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삶

Marguerite Duras · Essay
1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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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특유의 '여성적 글쓰기', 미증유의 작품 세계로 세계 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에세이 <물질적 삶>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물질적 삶>에 수록된 마흔여덟 편의 글들은 작가 스스로 명확히 밝히고 있듯이 "책도 아니고, 일상의 사건에서 벗어나" 있다. 다만 '읽을 수 있는 글'일 뿐 통념에 부합하지 않으며, 상식에 따라 분류할 수도 없다. 이를테면 이 책은, 영화감독이자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주제로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제롬 보주르에게 작가 자신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모든 것에 대한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은 작품 이면에 자리한 작가의 삶, 사랑의 잔상과 죽음의 긴 그림자를 오롯이 보여 준다는 점에서 뒤라스의 애독자뿐 아니라, 거장이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준다. 특히나 작품 활동 내내 되풀이되어 온 불가능한 사랑과 치명적인 상실 그리고 끝없는 고통과 불안, 이른바 인간 존재의 심연에 대한 뒤라스의 냉철한 통찰은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위안을 선사한다. 학생 혁명과 빈곤층 가족의 죽음, 이민자 문제와 천박한 속물 자본주의, 롤랑 바르트의 저작과 미셸 푸코의 죽음 등 작가 뒤라스를 둘러싼 세태와 인물은 물론, 거듭된 실패 끝에 광기에 사로잡힌 어머니의 죽음, 어린 시절의 기이한 성애 경험, 이제껏 좀처럼 언급한 바 없는 제라르 자를로와 함께한 난폭한 사랑, 최후의 반려자 얀 앙드레아와의 관계 등 지극히 사적인 부분까지 거리낌 없이 망라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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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들어가는 말 화학 약품 냄새 로슈누아르의 여인들 말(言)의 고속 도로 연극 밤늦게 온 마지막 손님 술 6구(區)의 환락 빈롱 하노이 검은 덩어리 보나르 스카프의 푸른색 남자 집 카부르 동물 트루빌 별 M.D.의 제복 작가들의 몸 알랭 벤스텐 라신의 숲 보르도발 열차 책 킬뵈프 거짓의 남자 사진 단수(斷水)하러 온 남자 피공 조르주 바웬사의 아내 텔레비전과 죽음 말로 맞서기 녹변(綠變)된 스테이크 싫으신가요? 푸아시의 감시탑 그랑드 블루 파리 붉은 소파 둥근 돌 서랍장 시간을 허비하기 「인디아 송」의 굴뚝들 「나비르 나이트」의 목소리 밤에 먹기 1982년 10월 위험한 상태 편지 밤에 나타나는 사람들 옮긴이의 말

