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기 사어 수집가

황인찬 and 8 others · Huma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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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시인, 음악가, 사진가, 만화가, 번역가, 저술가, 큐레이터까지 열한 명의 작가들이 22세기에 사라질 언어를 골라 서술한 책이다. 어떤 이는 지금에 서서 오랜 후를 예상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22세기라는 가상의 시기에 도달하여 지금과 그때를 이어내기도 했다. 각자가 가진 언어의 저울에 스무 단어를 올려놓고 미리 안녕을 고한다. 180개의 단어 중 어떤 것이 실제로 죽거나 사라질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그러한 '예측 정확도'와 무관한 책이다. 사어(死語)는 단순히 한 단어가 사라진 흔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있던 언어가 없어지는 것은 사건이기보다 흐름에 가까워서 각 작가들이 꼽은 스무 개의 단어들은 '이전-지금-이후'를 판단하는 그들만의 기준이자 일종의 선언으로 보인다. 수집가처럼 자신의 이름으로 묶인 스무 사어를 가벼운 오동나무 서랍에 모아 넣을 수도, 언어의 장의사처럼 사어에 베를 곱게 둘러 염(殮)을 할 수도, 만담꾼처럼 숱한 농담을 부채처럼 펼치고 서늘한 웃음을 선사할 수도 있다. -한국일보 : 기사 보러가기 -YTN : 기사 보러가기 -연합뉴스 : 기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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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완결의 아이들 황인찬 뽕 | 산악회 | 진정성 | 파이팅 | 핍진성 | 교복 | 경이 | 정수 | 오빠 | 세계문학전집 | 느낌 | 퀴어 | 귀농 | 시간제 강사 | 새내기 | 학제 | 엠티 | 독설 | 제본 | 종언 한유주 칫솔 | 라이터 | 비닐봉지 | 안개 | 다리미 | 기적 | 번지 | 나일론 | 페덱스 | 조화 | 우산 | 심장병 | 담배 | 12월 | 응사 | 실바람 | 낙조 | 검정색 | 명왕성 | 간척지 현시원 파도타기 | 관객 | 샤프심 | 두부 | 연설 | 삼박자 | 백설탕 | 스포일러 | 기념비 | 젊은작가 | 우표 | 자별하다 | 경비실 | ! 느낌표 | 일기예보 | 맴돌다 | 창조 | 얼음 | 걷기 대회 | 호신술 김지현 (aka 아밀) 그녀 | 타다 | 인형 | 망하다 | 폐지 | 자기관리 | 영재 | 비둘기 | 눈 | 짓다 | 당신 | 불구하다 | 돛대 | 천연 | 사이렌 | 감성 | 반려 | 사이코패스 | 자아 | 넋 조경규 꽁치 통조림 | 돼지 저금통 | 연필깎이 | 주사기 | 붓펜 | 어린 왕자 | 분홍 소시지 | 아이스 아메리카노 | 우체통 | 볼링장 | 음식물 쓰레기 봉투 | CCTV | 야구 모자 | 음반 | 이자카야 | 철가방 | 토익, 토플 | 일렉트릭 기타 | 슬래셔 무비 | 이발소 이윤호 노래방 | 귀청소방 | 전화 & 화상방 | 키스방 | 안마 맛사지 | 비디오방 | 유리방 이강혁 신도시(뉴타운) | 봄 | 대형 마트 | 동물원 | 해수욕 | 자본주의 | 인류 이차령 3D 안경 | 영수증 | 지폐 | 우표 | 신용카드 | 일간신문 노정태 운전수 | 스마트폰 | 페이퍼백 | 인디 | 중산층 | 비정규직 | 전세 | 개천의 용 | 귀성길/귀경길 | 세는 나이 | 대안학교 | ADHD | 삼한사온 | 장마 | 꽃샘추위 | 참치회 | 동물원 | 안락사 | 통일 | 논객 김목인 가수 | 김치냉장고 | 노파 | 눈싸움 | 당일 배송 | 리얼리티 프로그램 | 마가린 | 백열등 | 빌 게이츠 | 사이버 | 속물 | 속셈학원 | 스승 | 썰렁하다 | 야자 | 연립주택 | 일상적 | 전공 | 책받침 | 프리메이슨 이제니 버섯 | 숲 | 바람 | 음악 | 침묵 | 시간 | 꿈 | 사람 | 희망 | 감정 | 기억 | 동물원 | 시 | 책 | 거짓말 | 겨울 | 밤 | 그림자 | 예언 | 죽음

