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문명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고전 속 그림을 소개하는 교양 예술서 16세기는 종교개혁이 시작된 시기(時期)만은 아니다. 16세기 서양은 신대륙 발견과 프란시스 베이컨의 과학과 기술의 진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출발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서양의 과학 발전은 그 후 문명의 전 지구적 전환을 초래한다. 명실상부하게 서양의 과학이 근대의 기반을 닦고 전 지구적 문명을 견인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가 오래 전부터 근대 서양 과학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들여다본 결과 알게 된 사실은, 근대 서양 과학의 발전은 근대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동판화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과학자들의 사실적 연구를 추동(推動)했다는 것이다. 그 무렵 막 박물학(博物學)이라는, 자연 전체를 뭉뚱그려 연구하던 학문이 가지를 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탄생하기 시작한 근대의 과학자들은 새로이 소개된 인쇄술과 동판화 기술을 활용하여 단순히 콘텐츠만을 담은 논문이 아니라, 자신의 과학적 탐구를 실제로 드러내기 위해 독창적이고 놀랄 만한 책자들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성과물을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이 자료들을 무조건 대한민국에 소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름하여 클래식그림씨리즈이다. 이미 출간한 《사람 몸의 구조》와 《자연의 예술적 형상》에 이어 세 번째 책으로 《북미의 새》를 출간한다. 001 《사람 몸의 구조》,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지음, 엄창섭 해설 002 《자연의 예술적 형상》, 에른스트 헤켈 지음, 엄양선 옮김, 이정모 해설 003 《북미의 새》, 존 제임스 오듀본 지음, 김성호 해설 《북미의 새》 미국 조류학의 아버지, 존 제임스 오듀본 어려서부터 오듀본은 새의 우아한 움직임을 보았고, 깃털의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을 느꼈고, 완벽한 형태와 뛰어난 자태에 빠져들 정도로 새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게다가 새들마다 기쁨을 표현하는 방식과 위험을 나타내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정도로 새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었다. 뱃사람이 되거나 사업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과는 달리 오듀본은 생활과는 관계가 먼, 새를 관찰하고 새를 그리는 일에 몰두하였다. 새에 미쳐 살아가는 삶이었다. 오직 새를 관찰하고 새를 찾아다닌 오듀본은 관찰한 내용을 빠짐없이 그림으로 그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형태로 간직했다. 오듀본이 《북미의 새》를 펴내고 미국 조류학의 아버지라 불리게 된 바탕에는 철저한 기록의 습관이 있었다. 관찰과 그림 그리기에 30여 년, 인쇄만 12년(1827~1839)이 걸린 《북미의 새The Birds of America》의 저술. 오듀본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할 일이기에 《북미의 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감이자 조류학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새를 만나 예술의 세계에서 날다 봄날에 나타난 새가 가을이 되면 사라졌다가 이듬해 봄에 다시 나타나는 모습을 보고 오듀본은 피비딱새의 발에 부드러우면서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 은실을 묶었다. 피비딱새는 매년 같은 둥지를 찾아왔고, 7년에 걸친 실험으로 새들이 계절을 따라 이동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새의 발에 은실을 묶는 방식은 새의 발에 은가락지를 끼워 철새의 이동을 확인하는 가락지 방법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새를 그리는 데 있어 오듀본은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한다. 새를 그리기 위해서는 박제를 해야 하는데 당시 조류학자들은 새를 포획하거나 사냥한 뒤 내장을 제거하고 다른 소재로 속을 채워 박제를 하는 방식을 취했기에 박제한 새의 모습은 딱딱하고 어색했다. 그걸 보고 그리니 그림 자체도 부자연스럽고 딱딱했다. 오듀본의 방법은 달랐다. 새를 정확하게 사격하여 새의 형태 변형을 최소화하여 새가 자연 그대로의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철사로 형태를 잡았다. 또한 오듀본이 그린 새의 모습은 자연 서식지에서 생활하는 모습 그대로, 즉 새들이 먹이를 먹거나 사냥을 하는 행동을 하다가 잡힌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모습은 당시 최고의 조류학자였던 알렉산더 윌슨 같은 동시대 사람들이 그린 딱딱한 그림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새의 서식지에서 새와 함께 살며 새의 행동을 오래도록 지켜본 오듀본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었다. 《북미의 새》,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감 《북미의 새》는 크기가 99㎝×66㎝나 되는 기념비적 크기로 497종의 새를 실물 크기로 435점의 동판에 새겨 제작했다. 한 그림에 여러 종이 표현된 경우가 있어 종수보다 그림 숫자가 적다. 인쇄비용은 현재로 환산하면 2백만 달러였으며, 채색하는 인원도 50명이 넘었다. 오듀본은 삶 전체를 새를 만나고 새 그림 그리기에 바쳤고, 그 결과물 《북미의 새》는 4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책 만드는 데만 무려 12년의 시간이 걸렸다. 《북미의 새》가 오듀본이 개발한 박제술로 인해 새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졌다는 점 이외에 당시에 출간한 조류 책과는 차별되는 점이 있다. 새의 배경이 되는 식물을 그려 넣었다는 점이다. 배경 묘사는 미학적 가치를 높여 줄 뿐만 아니라, 새의 서식지 환경을 정확히 표현했다는 생태학적 가치가 있다. 새의 서식지가 숲인지, 들인지, 강인지, 바다인지를 보여 주는 것은 물론, 서식환경을 섬세하게 알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북미의 새》는 자연의 매력으로 유럽의 낭만주의 시대를 풍미하며 최고의 인기를 얻었고, 그 여세를 몰아 오듀본은 벤저민 프랭클린에 이어 미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런던 왕립 학회 회원이 되었다. 오듀본의 자취 또한 미국 전역에 남아 있다. 《북미의 새》의 원본에 해당하는 수채화 작품 435점은 뉴욕 역사협회New-York Historical Society가 소장하고 있다. 한때 오듀본이 살았던 펜실베이니아주 밀 그로브 농장은 대중들에게 공개되고 있으며, 《북미의 새》를 포함하여 오듀본의 모든 주요 작품을 소개하는 박물관이 있다. 켄터키 주 헨더슨에 있는 존 제임스 오듀본 주립공원의 오듀본 박물관에는 오듀본의 수채화, 유화, 동판 및 유품이 소장되어 있다. 1940년 미국 우정국은 오듀본을 기념하여 미국 우표 시리즈를 발행하였고, 2011년 구글은 오듀본 탄생 226주년을 축하한 바 있다. 그 밖에 오듀본을 기리기 위해 오듀본의 이름을 붙인 공원, 학교, 거리 등만 해도 수십 곳에 이른다. 오듀본이 남긴 《북미의 새》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감이며, 서적 예술 중 가장 훌륭한 본보기로 평가받고 있다. 2010년 《북미의 새》는 소더비 경매에서 1,150만 달러에 판매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책의 자리게 오르게 되지만, 2013년 1,416만 달러에 판매된 《베이 시편집》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책의 자리에 올랐다. 오듀본에 대한 세상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