Description

현대 문학의 낯선 영토,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이야기하는 이토록 난폭한 사랑, 죽음의 광기, 속되고 불투명한 삶 줄거리도, 중심도 없는 삶 속에서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마주한 사랑과 고통, 생명과 죽음의 윤무 이 책에는 시작과 끝이 없고, 중간도 없다. 어느 책이든 존재 이유가 있다는 말이 맞다면, 이 책은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일기가 아니고, 신문에 연재되는 글도 아니다. 일상의 사건에서 벗어나 있다. 그냥, 읽는 책이다. 이 책은 소설과 거리가 멀다. 그런데 말을 받아쓴 글이라는 점에서 신기하기는 하지만, 신문 사설의 글쓰기보다는 소설의 글쓰기에 가깝다. -「들어가는 말」에서 글을 쓸 때 작용하는 본능 같은 것이 있다. 쓰게 될 것은 어둠 속에 이미 있다. 쓰기는 우리 바깥에, 시제들이 뒤섞인 상태로 있다. 쓰다와 썼다 사이, 썼다와 또 써야 한다 사이. 어떤 상태인지 알다와 모르다 사이. 완전한 의미에서 출발하기, 의미에 잠기기와 무의미까지 다가가기 사이. 세계 한가운데 놓인 검은 덩어리라는 이미지가 무모하지 않다. -「검은 덩어리」에서 나는 사랑이 내가 생각한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 순간에 바로 그 새로운 사랑과 함께 있고, 새로운 사랑과 함께 떠난다. 나는 버려진 사랑이 가짜였다고 말하지 않고, 그 사랑이 죽었다고 말한다. -「스카프의 푸른색」에서 남자들은 동성애자다. 모든 남자들은 잠재적으로 동성애자다. 모르고 있을 뿐이고, 드러내 줄 사건이나 증거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 이성애는 위험하다. 두 욕망이 완전한 쌍방성에 이르기를 바라게 된다. 이성애 안에는 해답이 없다. 남자와 여자는 화해할 수 없다. 그래도 새로운 사랑이 올 때마다 되풀이하는 그러한 불가능한 시도가 바로 이성애의 위대함이다. -「남자」에서 여자들은 서로 물질적인 삶에 대해서만 말한다. 정신의 영역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극소수의 여자만이 아는 일이다. 아직 모르는 여자들도 많다. 오래전부터 여자들은 스스로에 대해서조차,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다고 가르치는 남자들한테 배웠다. 그렇게 뒤로 박탈당하고 억압된 상태에서, 말은 더 자유롭고 더 일반적이다. -「남자」에서 남자를 많이 사랑해야 한다. 많이, 많이. 남자를 사랑하려면 많이 사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남자를 감내할 수 없다. -「남자」에서 우리는 모든 타협을, 사람들이 다른 종류들 사이에서 흔히 시도하는 ‘조정’을 모두 거부했다. 우리는 그 사랑의 불가능성을 직시했다. 뒤로 물러서지 않았고, 도망치지 않았다. 상상할 수 없는, 멀리 있는 사랑이었다. 너무 이상해서, 웃었다. 우리는 인정하지 않았고, 주어지는 대로, 불가능하게, 정말로 그대로 살았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피하지 않았고, 무찌르려 하지 않았고,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책」에서 나는 버렸다. 그리고 후회했다. 살다 보면 늘 버리고 나서 후회한다. 하지만 버리지 않으면, 없애지 않으면, 시간을 전부 간직하려면, 인생을 오로지 물건을 정리하고 삶의 자취를 분류해서 보관하는 일로 보내는 수밖에 없다. 여자들이 전기나 가스 요금 고지서를 이십 년 동안 보관하기도 하는 이유는 그저 시간을 기록해 두고 싶어서, 자신들이 해낸 일을, 자신들이 살아 낸, 이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그 시간을 기록해 두고 싶어서다. -「집」에서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나도 내가 왜 계속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지만, 그들 사이에 있는 것은 이미 사랑이다. 실용적인 혹은 편의상의 이유들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이미 사랑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랑한다고 고백하지는 않을 테고, 아마도 깨닫지조차 못하리라. 하지만 이미 사랑이다. -「「인디아 송」의 굴뚝들」에서 사랑 없이 사는 일은 불가능하다. 남은 것이 말뿐이라 해도, 사랑은 늘 살아간다. 최악은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편지」에서 그녀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근원적인 모순들, 이질적인 요소들을 감싸 안는 한 가지는, 아마도 그녀가 느끼던, 아주 작은 떨림에도 존재를 흔들리게 하던 고통, 그녀가 끌어안고자 한 세상의 고통이리라. 현실의 파괴적 폭력에 맞서 뒤라스는 침묵과 광기의 글쓰기라는 자신만의 폭력을 행사한다. 장식 없이 벌거벗은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없는 외침”은 그 출구 없는 비극성으로 독자를 매혹하고, 어쩌면 각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을 고통을 향해, 멀리서, 아주 멀리서, 위안을 건넨다. -「옮긴이의 말」에서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특유의 ‘여성적 글쓰기’, 미증유의 작품 세계로 세계 문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에세이 『물질적 삶』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서 경험한 사랑과 상실, 가족의 비극을 시공간과 인칭을 넘나드는 대담하고도 시적인 문체로 그려 낸 『연인』(1984년 공쿠르상 수상작), 알랭 레네의 연출로 영화화되어 작가에게 전 세계적 명성을 안겨 준 『히로시마 내 사랑』, 자크 라캉 등 유명 석학, 비평가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으며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빈번하게 연구되는 작품 『모데라토 칸타빌레』, 『롤 베 스타인의 환희』, 문학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며 20세기 문화사에 뚜렷한 영향을 끼친 「인디아 송」 등에 이르기까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위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독자와 평단을 매료하고 있다. 인물과 사건, 감정과 심리의 흐름을 극도로 섬세하고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하며 하나하나의 작품을 매번 신비한 수수께끼처럼 제시해 온 뒤라스는, 오직 ‘작품’을 통해서만 이야기하고 외치고자 하였던 자신의 바람대로 주변 비평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일일이 해명하고자 애쓰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뒤라스의 작품은 종종 논란이 되었고, 자전적 성향의 이야기들은 작가의 실제 삶과 한데 맞물리면서 온갖 의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물질적 삶』에 수록된 마흔여덟 편의 글들은 작가 스스로 명확히 밝히고 있듯이 “책도 아니고, 일상의 사건에서 벗어나” 있다. 다만 ‘읽을 수 있는 글’일 뿐 통념에 부합하지 않으며, 상식에 따라 분류할 수도 없다. 이를테면 이 책은, 영화감독이자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주제로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제롬 보주르에게 작가 자신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모든 것에 대한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은 작품 이면에 자리한 작가의 삶, 사랑의 잔상과 죽음의 긴 그림자를 오롯이 보여 준다는 점에서 뒤라스의 애독자뿐 아니라, 거장이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준다. 특히나 작품 활동 내내 되풀이되어 온 불가능한 사랑과 치명적인 상실 그리고 끝없는 고통과 불안, 이른바 인간 존재의 심연에 대한 뒤라스의 냉철한 통찰은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위안을 선사한다. 학생 혁명과 빈곤층 가족의 죽음, 이민자 문제와 천박한 속물 자본주의, 롤랑 바르트의 저작과 미셸 푸코의 죽음 등 작가 뒤라스를 둘러싼 세태와 인물은 물론, 거듭된 실패 끝에 광기에 사로잡힌 어머니의 죽음, 어린 시절의 기이한 성애 경험, 이제껏 좀처럼 언급한 바 없는 제라르 자를로와 함께한 난폭한 사랑, 최후의 반려자 얀 앙드레아와의 관계 등 지극히 사적인 부분까지 거리낌 없이 망라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뒤라스 본인조차 이야기하기를 주저하였던 ‘알코올 중독’ 경험은 가장 적나라하고, 처참하리만치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삶의 고통과 우울, 한없는 불안에 얽매여 병적인 중독에 시달려야 했던 뒤라스의 초상은 제각기 인생의 무게를 견뎌 내야만 하는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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