Description

소중한 추억으로 꼽을 리 없는 기억을 떠올려 본다. 마트에서 감자를 담은 봉지 무게를 재는 순간은 특별한 기억으로 추앙되지 않는다. "2014년 오늘 대형 마트에서 감자를 산 순간을 평생 아름답게 기억해야지" 흐뭇한 표정으로 거듭 다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과일이나 야채를 봉지에 담아, 철제 저울에 올려, 가격이 바코드로 출력되어 나오는 장면은 이상할 정도로 뇌리에 남아 있는데 '그 대상의 무게가 곧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중량은 값을 정하는 주요한 기준이겠으나 그럼에도 마치 무게만이 문제라는 듯 가격으로 자동 환산되는 그 짧은 시간만큼은 언제나 낯설다. 이미 모든 정가와 부피와 중량이 오차 없이 정해진 마트 상품 사이 마지막으로 남은 야생의 흔적. 어쩌면 우리는 공장에서 닦이고 깎이고 쌓이고 살균되어 포장되어 출하되는 감자가 아닌 원산지 흙 묻은 감자를 익숙하게 맞닥뜨리는 마지막 세대일지 모른다. 그 긴장이 내가 고른 만큼 봉지에 담는 순간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언어의 저울이 발명된다면 어떨까. 2085년 세상의 모든 이치를 꿰뚫어야 삶을 정복하는 것이라 오해한 사람들에 의해 고안된 이 기기에 단어 하나를 올리면 그 나이, 가치, 무게, 남은 수명, 값어치까지 적힌다면. 21세기를 채 넘기지 못할 운명의 단어들이 '쓸모없음의 세계'를 향해 쓰러져 갈 때, 우리는 어떤 표정으로 사어, 그 죽은 말을 바라보게 될까. 이 책 『22세기 사어 수집가』는 소설가, 시인, 음악가, 사진가, 만화가, 번역가, 저술가, 큐레이터까지 열한 명의 작가들이 22세기에 사라질 언어를 골라 서술한 것이다. 어떤 이는 지금에 서서 오랜 후를 예상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22세기라는 가상의 시기에 도달하여 지금과 그때를 이어내기도 했다. 각자가 가진 언어의 저울에 스무 단어를 올려놓고 미리 안녕을 고한다. 순전히 지어낸 이별 같지만 그 속에는 작가가 판단하는 지금의 기운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벌써 그 힘이 희미해진 단어와 대화가 멈추지 않는 한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은 단어가 뒤섞여 있다. 180개의 단어 중 어떤 것이 실제로 죽거나 사라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변혁의 시대가 찾아와 평균 수명이 가파르게 오르지 않는 한 모두 죽고 없어 확인조차 못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예측 정확도'와 무관해서, 누구도 쉽게 예측 못 할 아득한 미래를 감히 예상하는 사람들이기보다 기억할 수 없는 미래를 기억하는 사람들에 가깝다. 이 비문에 가까운 힘으로 허구와 오기와 사실을 섞어 자신의 세계관 속에서만큼은 진실로 전해질 전설을 들려준다. 사어(死語)는 단순히 한 단어가 사라진 흔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있던 언어가 없어지는 것은 사건이기보다 흐름에 가까워서 각 작가들이 꼽은 스무 개의 단어들은 '이전-지금-이후'를 판단하는 그들만의 기준이자 일종의 선언으로 보인다. 수집가처럼 자신의 이름으로 묶인 스무 사어를 가벼운 오동나무 서랍에 모아 넣을 수도, 언어의 장의사처럼 사어에 베를 곱게 둘러 염(殮)을 할 수도, 만담꾼처럼 숱한 농담을 부채처럼 펼치고 서늘한 웃음을 선사할 수도 있다. 세상을 바꾸거나, 지각을 뒤흔들거나, 관념을 혁신하거나, 타인을 갱신하려 하지 않고, 아득한 단어의 울타리로 이토록 작지만 분명한 세계를 구축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완결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완성된 세계의 후손들. 발 닿는 곳마다 이미 훌륭한 고전의 수풀이 우거져 있어 무작정 쓰거나 그리거나 찍지 못하고, 기술적인 발전보다 자신의 역할과 방향을 고민해온 작가들의 세계는 21세기라는 시간에 맞춰 특수하게 변모해왔다. 한계가 없이 그 값을 갱신하는 첨단의 영역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하강하는 때에 태어난 사람들이 가진 어떤 천성이다. 그들은 사그라지는 존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마지막 폭발을 기대한다. '사그라지다'의 뜻은 '삭아서 없어지다'로, '삭다'라는 단어의 울림이 계속 눈에 걸린다. 녹슨 단어를 무대 위로 불러 치켜세우거나 기억하거나 웃음을 두르는 작가들 눈에 비친 22세기는 어떤 모양인가. 지금의 세계는 모두 삭아 없어졌을까, 또 다른 새로움을 기어코 찾아 낯설게 열광하고 있을까. 개인적인 선언처럼 읽힌다고 말했던 이들의 단어를 하나씩 소리 내어 읽어 본다. 열한 명의 열한 단어. 눈싸움, 폐지, 꽃샘추위, 침묵, 토익과 토플, 간척지, 제본, 파도타기, 비디오방, 일간신문, 인류. 18세기 화가가 그린 21세기 상상도에서 텔레파시 기계 혹은 비행 우체부를 보는 일처럼 이 책 역시 수 세기 이후 불가사의한 농담으로 쓰이거나, 2010년대를 촘촘히 기록한 문서보다 되려 지금을 읽는 지침서가 되길 바란다. 백 년 뒤, 문장째 사라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새롭게 생겨나는 단어는 전혀 아름답지 않을 때, 이 책은 당대 남은 언어의 힘을 믿었던 작가들이 한 줌 움켜쥔 마지막 낭만처럼 읽히길 고대한다.(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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