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트

프리모 레비 ·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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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로 국내에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프리모 레비의 단편 소설집. 이탈리아 유대인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됐다가 극적으로 살아남았던 그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풀어내며 대표적인 증언문학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국내 독자들에게 레비는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로서의 위치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레비는 1938년 인종법이 발효되기 전까지,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크게 자각하지 않은 채 살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또한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하고 최우등으로 졸업한 전도유망한 화학자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만들고 글을 쓰는 일에 대한 관심도 이미 학생 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물론 레비의 작업들에서 나치, 수용소, 홀로코스트는 그의 삶과 작품 활동에서 뗄 수 없는 중요한 키워드지만 이것들만으로 레비의 전부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레비는 생전에 국내에 소개된 증언문학 성격의 저서들 외에도 단편소설집, 에세이, 인터뷰집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최근 레비에 대한 연구는 그의 화학자로서의 면모에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돌베개 출판사는 2017년 레비 30주기를 맞이하여 레비의 세계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그의 저서들을 검토했다. 국내 소개된 책들과 결을 같이 하면서도 레비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글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중에서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는 '단편' '소설집'을 소개한다면, 레비의 새로운 글쓰기 방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레비의 세계를 폭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릴리트>는 총 3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고, 총 36편의 짧은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35주년 기념 재개봉, 극장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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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마법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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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증언문학의 대표작가, 프리모 레비의 소설집 국내 첫 번역! 프리모 레비 30주기 기념 출간 『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로 국내에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프리모 레비의 단편 소설집 『릴리트』가 국내에 처음 번역됐다. 이탈리아 유대인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됐다가 극적으로 살아남았던 그는, 자신의 경험을 글로 풀어내며 대표적인 증언문학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국내 독자들에게 레비는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로서의 위치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레비는 1938년 인종법이 발효되기 전까지,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크게 자각하지 않은 채 살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또한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하고 최우등으로 졸업한 전도유망한 화학자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만들고 글을 쓰는 일에 대한 관심도 이미 학생 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물론 레비의 작업들에서 나치, 수용소, 홀로코스트는 그의 삶과 작품 활동에서 뗄 수 없는 중요한 키워드지만 이것들만으로 레비의 전부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레비는 생전에 국내에 소개된 증언문학 성격의 저서들 외에도 단편소설집, 에세이, 인터뷰집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최근 레비에 대한 연구는 그의 화학자로서의 면모에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레비의 저서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돌베개 출판사는 2017년 레비 30주기를 맞이하여 레비의 세계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그의 저서들을 검토했다. 국내 소개된 책들과 결을 같이 하면서도 레비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글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중에서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는 ‘단편’ ‘소설집’을 소개한다면, 레비의 새로운 글쓰기 방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레비의 세계를 폭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독자들에게 이 마음이 가닿아 레비의 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소설가’ 레비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릴리트』는 총 3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고, 총 36편의 짧은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각 부의 제목은 ‘가까운 과거’, ‘가까운 미래’, ‘현재’로 모두 시간을 의미하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인식하고 표현하는 시간 개념과 다소 차이가 있다. 