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없는 사람들

라나지트 구하
2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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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라나지트 구하의 '헤겔 역사철학 비판'.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 통치와 지배 구조, 인도 농민의 봉기 등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서발턴' 이론을 정초한 라나지트 구하가 마침내 자신의 사상을 세계사와 역사철학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결과물이다. 이 책은 서양 철학 안에서도 이성이라는 관념에 도사리고 있는 식민주의 또는 국가주의를 드러내면서, 근대 역사학이라는 한계에 갇혀 있는 '역사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헤겔 역사철학을 비판으로 시작해서 인도의 문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문학정신으로 끝난다. 200쪽 남짓한 이 작은 책에서 펼쳐지는 구하의 역사철학에는 난해한 개념어가 넘쳐나고 사유의 밀도가 지나치게 높지만, 그가 제기하려는 주장은 명쾌하고 수미일관된다. 라나지트 구하에 따르면, 수백 년 동안 별다른 이의 없이 사용된 '세계사'와 '역사 없는 사람들'이라는 허구적 이데올로기는 역사성이 빈곤한 역사서술(역사학)과 타자를 배제하는 세계사로 귀결된다. 비판의 칼날은 <세계사 철학 강의>, <정신현상학>, <법철학 강요>, <미학>에 이르는 저작 전반에 걸쳐 세계사와 보편사를 학문적으로 정립한 헤겔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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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머리말 1. 헤겔의 유산 2. 역사성과 세계의 산문 3. 세계의 산문과 ‘세계사’의 발명 4. 경험과 경이로움, 역사성의 파토스 5. 역사서술의 빈곤: 한 시인의 책망 부록??문학 속의 역사성(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옮긴이 후기 주요 산스크리트 개념 풀이 찾아보기

