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지금, 여기 대한민국 사랑과 분노로 불타오르는 비건들의 몸짓을 발견하다 두루미 비거니즘 대화집 ‘몸짓들’ “2022 년 비거니즘을 고민하는 우리는 불타오른다. 사랑과 분노로 불타오른다. 덕분에 변화의 물결이 일렁인다. 그러나 그만큼 나의 걱정도 커진다. 타오르는 우리가 타버리지 않았으면. 살리는 우리가 계속 살았으면. 아니, 보란 듯이 아주 잘 살았으면. ‘몸짓들’은 그런 마음을 담은 사랑과 연대의 춤이다. 등을 맞대고 경계를 넘어 살피는 우리 모두의 몸짓이 거대한 물결을 일으키기를 절실히 바란다.” __「프롤로그 – 전범선의 말」 중 불과 2~3 년 사이에 비거니즘을 둘러싼 분위기가 달라졌다. 버스 광고에 비건 화장품이 걸리고,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비건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제 ‘비건’이라는 단어는 더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는 모든 동물의 해방’이라는 비거니즘의 핵심은 가려져 있는 듯하다. 비거니즘을 둘러싼 궁금증이 오가는 식탁은 많지만, 정작 비건과 비건이 마주 앉아 이야기할 기회는 드물다. 지금-여기 대한민국에 살며 사랑하는 비건 개개인이 어떤 목소리와 몸짓을 지녔는지 또한 알기 어렵다. ‘몸짓들’은 비거니즘과 교차하는 특정 주제에 공감대를 가진 두 명의 비건 지향인이 만나 묻고 답하는 비거니즘 대화집니다. 질문자와 답변자의 역할이 고정된 인터뷰에서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알아차리는 대화를 표방한다. 묻고 답하며 서로의 몸짓이 이어질 때, 연대의 춤이 일렁일 것이다. 비건 뮤지션 전범선이 묻고 슬릭이 답하다 “슬릭: 연대라는 말을 떠올려 보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나요. 전범선: 어깨동무를 하고 있거나 마주 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요?” __「연대란 서로 등을 맞대는 모양이에요」 중 모두를 살리는 노래를 만들고 싶은 전범선, 누구도 해지지 않는 노래를 만들고 싶은 슬릭. 각자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 비건 뮤지션이 음악과 비거니즘을 화두로 대화를 나눴다. 두루미 비거니즘 대화집 시리즈 ‘몸짓들’의 첫 번째 책이다. 두 사람은 언뜻 보기에 닮았다. 비건이고, 페미니스트이며, 글 쓰고 노래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대화 당일 약속 장소로 향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전범선은 자신의 언어와 태 도에 차별이 존재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마음이었던 한편, 슬릭은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며 지쳐 있던 와중에 비건을 만나 대화할 수 있다는 반가운 마음이었다. 전범선이 슬릭에게 조심스럽게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라는 수식어의 기원을 묻는 것을 시작으로, 사랑과 연대로 무장한 대화가 시작된다. 각자 비건이 된 계기, 동거묘 인생이와 또둑이 그리고 동거견 왕손이, 예술가와 활동가 사이에서의 정체성 고민, 한국 사회와 대중음악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차별과 혐오, 공장식 축산과 기후위기, 지난 몇 년간 동료들과 함께 일으켜 온 변화의 물결 등 크고 작은 물음표를 두고 이야기하며 전범선과 슬릭은 서로 원하는 바가 같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것은 바로 사랑과 연대. 인간을 넘어 동물과의 연대를 고민하는 전범선에게 슬릭은 연대란 서로 등을 맞대는 모양이 아니겠냐고 답한다. “다같이 모여 있을 때 어디를 바라 봐야 할까요? 모인 사람들의 안쪽을 바라보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모인 경계의 바깥을 바라 봐야 모인 의미가 있고, 그러려면 서로 등을 맞대야 하고. 등을 맞대려면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겠죠.” __슬릭, 「연대란 서로 등을 맞대는 모양이에요」 중 서로에게 등을 맞대고, 연대와 사랑을 노래하다 “전범선: 주변 사람들한테 슬릭 인터뷰한다고 했더니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 아니냐고 하던데. 지옥은 어떤 곳일까요? 슬릭: 지옥은 어떤 곳이냐면요… ‘착한 여자는 죽어서 천국을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간다’ 이런 말이 있잖아요. 전범선: “어디든”이 좋은 의미인가요? 슬릭: 그렇죠. Everywhere. 전범선: 그럼 이미 지옥에서 온 비건으로도 활동하고 있나요? 슬릭: 글쎄요. 비건이 페미니스트만큼 아직 가시화가 덜 되어서인지 몰라도, 지옥에서 온 비건이라고 하는 말은...” __「지옥에서 온 비건입니다」 중 ‘지옥에서 온 페미니스트’라는 수식어의 기원은 2020 년 엠넷의 방송 프로그램 <굿 걸>로 거슬러 올라간다. 슬릭은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수식어를 얻었는데 방송이 진행될수록 많은이가 수식어와 슬릭의 실제 성격과 괴리가 크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페미니즘은 크나큰 오해를 사고 있다. 반면에 비거니즘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전범선은 이러한 사회적 시행착오의 시기가 개인적 과도기와 맞물렸 왔다고 말하며, 음악하는 자아와 운동하는 자아가 분리되어 괴로웠 던 시절을 고백한다. 그때 슬릭이 방송에서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노래할 때 소름이 돋았다고. 슬릭은 비거니즘도 페미니즘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에게 오해부터 받을 사상이 될 것이라 예감하며, 이렇게 구성된 사회에서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고민한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악을 만드는 일 뿐이었다. 음악은 삶을 담아내는 그릇들 중 가장 멋졌고, 내 삶은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으로 뒤섞여있으니 그런 사상이 담긴 음악을 발표하는 것은 숨쉬듯 당연한 일이었다. (…) 단지 사실을 말한 것 뿐이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내게 비난의 돌을 던졌다. 힙합 음악에 여성혐오는 없거나, 당연히 있을 뿐이라고. 그것이 힙합이라고.” __ 슬릭, 「에필로그 – 슬릭의 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