왜 레비는 이 소설의 들어가는 문을 시간을 의미하는 단어들로 썼을까? 그리고 왜 과거, 현재, 미래 순서가 아닐까? 시제 앞에 ‘가까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걸까? 레비가 이러한 시간 인식을 전면에 드러낸 이유는 각 부에 수록된 작품들을 보면 다소 쉽게 찾을 수 있다. 1부에 수록된 작품들은 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다룬다. 그곳에서의 지독한 고통과 처참함, 그리고 함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이것이 인간인가』의 로렌초와 엘리야, 『휴전』의 체사레를 다시 소환해 그들의 삶을 좀 더 집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아우슈비츠에서 경험은 레비에게 ‘지나간’ 저 멀리에 있는 과거가 아니다. 언제든 상기하고 언제든 새로 쓰일 수 있는, 현재와 밀착해 있는 시간인 것이다. 제목을 ‘가까운’ 과거라고 붙인 이유 역시 독자들에게 아우슈비츠가 오래전에 일어난 것이 아닌 불과 얼마 전에 일어난 일임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2부는 현재가 아닌 ‘가까운 미래’로 넘어간다. 여기에는 환상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들이 주로 수록되어 있다. ‘이종교배’가 가능할 법한 미래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도 보인다. 3부 현재는 여기에는 1부와 2부에서 다룬 이야기들이 혼용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단독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끌어안으면서 동시에 아직 오지 않는 미래의 씨앗을 품는 시간인 것이다. 이처럼 레비에게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분절되어 나타나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경계를 넘나드는 글쓰기, 신비롭고 낯선 이야기 『릴리트』에서 가장 주목해볼 만한 부분은 레비의 ‘경계 넘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집에는 레비가 이분법적인 사고의 틀을 어떻게 전복시키는지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다. 이는 소재부터 글쓰기 방식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이 과정에 함께하는 독자들은 다소 어리둥절한 상태로 낯설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가령 「릴리트」에서 ‘릴리트’는 구전으로 전해지는 유대신화 속 인물로, 하와 이전에 창조된 인류 최초의 여성이다. 아담의 짝으로 창조됐으나 결국은 신의 저주를 받고 끝없이 변신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런 그의 모습은 아담과 하와의 틀을 교란시키는 존재이자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유대인들의 삶을 대변하는 인물로 볼 수도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틀을 깨는 방식은 글쓰기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소용돌이치는 열기」에서는 ‘팰린드롬’이라는, 문장이나 구절을 거꾸로 읽었을 때도 똑같은 문자열을 이루는 언어유희를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뒤집어 보는 것의 가치와 유의미함을 상기시킨다. 이외에도 동물과 식물 간의 이종교배로 탄생한 인물이 등장하는「이종교배」, 화학물질인 탄탈럼이 인간의 불행을 없애줄 수 있다고 믿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 보여주는 「탄탈럼」과 같은 작품도 있다. “교란된 자연이 조화로운 질서를 되찾았다는 사실이 이상하면서도 놀라웠다. 서로 다른 종들 사이의 수태 가능성과 함께 그러한 욕망이 태어났다. 어떤 때는 기괴하고 터무니없는 욕망으로, 어떤 때는 불가능한 욕망으로 또 어떤 때는 행복한 욕망으로 나타났다. 마치 그녀의 욕망처럼. 아니면 갈매기들에게 몰두했던 그라지엘라의 욕망처럼 말이다.”(160쪽) “‘그렇다. 나 역시 악습을 가지고 있다. 술도 안 마시고 놀 줄도 모르며 담배도 거의 피우지 않지만 나 또한 악습이 있다. 다만 다른 많은 사람의 악습보다 덜 파괴적일 뿐이다. 그것은 ‘거꾸로 읽기’라는 악습이다. 난 마약을 하지 않지만 다음 문장을 거꾸로 써보겠다. Eroina motore in Italia[이탈리아에서 자동차로 파는 마약]를 뒤집으면, Ai latini erotomani or e[고대 로마인들은 호색한이거나 그렇다]가 된다. 훌륭하다. 운율을 갖춘 두 개의 십 음절 문장. 게다가 전혀 엉터리 같지 않다.’”(165쪽)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레비는 전작에서부터 끈질기게 인간과 인간성을 자신의 글쓰기의 화두로 삼아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에게 선악은 어떻게 내재되어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가? 또한 인간은 어디까지 폭력적일 수 있는가?와 같은 인간 본성의 문제에 계속 천착해왔던 것이다. 『릴리트』에서도 이러한 레비의 고민은 꾸준히 이어진다. 특히 1부에 수록된 소설들 중에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제목에서부터 이름이 등장하거니와 인간에 내재된 양면성을 보여주는 데 적지 않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런데 이 과정은 인간을 혐오하거나 가치판단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더 깊게 이해해보기 위한 레비의 치열한 과정으로 여겨진다. 인간성에 대해 끈질긴 성찰 끝에 나왔을 법한 문장들이 이 책에 다수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도 레비의 그 무구한 노력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는 신자도 아니었고 복음에 관해 많이 알지도 못했다. 하지만 아우슈비츠에서 내가 알아채지 못했던 한 가지 사실을 내게 말해주었다. 거기서 그가 도와준 사람은 오직 나 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나 말고도 이탈리아인들과 다른 외국인들까지 돌봐주었지만 그 사실을 내게는 비밀에 부치는 게 좋겠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는 허영심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을 행하기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이다.”(108쪽) “우리 역시 룸코프스키처럼 우리의 본질적 나약함을 잊을 정도로 권력과 재물에 현혹되어 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게토에 있고, 게토는 경계 안에 갇혀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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