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 비창작

케네스 골드스미스
3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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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골드스미스의 『문예 비창작 : 디지털 환경에서 언어 다루기』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온라인 아방가르드 아카이브 우부웹(UbuWeb)의 창립 편집자이며 온라인 시 아카이브 펜사운드(PennSound)의 책임 편집자이기도 한 케네스 골드스미스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시학과 시적 실천을 가르치면서 시집 몇 권과 『문예 비창작: 디지털 환경에서 언어 다루기』(2011), 『인터넷에서 시간 낭비하기』(2016) 등을 펴냈고, 텍스트에 바탕을 둔 개념적인 미술 작업을 펼쳐 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디지털 시대에 "비독창적 천재(Unoriginal Genius)"로서 "비창조적 글쓰기(Uncreative Writing)"를 구현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증명하고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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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감사의 글 서문 1 글의 역습 2 물질로서의 언어 3 불안정성을 예측하기 4 극사실주의 시학을 향해 5 왜 전유인가? 6 오류 불가능한 과정: 글쓰기가 시각예술에서 배울 수 있는 것 7 『길 위에서』 타자 필사 8 새로운 비가독성 구문 분석하기 9 데이터 클라우드에 파일 배포하기 10 기록 목록과 주변적인 것 11 교실 속의 비창조적 글쓰기: 반(反)오리엔테이션 12 잠정적 언어 후기 추천의 글 자료 출처 찾아보기

