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유람기

김연수 and 2 others · Novel
1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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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알사람 나라 구경 - 걸리버 유람기: 소인국 표착 관광록 7 왕사람 나라 구경 - 걸리버 유람기: 거인국 표착 관광록 41 날사람 나라 구경 - 걸리버 유람기: 라퓨타 표착 관광록 69 말사람 나라 구경 - 걸리버 유람기: 후이늠 표착 관광록 101 해제: 『걸리버 유람기』의 번역 계보와 세상 읽기 142 작가의 말: 최남선의 『걸리버 유람기』를 이어 쓰며 157

Description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1726)의 완역본이 국내에 처음 출판된 것은 1992년의 일이다. 세계문학이라 일컬어지는 다른 많은 작품들이 그전에 이미 여러 번역본으로 소개되어온 것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1909년 최남선이 「알사람 나라 구경」과 「왕사람 나라 구경」으로 구성된 축약본 『걸리버 유람기』를 선보인 이래 우리는 이 작품을 어린이를 위한 동화 정도로만 알아왔고, (아마도)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이 그러할 것이다. 김미연 성균관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 한·중·일 3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사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 편집 방식에 따라 독자층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는 작품이기에, 이본異本을 다양하게 생산함으로써 전 연령이 두루 읽을 수 있어 세계문학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도 그는 설명한다.(해제 「『걸리버 유람기』의 번역 계보와 세상 읽기」 참고) 그전에, 신랄한 현실 비판과 정치풍자, 신성 모독 등이 문제가 되어 영국에서 초판을 출판하던 당시 스위프트 역시 감옥에 갇히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쇄업자에게 원고를 맡기겠다는 마음으로 출판했다고도 한다. 부정적인 언어와 그늘진 이성이 없는 곳, 완벽한 이성을 가진 후이늠의 나라 이렇게 어린이를 위한 모험소설 혹은 동화로 알려진 소인국과 거인국 이야기 외에 축약본으로도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걸리버 여행기』 속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2024년 도서전의 주제이기도 한 ‘후이늠Houyhnhnm’이다. 걸리버가 여행한 마지막 여행지인 후이늠은, 의심과 불신, 거짓말, 정욕, 무절제, 권력, 전쟁 같은 부정의 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곳이며, 이곳에 살고 있는 완벽한 이성을 가진 종족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 『걸리버 유람기』는 백 년 전 최남선의 번역에 기초한 소인국과 대인국의 이야기를 이어받아, 오늘의 소설가 김연수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원작의 서사에 기대어 ‘지금 여기’의 시점에서 ‘라퓨타’와 ‘후이늠’의 이야기를 다시 써내려간 작품이다. 하늘에 떠 있는 섬나라 라퓨타에는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제 생각에만 골몰하느라, 치기꾼에게 맞아야만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남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이들은 뉴스와 정치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다, 온갖 터무니없는 것들에 골몰하는 학술원의 행태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겨우 라퓨타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온 걸리버는 오 개월 만에 다시 여행길에 오르고, 야후를 부리는 후이늠의 나라에 도착한다. 들판의 야후들과 달리 품위 있고 당당한 말馬들의 나라인 후이늠은 ‘자연의 완성’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부정적인 언어와 거짓말, 권력과 전쟁 같은 부정의 말이 존재하지 않는 곳, 후이늠. 존경할 만한 주인의 보호 아래 걸리버는 이곳에서 그간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행복을 맛본다. 하지만 ‘야후’를 믿지 못하는 다른 후이늠들로 인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걸리버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고 만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짜 『걸리버 여행기』 그리고 이때, 걸리버 앞에 홍길동이 나타난다. 김연수가 써내려간 『걸리버 유람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아마 홍길동의 등장일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걸리버와 홍길동의 만남과 두 사람이 나누는―정확하게는 홍길동이 전하는―이야기는 어느 순간 독자를 울컥하게 만든다. 거짓과 부정과 환멸로 가득 찬 인간세계에 지쳐버린 우리는 걸리버와 마찬가지로 크게 위로받는다. “우리는 모두 문학입니다. 문학은 결코 죽지 않습니다. 걸리버님도 여기서 죽으면 안 됩니다. (……) 인간의 비루한 모습에도 절망해 죽지 않고 계속 썼기 때문에 걸리버님과 저는 세계문학으로 영원회귀하게 됐습니다. 언어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계속 읽혀질 것입니다. (……) 우리는 우리가 본 것을 증언해야만 합니다. 어리석은 전쟁과 고통, 부조리한 차별과 죽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맞선 인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수백 년 뒤의 사람들에게도 전해야만 하는 것이지요.”(134p~135p) 이제 우리는 전혀 다른 오늘의 『걸리버 유람기』를 만났지만, 그것은 어쩌면 삼백 년 전 조너선 스위프트가 처음 하려고 했던 그 이야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며, 백 년 전 최남선이 축약본으로나마 전했던 그것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학은 결코 죽지 않는다. 그러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읽자. 미친 것처럼 보일지라도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자. 우리 함께 야후 그다음의 세상을 꿈꾸자.(140p) 덧, 또한 이야기 사이사이 강혜숙의 그림은 조너선 스위프트와 최남선, 그리고 김연수가 삼백 년에 걸쳐 꿰어놓은 위트 있는 문장과 이야기의 힘을 더욱 돋보이게 해 독서의 즐거움을 한층 더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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