Description

역사학에 던지는 근본적인 물음, ‘역사 없는 사람들’ 근대 역사학은 역사 편찬을 통해 국민 또는 민족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 역사적 계보를 구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근대 학문을 확립한 유럽은 자신들이 이룬 세계를 문명의 기준으로 삼았고, 그런 진보의 과정을 보편적인 역사로 규정했다. 일찍이 헤겔은 세계의 역사적 패턴을 오리엔트, 그리스, 로마, 게르만 공동체로 나누었고, 마르크스는 원시 공산제 - 고대 노예제 - 중세 봉건제 - 근대 자본주의 사회구성체로 구분하여 합법칙적인 역사 발전 단계를 제시했다. 이처럼 유럽 세계는 콜럼버스 이래 지구상의 다양한 기후와 거주지, 관습과 정치, 신앙과 음성 체계 등을 모조리 수집한 뒤 표준화된 문명의 등급을 기준으로 가치를 측정하여 정산표(精算表) 위에 나란히 놓았다. 그러나 문명은 때가 되면 자연스레 진보하는 것이었기에 그 등급 자체가 역사와 일치하게 되었고, 이제 역사는 과거에 전혀 찾아볼 수 없던 차별과 구별에 대한 개념을 키워 나가게 되었다. 유럽 역사가들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래 인도 같은 ‘역사 없는 사람들’이 보편사에 자연스럽게 편입되었다고 했고, 모순으로 가득 찬 영국의 인도 지배를 문명화 과정이라고 강변했다. 이 책은 서양 철학 안에서도 이성이라는 관념에 도사리고 있는 식민주의 또는 국가주의를 드러내면서, 근대 역사학이라는 한계에 갇혀 있는 ‘역사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헤겔 역사철학을 비판으로 시작해서 인도의 문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문학정신으로 끝난다. 200쪽 남짓한 이 작은 책에서 펼쳐지는 구하의 역사철학에는 난해한 개념어가 넘쳐나고 사유의 밀도가 지나치게 높지만, 그가 제기하려는 주장은 너무도 명쾌하고 수미일관된다. 구하에 따르면, 수백 년 동안 별다른 이의 없이 사용된 ‘세계사’와 ‘역사 없는 사람들’이라는 허구적 이데올로기는 역사성이 빈곤한 역사서술(역사학)과 타자를 배제하는 세계사로 귀결된다. 비판의 칼날은 《세계사 철학 강의》, 《정신현상학》,《법철학 강요》,《미학》에 이르는 저작 전반에 걸쳐 세계사와 보편사를 학문적으로 정립한 헤겔을 향하고 있다. ‘서발턴’과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전망 1980년대 초 인도사를 중심으로 식민주의는 물론 민족주의, 마르크스주의 역사 해석을 비판하면서 그동안 배제되고 무시된 ‘서발턴’을 역사의 주체로 세우고 역사를 다시 재구성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1982년 학술지 《서발턴 연구》를 창간해 비판적 문제의식과 연구 성과를 발표하면서 ‘서발턴 역사’는 유럽과 미국 중심의 세계 역사학계에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이들은 미국의 호미 바바, 에드워드 사이드, 라틴아메리카의 월터 미뇰로, 엔리케 두셀 같은 탈식민주의 지식인들과 호응하며 사상적 흐름에서 큰 줄기를 이루게 되었다. 현재 창간 멤버인 파르타 차테르지를 비롯하여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가야트리 스피박 같은 서발턴 연구의 대표 주자들은 역사학은 물론 철학, 문학, 여성학, 문화 연구 전반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을 펼치며 21세기의 사상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서발턴 학파를 이끌며 20여 년간 좌장 역할을 한 역사학자가 바로 이 책의 지은이 라나지트 구하이다. 라나지트 구하는 식민주의나 민족주의 역사학이 사실은 공모 관계에 있는 엘리트주의 담론들이라며 허구적 역사학들이 배제한 인도의 민중을 역사 주체로 복원하고자 했다. 궁극적으로는 민중의 정치 진출과 역사적 재현을 가로막아 온 엘리트주의와 권력관계의 강고한 벽을 깨뜨리려는 것이었다. 《역사 없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 통치와 지배 구조, 인도 농민의 봉기 등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서발턴’ 이론을 정초한 라나지트 구하가 마침내 자신의 사상을 세계사와 역사철학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결과물이다. 유럽중심주의의 뿌리, 헤겔의 역사철학 “정신의 자유와 이성의 ‘계기’라는 ‘관점’에서, 그리고 정신의 자기의식과 자유라는 관점에서 ‘세계사’는 필연적인 발전이다. 그것은 바로 ‘보편 정신’의 실현이자 현시(顯示)이다.” - 헤겔,《세계사 철학 강의》가운데 헤겔은 ‘세계사’라는 용어를 계몽주의로부터 물려받아 정교하게 다듬고 새로운 내용을 부여하여 ‘역사 속의 이성’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게 했다. 계몽사상이 구축한 역사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었으나, 헤겔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보다 더 위대한 주체인 ‘정신’을 내세웠다. 헤겔의 이러한 역사인식은 일찍부터 베냐민, 코제브, 루카치, 샤르트르 같은 서양의 비판적인 사상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여든 가까운 노 역사학자인 구하가 21세기 벽두(이 책은 2000년 10월부터 2달 동안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진행한 ‘이탈리아아카데미 강좌’의 내용을 엮은 것이다)에 새삼 헤겔을 불러낸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우선 구하는 헤겔이 글쓰기로서의 시와 산문의 관계를, 그리고 ‘산문’이 ‘세계’ 및 ‘역사’와 어떻게 관계를 사유하고 있는가를 추적하고 있다. ‘세계의 산문’은 일상을 살아가는 주체들의 일시적이고 개별적이고 특수한 행위와 감정까지도 역사성을 담고 있다고 하는 반면, ‘역사의 산문’은 자유를 통해 세계의 구체성 안에서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자기의식을 완수한 결과를 다룬다. 한편 헤겔이 강조하는 ‘절대정신’은 자유와 자기의식을 향해 점점 진보해 나아가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세계의 산문’은 ‘역사의 산문’이라고 하는 ‘세계사’로 전환되고 만다. 라나지트 구하는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과거(역사)를 재구성하는 다양한 방식이 절멸되다시피 한 것은 헤겔의 ‘이성’과 산문 중심의 ‘세계사’가 모든 것을 통합해 버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미 과거의 재구성을 넘어 현재를 지배하는 데 으뜸 이데올로기가 되어버린 역사서술(역사학)을 헤겔의 이성과 진보로부터 빼내어 오지 않으면 역사학의 미래는 어둡다고 경고한다. 곧 역사는 문학적 상상력과 창조성이 숨 쉬는 감성과 공존의 서사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비유럽 지역에 대한 유럽의 식민 정복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시대에 유럽인들은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라고 하면서 식민지 토착 역사의 존재를 부정했다. 이에 헤겔은 이 말을 다시 “국가가 없으면 역사도 없다”라고 하면서 역사를 결여한 사람들이나 민족들은 글쓰기를 모르거나 문자가 없어서 역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문자를 갖고 글쓰기를 할 수 있어도 ‘국가’를 갖지 못해 쓸 것이 없기 때문에 역사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가령 헤겔의 눈으로 볼 때, 인도인들이 문자와 글쓰기를 비롯하여 찬란한 문명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역사를 갖지 못한 이유는 국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국가를 형성하지 못한 인류의 과거는 역사 이전의 선사(pre-history)의 영역에 머무르게 되고,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역사 없는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역사학의 한계를 보완하다 역사학은 사실상 국가·국민·민족이라는 개념의 한계 안에서 생존해 오면서 ‘역사성’의 빈곤함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역사학은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구하는 역사와 문학의 상호 보완을 제안한다. 그것은 단순히 역사가 인문학의 다른 분야와 교류하라는 제안도 아니고, 역사를 서술할 때 문학적인 수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라는 권유도 아니며, 분석적 해석보다는 이야기체의 묘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구하가 꺼내든 문학이란 민족·국가와 엘리트들의 역사 담론에서 거듭 삭제된 다른 이야기, ‘공적인’ 담론으로 거듭 덧씌우려 해도 끝내 덧씌워지지 않는 다른 담론들을 찾아낼 수 있는 직관과 창조적 관찰의 보물창고 같은 것이다. 그 같은 통찰과 창조성으로 도달하게 되는 담론적 공간이 바로 서발턴 민중들의 생명력 있는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일상’의 공간인 것이다. 구하가 말하는 일상의 역사는 90년대 국내 역사학계를 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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