Description

케네스 골드스미스의 『문예 비창작: 디지털 환경에서 언어 다루기』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 온라인 아방가르드 아카이브 우부웹(UbuWeb)의 창립 편집자이며 온라인 시 아카이브 펜사운드(PennSound)의 책임 편집자이기도 한 케네스 골드스미스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시학과 시적 실천을 가르치면서 시집 몇 권과 『문예 비창작: 디지털 환경에서 언어 다루기』(2011), 『인터넷에서 시간 낭비하기』(2016) 등을 펴냈고, 텍스트에 바탕을 둔 개념적인 미술 작업을 펼쳐 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디지털 시대에 "비독창적 천재(Unoriginal Genius)"로서 "비창조적 글쓰기(Uncreative Writing)"를 구현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증명하고 실천한다. 비독창적 천재 "1969년 개념 미술가 더글러스 휴블러는 '세계는 대개 흥미로운 사물로 꽉 차 있고, 난 이 이상 추가할 생각이 없다.'고 썼다. 나는 휴블러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됐지만, '세계는 대개 흥미로운 글로 꽉 차 있고, 난 이 이상 추가할 생각이 없다.'고 다듬겠다. 이는 오늘날의 글쓰기가 놓인 새로운 조건에 대한 적절한 반응으로 보인다. 전례 없이 많은 유용한 글에 직면한 우리가 마주한 문제는 글을 더 쓰고 싶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존재하는 거대한 양의 글을 뛰어넘는 방식을 배워야만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 엄청난 양의 정보를 뚫고 나갈 것인가. 다시 말해 어떻게 엄청난 양의 정보를 운영하고, 분석하고, 조직해서 배포할 것인지가 나의 글과 너의 글을 구분한다."(13쪽) 『문예 비창작: 디지털 환경에서 언어 다루기』는 「서문」의 시작부터 다른 작가의 문장을 빌리되 바꾸어 말하며 글쓰기와 관련해 이 시대의 무수한 글과 엄청난 정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이야기한다. 글을 처음부터 새롭게 쓰는 고전적인 방식을 넘어, 우리 주변에 다양한 형태로 이미 존재하는 텍스트들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고 재생산하는 방식으로서의 창작 행위. 이러한 접근 방식은 역사적으로 탁월한 '비독창적 천재'들의 시도를 통해 꾸준히 있어 왔다. 인용문들을 재구성한 베냐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제약을 문학의 도구로 삼았던 문학 단체 울리포, 일상을 녹음한 그대로 책으로 묶은 앤디 워홀, 누구나 작품을 재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한 개념 미술가 솔 르윗…. 그리고 오늘날 어떤 글쓰기는 이러한 흐름의 극단에 가 있다. 저자가 (본인의 작업을 포함해) 발견한 예시들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잭 케루악의 소설 『길 위에서』 전체를 매일 하루에 한 쪽씩 타자로 필사해 1년간 블로그에 올린 작업. 『뉴욕 타임스』 하루치 기사 전문을 전유해 900쪽 책으로 출판한 작업. 쇼핑몰 매장 안내도의 입점 매장 목록을 재구성한 데 불과한 목록 형식의 시. 그런가 하면 자신이 받은 모든 신용카드 가입서를 엮어 주문 출판 방식으로 800쪽 책을 만들었으나 비싸서 자신조차 한 권을 사지 못하는 가난한 작가. 색인까지 포함한 19세기 문법책 전체 문장구조를 자기 방식대로 분석한 시인. 본업 활동 중에 작성한 항소이유서 전문을 단어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시로 재현한 변호사. 영국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지옥 편』 영문 번역판을 전부 입수해 그 첫 구절을 차례차례 옮겨 적은 작가도 있다.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 업데이트된 상태 글을 복사하고 이미 고인이 된 작가의 이름을 갖다 붙이는 글쓰기 팀은 페이스북 페이지가 갱신되는 것처럼 스스로 고쳐 쓰는, 끝없는 서사시를 만들어 낸다. 플라프라는 전반적인 글쓰기 운동은 구글 검색 결과 중 최악에 기반을 두는데, 불쾌할수록, 말이 안 될수록, 터무니없을수록 좋다."(16~17쪽) 이 책(영어판)이 처음 출간된 지 10년 이상 지났다는 사실이 무색하게도, 문예 창작의 일반적인 흐름과 거리를 두는 급진적인 사례들이 이어진다. 특히 웹과 함께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현장은 오늘날 다른 땅에 펼쳐져 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필요로 하는 지금, 『문예 비창작』의 저자는 (자신이 "비독창적 천재"라는 용어를 빌려 썼던 문예비평가 마저리 펄로프의 말을 또다시 빌려) 이렇게 쓴다. "오늘날의 작가는 고통받는 천재보다는 글쓰기 기계를 멋지게 개념화하고, 구축하며, 실행하고, 유지하는 프로그래머를 닮았다."(13~14쪽) 비창조적 글쓰기 『문예 비창작』은 이렇듯 아날로그적 방식과 디지털적 방식을 종횡무진하며 비독창적 천재들이 어떻게 비창조적 글쓰기를 실천해 왔는지 다각도로 살핀다. 그러면서 100년 전에 미술계에서 일었던 개념적인 움직임들이, 또 샘플링 등 음악계에서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린 현상들이, 왜 문학계의 글쓰기에서는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질타한다. "나는 기존의 글쓰기를 폐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훌륭한 회고록에 감동받은 적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문학이 (그 범위와 표현의 잠재력이 무한함에도) 틀에 박혀 있다고 느낀다. 내가 보기에 문학은 되풀이해 같은 어조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고, 가장 좁은 영역에 자체를 국한하여,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우리 시대의 가장 생생하고 흥미로운 문화 담론에 참여할 수 없는 분야가 됐다. 그래서 나는 지금을 심히 슬픈 순간이라고 생각하며, 또한 문학적 창조성이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스스로 재활성화하기에 좋은 잃어버린 기회라고 생각한다."(23쪽) 대학에서 (이 책의 원제인) 'Uncreative Writing(비창조적 글쓰기)'라는 수업을 진행해 온 저자는 학생들에게 독창성이나 창조성 대신 "표절, 신원 훔치기, 다른 목적으로 다시 쓰기, 짜깁기, 샘플링, 강탈, 도용"을 강권해 왔는데, "놀랍지 않게도 학생들은 잘 해낸다. 그들이 이미 비밀리에 전문가가 된 일이 갑자기 열린 공간으로 나와 안전한 환경에서 탐구되고, 무모함 대신 책임이라는 점 아래 재구성된다."(25쪽)고 밝힌다. 일정 부분 수업 내용에 기반한 『문예 비창작』은 디지털 시대에 문예 창작을 가르치는 새로운 방식으로서 자신을 증명해 나간다. 웹과 디지털 언어와 글쓰기의 관계를 살피고, 글의 형식적이고 물질적인 특성을 조명하면서 상황주의와 구체시 운동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평가하고, 포스트정체성 문학으로서 극사실주의 시학을 펼치고, 시각예술의 여러 사례를 분석하면서 콜라주와 패스티시를 넘어선 전유를 문학에 적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특히 솔 르윗과 앤디 워홀의 생산 방식과 생산량을 주목하고, 베낀다는 행위를 새롭게 바라보고, 읽히지 않되 사유의 대상이 되는 새로운 글쓰기를 논하고, 정보를 다루는 아카이빙의 방식과 역할을 고찰하며, 나아가 기계 스스로 읽고 쓰는 로보시학까지 바라본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쓰기 방식이 어느덧 낯설지 않게 된 지금, 『문예 비창작』은 '창작'이 아닌 '비창작'의 방식으로서 이 시대의 새로운 글쓰기론을 펼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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