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닮은 집, 세상을 담은 집

서윤영 · History
3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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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집은 나무 막대로 뼈대를 세우고 풀 엮음으로 지붕을 덮은 움막 형태로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집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다. 각 나라와 지역만의 독특한 자연 환경,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문화에 따라 집은 끊임없이 그 모습을 달리 했다. 이 책은 바로 그 집의 역사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기존의 건축의 역사에 대해 쓴 책은 많다. 그러나 그것은 대개 우리나라 최초의 주거유적과 온돌유적은 어디이며, 지금은 터만 남은 황룡사의 실제 규모는 어떠했으며, 부석사와 수덕사로 대표되는 목조건축의 아름다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건축기술의 발달과 미학적인 측면에서만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건축의 형태를 결정짓는 또 다른 중요한 원인, 즉 그 시대의 지배담론과 그것에 따르거나 혹은 반하는 인간 개인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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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여는 글 1장 이야기가 있는 집 1. 집우집주 2. 문명과 건축 3. 신화와 집 2장 사회를 비추는 집 1. 전통사회, 집은 곧 자아였다 2. 우리네 부엌은 어디로 갔을까 3. ‘높은 공간’ 마루를 그리워하다 4. ‘으뜸 공간’ 마당이 사라지다 3장 역사를 품은 집 1. 여성의 자리, 남성의 자리(The house for host and hostess) 2. 안채와 사랑채 3. 종가에 모여 사당을 세우고 선산을 만들다 4. 사라지는 무기실, 등장하는 서재 4장 사람을 닮은 집 1. 조선 후기, 주거 근대화의 싹이 움트다 2. 르네상스 건물이 한양을 뒤덮다 3. 아파트의 탄생 4. 우리나라에 뿌려진 아파트의 씨앗 5장 세상을 담은 집 1. 서울의 모습 2. 희망주택의 역사, 저렴주택의 역사 3. 자동차에서 본 건축, 비행기에서 본 건축(high-speed architecture vs bird-view architecture) 닫는 글

Description

인간은 왜 집을 지을까? 새는 나뭇가지를 엮어 집을 짓는다. 개미와 벌 같은 곤충도 집을 짓는다. 그러나 지능이 높고 복잡한 사회생활을 한다고 알려진 영장류는 대부분 집을 짓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집을 짓는다. 인간은 왜 집을 짓기 시작했을까? 인류 최초의 집은 나무 막대로 뼈대를 세우고 풀 엮음으로 지붕을 덮은 움막 형태로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집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다. 각 나라와 지역만의 독특한 자연 환경, 그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드는 문화에 따라 집은 끊임없이 그 모습을 달리 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람을 닮은 집, 세상을 담은 집》은 바로 그 집의 역사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이 땅에 세웠던 무수한 집들의 역사를 통해, 이 땅의 삶과 꿈을 읽다 건축의 역사에 대해 쓴 책은 많다. 그러나 그것은 대개 우리나라 최초의 주거유적과 온돌유적은 어디이며, 지금은 터만 남은 황룡사의 실제 규모는 어떠했으며, 부석사와 수덕사로 대표되는 목조건축의 아름다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건축기술의 발달과 미학적인 측면에서만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건축의 형태를 결정짓는 또 다른 중요한 원인, 즉 그 시대의 지배담론과 그것에 따르거나 혹은 반하는 인간 개인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무 막대로 뼈대를 세우고 풀 엮음을 얹으면 마련할 수 있었던 소박한 보금자리가, 평생을 땀 흘려 일궈야 하는 꿈이 되어버린 이 땅의 집들이 만들어진 역사를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설명한다. 기나긴 세월의 흐름 속에서 마당과 마루가 사라지고, 한옥이 개량한옥으로 변화하며,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희망주택과 살 수밖에 없는 저렴주택이 지어지며, 대단지 아파트와 주상복합아파트가 생기게 된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한국의 집, 한국 사회, 한국 사람들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노래의 가사다. 그런데 ‘꽃집’이 ‘공장’으로 대체된다면? 그래도 아가씨는 예쁠까? 장소와 인격이 동일시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임당 신씨나 난설헌 허씨니 하는 이름들처럼, 오늘날 우리는 ‘타워팰리스 박씨-78평’ ‘래미안 김씨-33평’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이 책은 집이 곧 거주자와 동일시되는 한국 사회를 비추고 있다. 자, 그럼 그 빛의 스펙트럼을 살짝 들여다보자. 조선 후기 부농주거에서 등장한 여성 전용 사랑채 ‘안 사랑채’는 조선이 남존여비의 사회였다는 선입견을 가진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매우 이례적인 이 현상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해석을 들려준다. 첫째는 상공업과 농업의 발달에 따른 민의 성장과 맞물려 여성의 역할과 신분이 신장되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이용후생과 실사구시의 학풍이 고개를 듬에 따라 주택을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도구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 사랑채가 부농계층의 과시적 소비 형태로 표출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1960년대 처음 등장하여 지금은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의 가치를 말해 줍니다’라는 오만한 카피로 누구나의 가슴 한 켠에 잠재되어 있는 신분상승 욕구를 자극하는 아파트에 대해서도, 저자는 남다른 해석을 들려준다.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의 깃발을 휘두르기 시작했을 때 가장 자주 사용한 구호는 자립자조였으며, 그것이 도심 직장인을 상대로 확대된 것이 주택공사의 아파트 분양이라는 얘기다. 프랑스의 박애주의자들이 아파트 구입을 곧 시민계급으로의 편입과 동일시하여 노동자계층의 불만을 잠재웠듯, 당시 우리나라도 아파트 거주는 곧 중산층 편입과 동일시되었으며 끊임없이 가족주의를 강조함으로써 노동자계층을 하나의 작은 단위 가족으로 분열시켰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흐름은 지금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고급스런 실내, 우아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아파트 광고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분양사무실로 끌어 모으고, 과거 밥상을 놓으면 식당이요, 이불을 깔면 침실이었던 우리의 안방은, 이제 오로지 부부의 내밀한 공간인 침실로서만 기능하며 응접실, 서재, 옷방과 같은 새로운 실들이 자꾸만 생겨나고, 사람들은 자꾸만 더 큰 집을 꿈꾼다. 꿈이 뭐냐고 물으면 내 집 마련을 우선순위로 꼽는 한국 사람들이지만, 정작 우리는 집이 가져다주는 안온함을 만끽할 여유도 없이 바쁘게만 살고 있다. 이 책은 어느 날 문득 낯선 시각으로 우리 사회의 집을, 그리고 당신 자신을 바라보게 할 것이다. 지금 당신은 어떤 집에 살고 있는가? 혹은 어떤 집에 살게 되기를 꿈꾸고 있는가? 당신의 집이 품고 있는 욕망은 누구의 것인가? 앞으로 이 땅에는 또 어떤 집들이 지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