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A
박쥐
거미
코츠뷰의 불빛
나는 연필깎이로 연필을 깎다가 네게 다가갔다
고대인의 고뇌
문을 두드리는 무일유이의 포크너
유사한 사유
오수
오 아 오
젖은 가지들
라신
달과 북극
입
보리와의 식사
노을
Side B
탄
리시포스
젯소
검은 사슴
조회 시간
아무꽃
작은 것들의 박동
없는 가능성
프로젝터
입술을 스치는 천사들
목두기
원 바운드
Side C
도요새
영화 제목 궁금해요
인력개발
말부터 잊으리라 그러나, 다시 내 몸,
죽은 뱀과 허물
*。・⋈⋈*゚゚・
당신과 나는 한 뼘, 내 눈과 내 깊은 곳은 1파섹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봤다
리시안셔스
우연은 할 수 있습니다
반야블랙심경
욕된 方 타락
노을의 나라
가슴에 비행운이 그어질 때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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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날의 『입술을 스치는 천사들』이 34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됐다. 2015년 계간 《포지션》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날이 8년여 만에 펴내는 첫 시집으로, 지난 기억과 눈앞의 환상을 매개로 예민한 감수성을 담아낸 시 40편을 담았다. 시인 김언은 추천사를 통해 이날의 시를 “지금-이곳을 보듯이 먼 곳의 일상을 그려보는” 시라고 평한다. 먼 공간과 시간 속 장면을 오래 응시하는 시선을 통해 화자의 기억은 상상이 되고 상상은 기억이 된다. 가보지도 못한 곳으로 마음이 향하는 까닭은, 그 일이 지금 여기에 있는 그를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먼 곳에 있는 시를 향한 전력투구의 움직임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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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Table of Contents
Description
먼 곳의 시를 향한 전력투구
시인 이날의 『입술을 스치는 천사들』이 34번째 아침달 시집으로 출간됐다. 2015년 계간 《포지션》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날이 8년여 만에 펴내는 첫 시집으로, 지난 기억과 눈앞의 환상을 매개로 예민한 감수성을 담아낸 시 40편을 담았다. 시인 김언은 추천사를 통해 이날의 시를 “지금-이곳을 보듯이 먼 곳의 일상을 그려보는” 시라고 평한다. 먼 공간과 시간 속 장면을 오래 응시하는 시선을 통해 화자의 기억은 상상이 되고 상상은 기억이 된다. 가보지도 못한 곳으로 마음이 향하는 까닭은, 그 일이 지금 여기에 있는 그를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먼 곳에 있는 시를 향한 전력투구의 움직임이 여기에 있다.
모든 가능성을 꿈꾸는 동굴 속의 목소리
북극점에서는 세상의 모든 곳이 남쪽이다. 그곳에서는 한 번에 세상의 모든 곳으로 향할 수 있다. 그곳에서 세상의 모든 시를 시작할 수 있다.
―「코츠뷰의 불빛」 부분
이날의 시는 먼 곳에서 시작한다. 시 속 화자의 시선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지금 여기와 떨어진 먼 곳을 향해 있는 경우가 많다. 시의 화자는 가보지도 않은 북극이 그립다고 말하고, 옛날 책에 더 정이 가는 것도 당연하다고 여긴다. 달과 북극을 그리워하고, 그리운 많은 것들에 슬픔을 느끼는 그 예민한 성정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이런 차이는 태어날 때부터였을까 아니면 자라고 겪으면서 생겨난 걸까 나는 궁금하다 분명한 건 이런 차이는 스타일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이다
―「나는 연필깎이로 연필을 깎다가 네게 다가갔다」 부분
이날의 시는 자주 기억 속 과거를 헤집는다. 그 과거의 풍경 속에서는 청소년인 화자 하나가 보인다. 그는 강한 자의식을 통해 자기 존재를 확립하는 중이다. 또래들을 “나름 심오한 주제에 물음을 던져보기 시작하는 애들”이라며 “나는 그런 애들이 아니었다”라고 말하는, 자신을 타인과는 좀 다른 사람으로 구별 짓기 시작하는 한 학생. 그렇다고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자신은 그런 사람이 못 되었으니 “이상한 사람”이라도 되고 싶었다고 말하는 사람.
그는 어딘가 좀 멍해 보이거나 슬퍼 보인다. 지금 여기가 아닌 가보지도 않은 먼 곳을 상상하는 일에 “노을이 가득한 교실에서/애들한테 둘러싸여 따귀를 맞는” 기억이 영향을 끼쳤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세상 속에 편안하게 스며들기는 어려웠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람들 간의 차이가 태어날 때부터 그러한 것인지, 자라는 환경과 겪는 경험의 차이로 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한 차이가 스타일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 “생각을 버리기로 한” 그 아이는 곧 학창시절이라는 기나긴 동굴에서 나와 어른으로 자라고, 시를 시도하게 된다.
박쥐는 자신의 슬픔으로 누군가를 위로한다 그 누구도 누군가가 될 수 있다 박쥐는 동굴 밖으로 나가면 새가 된다 그 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이다 박쥐는 어떠한 새도 될 수 있다
―「박쥐」 부분
그에게 시는 다른 것을 꿈꿀 수 있는 무대다. 시에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동굴 밖으로 나가면 참새가 될 수도, 후투티가 될 수도 있는 박쥐처럼. 그에게 문학은 모든 것이 가능한 자리이다. 그러나 시를 정확히 타격하기란 어려운 일. 그러한 모든 가능성에는 불가능성 또한 포함되어 있어, 말장난처럼 모든 것이 가능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계속되는 파울 타구. “삶을 망치면서까지 한 줄 쓰기와 한 단어 고르기에 집착”하며 화자의 쓰기가 계속된다. 그러나 번번히 이어지는 실패에 시인과 화자와 그의 자리가 마구 뒤섞이기도 한다.
지금 이것은 이날이 쓰고 있지 않습니다 김재민이 쓰고 있어요 그가 너무 고와 보여서 패 죽여버렸거든요 김재민은 쥐어터지지 않고 큰 날이 없는데 이 새끼는 너무 고와서…
(…) 이날은 오렌지 판타가 자기 삶을 바꿔줄 거라고 믿었답니다 그 맛이요? 아뇨 그 빛깔이요 이날은 날붙이를 베고 자면 시가 늘 거라고 믿었답니다 그 서늘함이요? 아뇨 그 빛깔이요
―「인력개발」 부분
그리운 것이란 대체로 지금 여기에 없는 것, 먼 곳에 있는 것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삶도 그리울 수 있으며, 그리운 것들이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시는 그 그리운 것들에 닿는 일이겠지만, 언제나 시가 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닿으려 애쓰는 그 시도를 통해 그는 얼마간 슬픔을 견딜 수 있고 또 살아낼 힘을 얻기도 하는 모양이다. 언젠가 그것들에 닿을 때까지 그는 우선은 살아볼 생각이다. 계속해서 시의 세계를 모험하면서. 언젠가 말부터 잊게 되는 날이, 여백이 가득한 책이 되는 날까지.
흔한 말들로 세상의 모든 시를 만들 수 있다. 가로로 향하는 거 말고 세로로 향해야 하는 거. 계속해서 모험 중인 상태인 거.
―「코츠뷰의 불빛」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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