고나르 박물관/ 박피(ecorche) 조각/ 양손의 만남/ 모피시대/ 따끔따끔한 느낌/ 위생박람회/ 유리로 된 남자/ 살점으로 만든 옷/ 라텍스(latex)의 기관 5장 만지는 것과 말하는 것 팩과 엔벨로프/ 촉각과 언어 6장 꿈의 피부 정글의 옷 정글의 주민/ 열대림의 내부/ 정글과 초원 사이/ 정글의 옷/ 활과 그물/ 감각의 기보법(記譜法) 꿈의 모래알갱이 장님의 꿈/ 꿈을 영상화하다/ 꿈의 화소―빔 벤더스의 경우/ 드리밍―호주원주민의 신화세계/ 꿈의 회로도/ 꿈의 화소―호주원주민의 경우/ 변신의 땅으로 드림머신 죽음의 해협 지브롤터(Gibraltar)/ 탕헤르의 이방인들/ 브리온 기신/ 눈을 감고 보는 최초의 예술작품 7장 맹인론Ⅰ 손가락의 교차/ 촉각의 실험장치/ 몰리누의 문제계/ 광학십자군의 세기/ 눈을 감는다/ 시각에서 촉각으로의 전환/ 손의 기능/ 파악, 이동, 교환/ 숨겨진 수열/ 미소외과의 손/ 손을 만든다/ 마스터-슬레이브 시스템/ TE에서 VR로 8장 맹인론Ⅱ 아비오닉 이미저리(Avionik Imagery)/ 눈으로 쏘는 사람들/ 분자 간 비행/ 환영의 집/ 환영건축물/ 격자와 감옥/ 암흑의 시대, 맹목의 수련/ 몸짓의 세계/ 도시의 미시분석/ 렉싱턴 감각가/ 보행의 기보법/ 보행의 선형이론/ 무용보(舞踊譜, Labanotation)/ 신체의 상대성이론/ 촉각도시로 9장 세계피부의 꿈 하나의 스크린은 모든 스크린/ 처형기계와 새로운 벽/ 손의 전략 관련지도/ 신판후기/ 역자후기

Description

경계를 뛰어넘는 통찰력으로 인간의 신체 표면을 구성하는 피부를 논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촉각의 감각기관인 피부에 대한 의학적 탐구는 거듭되어왔다. 동시에 피부는 눈에 직접 와닿는 표면이자 미학적 대상으로서 다양한 장식이 가미되었는데, 이러한 전통은 현대 미용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의학, 인류학, 정신분석학, 사회학, 예술과 제 과학을 횡단하면서 씌어졌다. 이는 피부가 신체의 ‘전체’를 이루고 있듯이, ‘전체성’을 특징으로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피부는 지성과 감성을 종합하는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대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예컨대 이 책에서 로봇 팔(Robot arm)이나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를 다룬 장은, 해당 분야에서 일어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염두에 두고 읽었을 때, 이미 고고학적인 내용으로 비칠지 모르겠다. 반면 차별이나 이민배척의 문제는 다시 읽어보면, 21세기의 정치가 20세기에 비해 거의 변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가 막힐 지경이다. 피부감각은 과학기술이 어디까지 발전을 하든 인간성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의 감정과 판단을 지배한다고 해도 좋겠다. 이 책은 내 작업 중에서 1980년대의 군중 연구로부터 90년대의 기억의 탐구로 이어지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고도로 정보화된 사회에서는 컴퓨터가 생활 전체의 국면을 지배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어쩌면 미래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서든 미래에서든 닥쳐올 사태를 알리는 것은 우리 신체의 표면을 두드리는 희미한 신호다. 그것을 감지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갖고 있는 최대의 능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의 경계란 폐쇄적인 ‘벽’이 아니라 무수한 신호에 대해 항상 열려있는, 감각적인 ‘장소’다. 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타자임은 이 책의 핵심에 위치한 신념이라 할 수 있다. - 저자 서문 중에서 책 속의 주요 장별 소개 1장 현실의 가시 피부는 인간의 표면이고 그 본질은 그 속 깊은 곳에 감추어져 있다. 피부는 비본질적이다. 앞으로 살펴볼 감각문화란 이 모델을 역전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피부는 단순한 자루도 중추를 섬기는 말단도 아니다. 피부와 뇌는 계층적인 관계가 아닌 기하학적인 관계로 이해할 수 있다. 피부는 종속적이지 않다. 피부를 뇌의 확장으로서, 뇌를 개켜놓은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본질은 피부에 있다. 따라서 촉각문화가 중요시되는 것은 현실의 존재가 아닌 현실의 생성에서다. 프랑스의 삽화가이자 작가인 토미 웅게러(Tomi Ungerer, 1931∼) 사진집의 가장 공포스러운 부분은 바로 인형에 바늘을 찔러놓고 찍은 시리즈일 것이다. 가시는 숨겨져 있어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그것은 절대 불변한 것으로 남아 있다.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촉각뿐이다. 다시 말해 내부에 존재하는 이물감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은 이 가시의 전면적인 봉기에 다름 아니다. 영국의 작가인 엘리아스 카네티(Elias Canetti, 1905∼1994)의 예언대로 가시는 수십 년이나 축적되어 옛 상황의 도래를 계속 기다렸다. 