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아는 역사’를 넘어 ‘써먹는 역사’의
영역을 개척한 한국사의 걸작!
동아시아와 한반도 역사의 변곡점을 만든 14가지 결정적 사건들
그리고 역사의 현재성을 담보하는 필연의 법칙들
나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주요 인물의 과거 행적을 알고자 하는 마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과거 이력에는 한 사람에 관한 수많은 정보가 축적되어 있어서 그의 언행과 현재의 처지, 능력 등의 진위를 가늠하는 판단 기준이 된다. 역사를 탐구하는 이유 역시 이와 비슷하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들을 들여다봄으로써 이 세계가 처한 현실과 갖가지 현상들의 이면에 숨어 있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 이것이 역사라는 학문이 지닌 참된 역할이다. 하지만 사건과 인물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역사 공부가 아니다. 역사 연표를 달달 외는 형태의 교육과 학습은 지식 자랑에는 도움이 되지만, 과거를 현재에 적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역사책이 주요 왕과 위인의 업적에 주목하고 사건의 표면만 다루며 지루할 만큼 엇비슷한 레퍼토리를 반복한다. 이는 대다수의 저자들이 역사를 움직인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채 역사의 틀 안에서 역사를 기술하기 때문이다.
『한국사는 없다』는 역사를 움직인 원동력을 국가와 민족 간의 충돌이나 시대를 대표하는 세력의 정치적 의도에 국한하지 않는다. 왕을 비롯한 몇몇 리더의 결정과, 그에 수반된 전쟁과 새로운 시도는 역사를 움직인 여러 수레바퀴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떤 리더 집단이 그러한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사건이 일어난 배경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렇게 사건의 원인과 과정, 결과, 가까운 미래에 끼친 영향까지 총체적으로 살펴야 역사라는 과거는 현재성을 획득한다. 나아가 역사의 흐름 속에 내재된 필연적인 법칙과 방향성을 파악하여 이를 현재와 미래에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은 기후학, 지리학, 사회학 등의 역사 외적인 요소와 당대의 세계정세, 시대의 변화라는 폭 넓은 시각에서 한국사를 해석한다. 환웅과 단군으로부터 일제 강점기에 이르는 오천 년 우리 역사를 통사적으로 훑어 내려오다가 한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결정적 사건에 이르러 깊이 파고들어가는 방식을 취한다. 단순히 그 사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 조건들을 먼저 살펴서 원인과 배경을 제시하고, 사건이 후대에 끼친 영향까지 밝힌다. 이렇게 세계사의 관점, 전 지구적인 시각에서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한국사의 틀 안에서는 결코 해결되지 않던 지점들이 풀린다. 그리고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고 깊어진다. 이 책을 펼친 독자들은 역사가 현실의 유용한 도구가 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사의 틀 안에서는 결코 한국사를 제대로 볼 수 없다!”
