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먹이

Deulgaeippal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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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에서 장 보는 만화가가 제안하는, 열등감을 치료하는 기적의 밥상. 만화 『먹는 존재』 시리즈의 들개이빨이 첫 에세이를 펴냈다. 언제나 먹는 것에 진심인 작가가 저전력의 삶에 걸맞은 ‘꿔보 라이프’를 들고 나타난 것. 그는 음식에 사로잡혔던 과거에서 벗어나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며 열등감에서 한 걸음 멀어질 수 있었다. 온갖 자극이 넘쳐나는 요즘, 우리에게 허황된 욕망에서 벗어나 인간 본연의 삶으로 돌아갈 것을 권하는 한 만화가의 먹이 타령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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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꿔보 테스트 채소 콩 계란 우유 견과류 아보카도 고구마 밥과 김치 빵 고기 술 끝, 다시 시작

Description

“몸과 마음을 축내지 않고 길게 버티려면 좋은 먹이를 싸게 확보해야 합니다” 팍팍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간소한 먹거리 생활 여기 들개이빨이라는 만화가가 있다. 한때 『먹는 존재』(2014)라는 만화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8년, 끓어올랐던 인기는 점점 식어가고 연재는 연이어 거절당한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그러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왔다. 생산 활동을 하지 않으면 먹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그는 먹는 것을 바꾸었다. 바로 재료를 단순하게 요리해 먹은 것. 『나의 먹이』는 한 만화가가 방탕한 식생활을 뒤로하고 간소한 식사를 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와 그 배경에 대해 써 내려간 책이다. 장래희망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뜻 스쳐 지나가는 장난 같은 생각이었지만 곱씹을수록 이거다 싶었습니다. 줄임말도 귀여워요. 꿔보. 어차피 남은 인생 대부분을 싫어도 꿔보로 살게 생겼습니다. 멋쟁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살판난 이 세상에서, 어떻게 꿔보의 숙명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 오랫동안 누워서 생각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자신의 멋짐을 크게 떠드는 이 세상에서 죽지 않고 오래 살아남으려면, 역시 꿔보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몸과 마음을 축내지 않고 지갑을 지키는 최적의 생존 전략으로 그만한 게 없다. _「시작」에서 꿔보란 ‘꿔다 놓은 보릿자루’의 줄임말로, 자신의 처지가 그야말로 꿔보 같았던 저자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를 삶의 지향점으로 삼기에 이른다. 꿔보 라이프를 위해 “좋은 먹이를 싸게 확보”해야겠다 생각하고, 채소와 콩, 계란, 고기, 아보카도, 우유, 술, 빵 등 12가지의 식재료와 음식을 중심으로 먹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와 더불어 그림으로 알려주는 각 재료를 먹는 방법은 각종 배달 음식과 정크 푸드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한결 가벼운 식생활을 몸소 보여주며, 최소한의 음식으로 충만한 생활을 할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다. “자신의 멋짐을 크게 떠는 이 세상에서 죽지 않고 오래 살아남으려면, 역시 꿔보다” 세상 모든 꿔보들을 위한 최선의 생존 전략 꿔보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작가는 “이게 내 먹이려니”(본문 30쪽) 하고 원형 그대로의 재료를 먹기로 한다. 