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이끄는 자리

서보경 · Social Science
3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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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AIDS 인권운동의 현장에서 함께하며 감염인들의 삶을 기록하여 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 2024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 대상, 제18회 무지개인권상을 수상하고 2024 국제앰네스티 추천 인권도서로 선정된 『휘말린 날들』의 저자 서보경은 이 책에서 다시 한번 질병과 건강,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를 파고든다. 태국은 아시아 금융 위기의 여파 속에서도 2002년 의료보험 개혁을 단행해 전 국민에게 포괄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특히 가난한 이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하면서 공공 의료 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한 국가로 손꼽히게 되었다. 이곳 태국 북부 치앙마이의 지역 거점 병원을 중심으로 2년간 현장연구를 진행한 저자는 ‘누구나 조건 없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상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가까이에서 관찰한다. 전작에서 연구 대상과 객관적인 거리를 두기보다는 기꺼이 ‘휘말리는’ 방식을 택한 것처럼 저자는 병원에서 마을로, 환자의 집으로 걸음을 옮기며 치유와 돌봄의 현장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모두를 위한 무상에 가까운 의료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각각의 주체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돌봄을 주고받는지 섬세하게 기록한다. 따라서 이 책의 인물들은 정책 분석서 속의 환자나 의료진, 보호자라기보다는 누군가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거나 타인의 그러한 요구에 마땅히 응답하는 구체적인 존재로서 조명된다. 저자는 의료가 지금 여기 함께 존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며, 그 핵심에는 결국 기술과 자본 대신 돌봄이 자리해야 한다는 전제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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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한국어판 서문 고치고 고쳐서 새롭게 바꾸기 1장 침상 위의 발 2장 병원이 정부와 같다면 3장 기다리는 힘 덧붙이기 공공 의료의 몇몇 구성 요소들 4장 존재를 새겨넣기 5장 여린 삶, 어린 죽음 6장 집에서의 투쟁 7장 인간 너머의 돌봄 8장 지금 여기 함께의 정치 감사의 말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Description

“진료부터 우선 하겠습니다.” 기술과 자본 대신 돌봄이 의료를 이끄는 희망의 풍경들 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 작가 『휘말린 날들』 서보경 신작 그저 죽게 내버려두기만 하는 정부/국가 앞에서 나는 이 단단하고 곡진한 돌봄의 수행에 깊이 감응하며, 돌봄으로 공진화하는 우리 모두의 내일을 뜨겁게 꿈꾼다. ―김영옥(노년인권문화 연구자,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 저자) 보살피기와 다스리기, 버티며 나아가기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그의 전작 『휘말린 날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면 된다. ―조한혜정(문화인류학자, 연세대 명예교수) 치료비와 보험이 없어도, 시민권과 이름이 없어도 아픈 사람은 누구나 필요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곳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병원의 미래를 경험한 이들 지역의 한 응급실, 구급차에 실려온 환자가 7시간 대기 끝에 결국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사망한다. 아이의 열이 40도를 넘겼지만 근처 소아과는 최근 폐업했고, 다른 곳으로 ‘오픈런’을 해도 진료를 받기까지 6시간이 걸린다. 9000명의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자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하는 수술이 속출하고 예정되어 있던 수술도 취소된다. 남은 의사들은 과로로 쓰러지고 환자들은 몇 배의 시간을 기다린다. 지금 당장 교통사고를 당한다면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을지도 모른다.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보편적 건강보장을 달성했고 뛰어난 기술로 해외 환자를 유치하는 ‘의료 선진국’의 현주소다. 지금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전례 없는 붕괴를 겪고 있으며, 의료 대란은 가정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파국은 2024년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발표라는 단일한 사건으로 촉발된 것이 아니며, 징후는 오래전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의료가 시장 논리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에 가까워진 지금의 방식이 과연 최선인가. 병원과 의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의료인류학자 서보경의 『돌봄이 이끄는 자리』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미래를 현실로 경험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건강권과 의료를 둘러싼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HIV/AIDS 인권운동의 현장에서 함께하며 감염인들의 삶을 기록하여 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 2024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 대상, 제18회 무지개인권상을 수상하고 2024 국제앰네스티 추천 인권도서로 선정된 『휘말린 날들』의 저자 서보경은 이 책에서 다시 한번 질병과 건강,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를 파고든다. 