고구려 장수왕, 중국 유목 민족, 북유럽 게르만족이 비슷한 시기에 남하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학생 시절에 필수 과목이었던 ‘국사’를 공부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한국사와 담을 쌓았다 하더라도 몇몇 사건은 기억할 것이다. 그 가운데 ‘그때 그랬다면…’이라는 아쉬움을 자아내는 장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장면 가운데 하나가 고구려 장수왕의 남하 정책이 아닐까? 우리 역사에서 보기 드문 정복 군주였던 아버지 광개토 대왕이 만주 북부까지 넓혀놓은 광활한 영토를 포기하고 한반도의 한강 지역으로 기수를 돌린 장수왕의 선택은 협소한 한반도에서 복작거리며 살아가는 현대 한국인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장수왕이 만주를 포기하고 한강으로 향하던 시기에 중국과 유럽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아는가? 중국에서는 북쪽의 초원 지대에 살던 다섯 유목 민족이 남쪽의 중원으로 쳐들어가 중국 왕조를 밀어내고 5호 16국 시대를 열었다. 유럽에서는 북유럽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게르만족이 대거 남하하여 로마 제국을 뒤흔들었다. 학교에서 ‘게르만족의 대이동’이라고 배웠던 사건이다.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한반도와 중국, 유럽의 북쪽 세력을 남쪽으로 이동하게 만든 원인이 뭘까? 답은 기후다. 4~5세기경 지구 전체에 평균 기온이 낮아지는 한랭기가 닥치면서 북쪽 지역의 곡물 생산이 어려워지자 고구려의 장수왕과 중국 북쪽의 유목 민족들, 북유럽의 게르만족은 따뜻한 남쪽으로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기존 질서에 균열을 가하는 역사적 변혁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처럼 ‘기후’라는 변수를 대입하지 않으면 이 시기에 일어난 역사의 흐름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서는 이미 기후학과 지리학, 사회학 등을 적용하여 역사를 해석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역사 연구는 여전히 한국사 내부의 연구 결과만을 자료로 활용하기에 특정 집단의 정치적 결정이나 영토 분쟁을 가장 주요한 잣대로 삼는다. 하지만 이처럼 협소한 시각에서 바라보면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조선의 근대화가 일본보다 늦었던 이유를 전적으로 흥선 대원군의 쇄국 정책 탓으로 돌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사실은 고려 말기부터 시작되어 조선에 이르러 강화되고 확장된 노비 제도로 인해 국가의 주요 노동력이 상공인과 도시 노동자로 편입되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이유였음에도 말이다.
“한국사를 명징하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14가지 사건을 심층 분석하다!”
한국사를 세계사로 확장하는 동시에 현대인의 일상으로 소환하다
이 책은 고조선부터 일제 강점기에 이르는 오천 년 역사를 통사적으로 다룬다. 그러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14군데의 급소를 찌른다. 이 14가지 역사적 사건들은 한국사의 물줄기를 바꾼 변곡점이자 동시에 그동안 한국사를 공부하면서도 쉽게 풀리지 않았던 의문을 해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선진 농경 지식을 갖춘 환웅 세력과 결합하여 고조선의 일원이 된 곰 부족은 왜 우리 역사에서 사라졌을까? 고조선 멸망 이후 우리 땅에 들어선 한사군(낙랑군)은 한반도의 우리 민족 국가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삼국 시대의 세 나라 가운데 가장 뒤처졌던 신라가 통일의 주역이 된 까닭은 무엇인가? 숱한 침략을 당하면서도 한반도가 중국이나 일본의 영토가 되지 않은 이유는? 부동산에 목을 매는 우리 국민의 정서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유럽에서 시작된 대항해 시대와 임진왜란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은 왜 귀국하지 않았는가? 유력 가문들의 아지트였던 TK(대구/경북) 지역이 저물고 한양(서울) 전성시대가 열린 까닭은? 근대 열강들이 탐했던 조선의 지정학적 가치는 무엇인가?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은 14가지 주제를 심도 깊게 다루면서도 ‘고조선-한반도의 고대 국가-삼국 시대-통일 신라-후삼국 시대-고려-조선-일제 강점기’로 이어지는 통사적 구성을 놓치지 않는다. 이러한 구성은 한국사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각 사건들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데 유용할 뿐 아니라 한국사 초급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앞서 밝혔듯, 이 책은 기후학, 지리학, 사회학, 세계정세, 시대 변화, 집단 심리 등의 다양한 요소를 적용하여 우리 역사를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이제껏 한국사를 다룬 어떤 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책만의 장점이다. 그렇다고 역사를 해설하는 새로운 시도 그 자체가 미덕일 수는 없다. 이 책의 참된 미덕은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여 역사적 사건의 표면 아래에 숨어 있는 ‘진짜 사실’을 발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발굴한 사실들은 단 몇 줄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내용이 간단하지는 않지만, 그 저변에는 변화하는 시대를 돌파하거나 적응하여 생존해내고자 했던 당대인들의 고뇌가 깔려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와 같은 삶의 고민과 노력은 공간과 인종을 가리지 않기에 한국사의 주요한 사건들은 어쩔 수 없이 세계사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사는 없다’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