꿔보의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채소, 완전식품인 콩과 계란과 우유, 식감과 식물성 불포화지방산을 책임지는 견과류, 맛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쩐지 멋진 아보카도, 식이섬유 풍부하고 맛도 좋은 고구마, 한국인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밥과 김치, 욕망의 결정체 빵, 양질의 단백질 고기, 매혹적인 물질 술이 그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기혐오가 극에 달했던 시절”(본문 32쪽), 채소를 집채만큼 먹으며 인생 최저 몸무게를 보았으나 이내 영양 결핍에 시달린 저자는 단백질을 먹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게 찾은 것이 콩, 대량의 채소와 함께 콩을 삶아 먹기 시작하자 기운이 생겼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직면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방귀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콩을 먹은 후부터 방귀가 잦아졌습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내장 어딘가가 잘못됐나 싶을 정도로 끝없이 방귀가 나왔습니다. 그것도 가벼운 리허설 수준이 아닌 굉장히 작품성 있는 방귀가. 하루는 뀌다 뀌다 어이가 없어서 작정하고 횟수를 세어봤습니다. 시간당 최고 기록 57번. 1분에 한 번꼴. 이러고도 사람이 살 수 있을까. _48쪽 「콩」에서 “‘가늘고 길게’를 지향하는 꿔보로서”(본문 61쪽) 문제를 인식하고 식사 설계를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한 저자는 완전식품에 눈을 뜨고 계란과 우유의 세계로 진입한다. 폭식의 기쁨을 잃은 뒤 유튜브에서 먹방을 보기도 하고, 도무지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 아보카도에 빠져 “엄마가 죽다 살아난 당일에 떨이 아보카도를 사 먹는”(본문 112쪽)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고구마를 캐다 농사의 맛을 알아가고, 격한 노동에 “금욕 생활을 때려치우고 빵의 세계로 뛰어”(본문 154쪽)들고, 고기를 앞에 두고 과연 자신이 먹을 자격이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맞닥뜨린다. 급기야 궁극의 그것, “중독계의 정통 클래식” 술에 빠져든다. 술에 취하자 잠재워두었던 열등감이 불쑥 솟았고 그것은 쉽게 다스려지지 않았다. 취기가 적당히 오르면 거칠고 험한 세상 한없이 말랑해지고, 작정한 일은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고, 지구촌 누구와도 절친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처음에는 와― 취하는 거 왜 이리 좋지 알 게 뭐람 너무 신나 히히히! 이러다가, 문득 어떤 점을 깨닫고 아득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술이 유독 심하게 왜곡하고 마비시키는 것은, 제가 극심한 열등감을 느끼는 영역이었습니다. _187쪽 「술」에서 한 만화가가 제안하는 열등감을 치료하는 기적의 밥상 “꿔~보, 꿔~보, 꿔허~보 이렇게 염불을 외면서 자꾸자꾸 먹다 보면 적응 못 할 것이 없습니다” 욕망이 들끓는 시대에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남들은 저만치 달려가는데 나만 여기서 주저앉아 있는 것은 아닌지 초조해질 때면 ‘꿔보’를 돌아보자. ‘꿔보의 도’란 무릇 남에게 신경을 끄고, 나 자신에게도 신경을 끄고, 열심히 일하되 힘들면 때려치우고, 죽지 않을 만큼만 돈을 쓰고, 가공의 맛을 멀리하는 것.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를 지키는 간소한 먹거리 생활을 꾸려간다면 어느새 자기혐오는 옅어지고 알고 보면 모두가 자신만의 꿔보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공공도서관에서 글 쓰고 그림을 그리며 방구석에서 최저가를 검색해 장을 보는 만화가는 오늘도 성실하게 꿔보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언제고 다시 솟아오를 그날을 묵묵히 기다리며. 비석 앞에 앉아서, 빨리 뭐라도 써야 하는데 왜 이렇게 게으르고 재능이 없을까, 허구헌 날 이렇게 실용성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감정 과잉의 글만 써서 어떻게 먹고 살까, 하고 수치심과 열등감과 자학으로 점철된 넋두리를 코 없는 석상에게 늘어놓으며 계란·고구마·아보카도·견과류 따위를 주섬주섬 꺼내 먹을 것입니다. 아주 가끔 크림빵과 막걸리를 사 먹고 짜릿한 문명의 쾌락에 황송해하면서요. 쓰고 보니 이만하면 엄청 복 받은 인생이네요. 가능하면 오래도록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_214~215쪽 「끝, 다시 시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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