전복은 우선 동구에서 일어났다. 다시 머지않아 금세기 최대의 명령기계인 중추 부분을 급습하게 되었다. 냉전의 종언이란 동결되어 있던 가시의 해동에 지나지 않았다. 이처럼 거대한 가시의 제거는 물론 혼자서 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복잡기괴한 가시라 하더라도 모든 가시로부터의 해방이 군중 내부에서는 가능하다.” 우리들이 경험하고 있는 군중현상은 다시 말해 군중에 의한 가시 제거 작업인 것이다. 가시는 기억하고 있다. 유럽의 세계정복이 개시된 지 정확히 500년째다. 가시는 상황의 도래를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다. 가시는 우리의 감각에 호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3장 색소정치학 인종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겨우 두 세기 전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16세기, race라는 말은 아직 가계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랬던 것이 육체적 특징에 따라 인간집합의 개념으로 변용된 것은 같은 시기에 시작된 유럽의 세계 식민지화를 통해서였다. 신대륙에 도착한 유럽인의 눈에 비친 미지의 주민들의 가장 큰 특징은 그들이 벌거벗은 채로 생활하는 것과 피부색이었다. … 하지만 18세기 린네(Carl Von Linne)의 분류학(Taxonomy)에서 시작된 인종연구의 계보를 보면 그것이 그리스 로마 시대 이래의 비유럽 세계, 비기독교 세계에 대한 이미지에 깊은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린네는 인간을 분류할 때 지리적 조건, 육체적 특징이나 심리적 성격을 염두에 두었는데 여기에는 고대 그리스 생리학의 체액론(體液論)과 피부색 그리고 기질이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 혈액, 점액, 흑담즙, 황담즙의 네 체액의 조합에 따라 나오는 기질,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네 지역의 지리 구분 그리고 흑백황적의 네 피부색을 기초로 한 분류가 그것이다. 린네는 이 분류에 따라 유럽인에게 흰색·지적임·종교심을, 아프리카인에게는 검정색·교활함·종속성이라는 성격을 대응시켰다. … 이후의 인종관은 칸트, 헤겔에서 다윈을 거쳐 금세기에는 동물행동학의 로렌츠에 이르기까지 방법론의 차이를 막론하고 기본적으로는 18세기 최대의 박물학자인 뷔퐁의 정식(定式)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모두 하나의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연구이자 이론이다. 그런 까닭에 진화론의 ‘도태’나 ‘적응’과 같은 개념이 어떤 식으로 적용됐는지는 재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프랑스 사상가 고비노(Joseph Arthur Comte de Gobineau, 1816∼1882)나 독일의 생물학자인 헤켈(Ernst Heinrich Philipp August Haeckel, 1834∼1919)에 의한 인종이론은 백인종이 인종의 우열을 따지는 데 한층 더 언급된다. 어쨌든 식민지 지배와 파시즘 정통화의 공식은 이로써 구색을 갖추었고 유럽은 안심하고 이문화 살육을 지속할 수 있었다. 4장 포스트휴먼(Posthuman) 위생학자인 페텐코페르(Max Josef von Pettenkofer, 1818∼1901)는 물이나 대기의 질을 과학적으로 측정하는 실험위생학의 기초를 다졌다. 특히 뮌헨의 상하수도를 정비하여 장티푸스를 없앤 업적으로 유명하다. 이 사실은 위생학이 처음부터 도시계획과 더불어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1905년에는 프랑크프루트에서 최초의 도시계획박람회가 열렸는데 그 타이틀은 ‘대중이 앓는 병과 그 퇴치법’이었다. 박람회의 성과는 그대로 베를린에 개설된 최초의 위생학박물관으로 이어졌다. 독일 위생학박물관은 결국 나치의 인종 사상을 위한 교육기관으로 기능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상징이 1930년 박람회에서 전시된 ‘유리로 된 남자’라 불리는 모형이었다. 드레스덴의 위생학박물관에서 제작된 이것은 내부의 조직이 보이도록 피부 부분을 투명한 수지(樹脂)로 처리한 등신대의 해부 모형이었다. ‘유리로 된 남자’는 박람회의 볼거리로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20년에 걸쳐 전개된 위생박람회라는 배경을 생각해보면 이는 인체의 모형일뿐 아니라 건강한 사회의 축소판이자 국가의 메커니즘을 투영하는 모형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음을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독일의 영화감독인 프리츠 랑(Fritz Lang, 1890∼1976)의 <메트로폴리스(Metropolis)>(1927)와 더불어 위생적 인조인간(android)이 군중을 끌어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유리로 된 남자’ 앞에 선 남자와 여자들이 이상적인 인종이라는 사고방식에 세뇌당하고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투명한 피부, 주름 하나 상처 하나 없는 청결한 피부에 대한 집착은 에스테틱(esthetics)이라는 이름으로 불길한 색채를 띤 채 오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