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임성순 · Novel
3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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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임성순 소설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컨설턴트>, <문근영은 위험해>에 이은 '회사 3부작'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앞선 작품들과 다르게 이번 소설에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사뭇 진중하고 인간의 본성을 향해 좀더 고뇌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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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I 모두를 위한 최선 안개 선택할 수 없는 암흑 속죄의 가격 II 고해성사 정적 향연 감금 무심한 아름다움 학살의 끝 III 성과 속 침묵의 낙원 비밀과 책임 실낙원 IV 고통받지 않을 권리 경련 돌이킬 수 없는 침묵과 안식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피에타

Description

제6회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임성순 신작 장편소설 출간! 종교적 허위와 정치 이데올로기에 갇힌 인간 본성 탐색! 금기의 상상력, 모순적 삶을 해부하는 치밀한 문장 임성순 소설 <회사 3부작> 시리즈의 완결판! 1억 원 고료 제6회 세계문학상(2010)을 수상한 임성순 소설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다. 첫 장편소설이자 수상작이었던 『컨설턴트』는 “죽음조차도 하나의 서비스 상품이거나 이른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세태”를 반영한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문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어 출간한 『문근영은 위험해』는 “만화 같은 스토리와 ‘B급 영화’ 같은 기법”에 “인문학적 성찰”까지 덧입고 미디어와 그것이 파생시키는 왜곡된 이미지의 문제성을 우리에게 환기시켰다. 그렇다면 이번 소설에서 작가의 ‘촉’은 어디에까지 미치고 있을까. 이번 소설은 작가가 매스컴에서 누차 밝힌 바 있는 <회사 3부작> 시리즈의 완결판인 셈이다. 앞선 작품들과 다르게 이번 소설에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사뭇 진중하고 인간의 본성을 향해 좀더 고뇌하는 양상이다. 이번 소설에서도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일종의 ‘조율자’로서 어김없이 ‘회사’(에이전트)가 등장하지만 충격적인 소재와 구성, 문장 등으로 앞선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결’을 지녔다. 자살하려는 자’와 ‘살아야만 하는 자’ 즉 목숨에 대한 상반된 이해관계를 수요 · 공급의 경제적 타산으로 환산해 자본주의와 생명, 인간의 존엄 등을 하나씩 해부해 나간다. “모든 것은 선한 사람들에 의해 철저히 기만되고 왜곡되어 있다” _니체 “유혈 참극이 벌어지는 시대에 오히려 다정한 사라들이 살고 있다” _브레히트 선택적 죽음(자살)을 도와주는 에이전트가 있다. 이 회사는 전직 의사였던 범준이 세운 회사이다. 그는 ‘선택적 죽음’을 도와줌으로써 그들의 장기를 적출해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 이식해 그들의 생명을 연장시킨다. 어느 날 그는 15년 전 아프리카 의료봉사 때 그곳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박현석 신부를 수술대에서 만나게 된다. 15년 사이, 이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종교적 사명에 불타 젊음을 신에게 바친 박현석 신부와 의술로 세상을 구원하고자 제3세계로 뛰어들었던 젊은 의사 최범준. 둘 다 그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동안 각각 이들이 겪었던 일련의 사건과 고뇌들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신과 인간의 관계, 이 세계의 불가해한 모순 구조를 고발하며 선과 악이라는 근원적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 소설은 성(性)과 속(俗)의 뒤얽힘 속에서 인간 구원과 초월성의 문제를 추리서사 양식을 통해 흥미롭게 펼쳐놓고 있다. 이 시대의 구원론? 신은 왜 인간의 고통에 묵묵부답인가 이 소설은 성과 속의 양립된 구조 안에서 펼쳐진다. 성역 세계의 심벌로 표상되는 신부 박현석과 속의 세계로 대변되는 의사 최범준. 직업적으로 인간의 영과 육을 구원한다는 의미에서 그들은 유관하지만, 참혹한 홀로코스트가 자행되는 제3세계를 겪으며 그들의 ‘구원관’에 일대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 둘은 비슷한 시기에 내전 중인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나름의 ‘구원론’을 펼친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의 이상과 달랐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원래의 선한 동기인 의술과 신앙으로는 인간을 치유 · 구원하기는커녕 얄팍한 도덕과 공리를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맞닥뜨린 세상의 거대한 모순 벽 앞에 순수한 의미로서의 ‘구원론’은 무용지물인 것을 절감했다. 박현석 신부는 사제로서 스스로의 치기 어린 위선을 발견하고, ‘신은 왜 인간의 고통에 묵묵부답인가’라는 회의 속에 신을 부정하며 처절히 무너져간다. 의사인 범준 역시 정치 · 사상적 이데올로기 앞에 인간의 존엄이 유린되는, 살인이 정당성을 획득하는 인간 광기의 현장을 경험하고는 ‘이제 목숨은 살 만한 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식의 새 구원론의 가치관을 입혀 그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조율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설립한 ‘회사’를 통해 작가는 왜 ‘불법’이 정당한 것처럼 여겨지고, 이러한 극단적 처세가 오히려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종의 구석에서 자연스레 이 사회의 모순적 구조와 거기에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무감한 우리의 타성을 자극하고 있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들은 과연 옳은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얼마나 많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는가.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 이 물음에 작가의 ‘촉’은 벼려 있다. 소설은 난해한 물음을 향해 도입부터 독자들의 온 신경을 사로잡아 끌고 간다. 마치 포비돈을 거즈에 담근 후 수술 부위 주변 살갗을 쓸고 지나가는 섬뜩한 문장들은 앞으로 작가가 해부할 모순의 사회를 향한 일종의 제의로 읽힌다. 임성순 작가 본인이 기획한 <회사 3부작> 시리즈 중 대미를 장식한 이번 작품에 얼마나 혼신을 쏟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 땅 인간의 갈등과 고통의 문제를 끈질기게 신의 영역까지 끌고 올라가 신에게 한마디 대답이라도 들으려는 기세의 필력으로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장기 적출과 이식. 제3세계에서의 대학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자와 시한부 생을 연장해야만 하는 자……. 함부로 ‘절대 선’을 규정할 수 없다는 듯, 이 소설은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과 상황의 에피소드들이 연쇄적으로 얽혀 있는 구조로 짜져 있다. 죽으려는 자와 살아야 하는 자의 ‘삶’에 대한 상반된 의지, 민족 간 정치 지배 이데올로기가 빚은 대학살 등을 통해 너무도 신랄하게 우리 안에 감춰진 반인반수적 면모와 이에 대한 작가만의 ‘구원론’을 소설에 부려놓았다.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거대 모순 구조의 삶에 대한 역설이자 이 시대를 향한 일종의 소설적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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