태국은 아시아 금융 위기의 여파 속에서도 2002년 의료보험 개혁을 단행해 전 국민에게 포괄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특히 가난한 이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하면서 공공 의료 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한 국가로 손꼽히게 되었다. 이곳 태국 북부 치앙마이의 지역 거점 병원을 중심으로 2년간 현장연구를 진행한 저자는 ‘누구나 조건 없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상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가까이에서 관찰한다. 전작에서 연구 대상과 객관적인 거리를 두기보다는 기꺼이 ‘휘말리는’ 방식을 택한 것처럼 저자는 병원에서 마을로, 환자의 집으로 걸음을 옮기며 치유와 돌봄의 현장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모두를 위한 무상에 가까운 의료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각각의 주체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돌봄을 주고받는지 섬세하게 기록한다. 따라서 이 책의 인물들은 정책 분석서 속의 환자나 의료진, 보호자라기보다는 누군가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거나 타인의 그러한 요구에 마땅히 응답하는 구체적인 존재로서 조명된다. 저자는 의료가 지금 여기 함께 존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며, 그 핵심에는 결국 기술과 자본 대신 돌봄이 자리해야 한다는 전제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누구나 삶의 어느 순간에서는 타인의 돌봄과 의료적 처치를 필요로 한다. 인간의 근본적 취약성과 의존성으로부터 비롯된 이 이야기들은 외국의 특별한 사례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먼저 소개된 이 책에 한국어판 서문을 더하여 이러한 논의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밀착해 살펴볼 수 있도록 했고, 더욱 깊은 이해를 위해 한국과 태국의 의료 시스템을 비교하는 장을 추가했다. 자본이나 기술이 아닌 돌봄이 의료를 이끌 때 벌어지는 일들 치앙마이 시 근교, 도시와 농촌의 경계에 위치한 ‘반팻 병원’에서는 누구도 치료의 자격을 심사받지 않는다. 보험이 없어도, 시민권은커녕 신분을 증명할 서류조차 없어도 누구든 무상에 가까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입원과 수술에 앞서 지불 능력이 되는지 확인받지 않으며, 퇴원 때 병원비가 부족해도 훗날 갚겠다고 약속하는 것만으로 수속이 마무리된다. 설령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에도 병원은 채권자가 되기를 거부하고 환자의 회복 자체를 성과로 여긴다. 병원 담장을 넘어서도 살리고 보살피는 일은 이어진다. 만성질환자나 첫 출산을 한 산모, 노인 환자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퇴원 후에도 간호사들이 집으로 방문해 건강 상태를 살피고 주거 환경을 점검한다. 이것은 이 병원만의 일시적이고도 특별한 실험이 아니다. 태국 전역의 지역 거점 공공 병원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이다. 1인당 명목 GDP가 한국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나라, 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쿠데타가 일어났고 극심한 빈부 격차가 커다란 문제인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 저자는 시장의 수요-공급 논리 대신 ‘사회의 필요에 따른 공급’을 기초로 한 태국의 의료 철학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 태국은 각 지역의 공공 병원을 의료 시스템의 중추로 설정하고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맡기면서 이를 지속 가능한 체계로 유지해왔다. 의료는 개인의 선택과 책임에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필요한 형식과 실천의 방식을 정하고 공적 자원을 통해 제공한다. 의료인의 양성과 교육 단계부터 의료 서비스는 거래 대상이 아닌 사회적 책임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강조되고, 재정의 운용 방식 역시 이에 따라 결정된다. 그 결과 의료 행위의 중심에는 기술과 자본 대신 돌봄의 책무가 놓인다. 의료진은 그저 병원에 고용된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공무원으로서 국가의 책임을 구현하는 대리인을 자임하며 사람들을 보살피고, 공공 병원은 지역사회의 구심점으로 기능하게 된다. 여기서 저자는 돌봄이라는 힘의 흐름을 이해하는 개념으로 ‘이끌어내기’를 제안한다. 돌봄과 의료가 그저 특정 전문가나 기관의 선의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필요한 자원이 스스로에게 도달하도록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어느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이끌고 이끌리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돌봄과 의료를 이해할 때 ‘공급자(의료진)’와 ‘수혜자(환자)’의 이분법은 해체된다. 빈곤과 이주, 성역할에 따른 구조적 불평등에 내몰린 이들은 그저 무기력하게 상황을 수용하는 대신 자신에게 필요한 의료적 조치가 스스로에게 도달하도록 이끌어내는 주체로 떠오른다. 달리 갈 곳이 없는 가난한 환자들은 공공 병원의 응급실과 대기실에서 차례를 끈질기게 기다림으로써 시스템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낸다. 미등록 이주민 임산부는 병원에서 권고하는 산전 검진을 빠짐없이 받으며 자신을 사회적 존재로 실재하게 한다. 태동 시간을 꼼꼼히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곧 태어날 아기의 존재 역시 그 관료제의 시스템에 각인시킨다. 삶을 억누르는 그 모든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붙드는 이들의 노력에 주목할 때, 의료는 거래 관계 속에서 제공되는 상품도 특별히 선한 누군가의 헌신에서 비롯된 자선행위도 아닌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이끌고 이끌리며 엮어내는 돌봄의 그물망 속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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